최명희 < 혼불 >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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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이로구만.
“저런 별은 왜 딴 놈들맹이로 하늘에 못 붙어 있고 저렇게 떨어질까 모르겠네.“
“별이라도 떨어지면 똥이여.”
“그렇게 똥 안될라고, 기가 저렇게 매달려 있을라고, 온갖 짓을 다허능 거 아닝가,
누구라도 말이여. 사램이.“
**** < 혼불 > 제 4권 139쪽
한 번 물어보고 말 것을 왜 물어봤냐.
한 번 주고 말 밥을 왜 떠 주었냐.
한 번 놀고 도망갈 걸 왜 동무해 주었냐아.“
**** < 혼불 > 제 8권 241쪽
어디든지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다.
이 질긴 그물의 코를 풀어 뜯고,
저 한 조각의 구름처럼
나는 방랑하고 싶다.
**** < 혼불 > 제 2권 90쪽
무지해서 그러하다.
모르는 줄도 모르고.
허기는 모르는 줄을 알면
이미 반질은 아는 것이지.
**** < 혼불 > 제 8권 11쪽
보는 눈이 먼저 열려야 분별을 하게 되고,
눈에 격이 생겨야 그 격에 이르려고 부지런히 손을 익힐 것 아니냐.
타고난 손재주가 아무리 출중허고 일평생 익힌 솜씨가 아무리 능란해도,
눈이 낮은 사람은 결국 하찮은 몰풍정(沒風情)을 벗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사람은 눈을 갖추어야 하느니라.
**** < 혼불 > 제 4권 11쪽
무릇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사물과 삼라만상에는
이름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것이나 차마 이름을 짓지 못한 것도 있지만은
기왕에 ‘이름‘이라는 것이 붙여질 바에는,
반드시 그 사물과 삼라만상의 본질에 부합하도록
바르고 온당해야 한다고 나는 믿네.
그것은 어떤 직책이나 사람끼리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지.
그 모든 것들에 올바르고 똑바로 이름이 붙어야,
그 이름 붙은 것의 내용과 본질이
바로 서는 것 아니겠나.
**** < 혼불 > 제 10권 18쪽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 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 < 혼불 > 제 1권 155쪽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느 날인가
새암을 이룰 수만 있다면. 새암은 흘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을 이루며, 강물은 또 넘쳐서 바다에 이르기도 하련만.
그 물길이 도는 굽이마다 고을마다 깊이 쓸어안고
함께 울어 흐르는 목숨의 혼불들이,
그 바다에서는 드디어 위로와 해원(解冤)의
눈물 나는 꽃빛으로 피어나기도 하련마는.
나의 꿈은 그 모국어의 바다에 있다.
**** 최명희 소설 < 혼불 > 두 번째 출간본 작가 후기에서
첫댓글 지난 주말, 행사가 있어 1박 2일간
전주 한옥 마을과 마이산 다녀왔습니다.
혼자 한옥 마을을 서성이다 최명희문학관에 들렀는데
전시관에 그녀의 문장을
한 장 한 장 복사하여 가져올 수 있는 코너가 있어
한껏 욕심 내어 챙겨왔습니다. ^^
그 중에서 골라 정리한 문장들입니다 ....()....
전주 한옥 마을에
<최명희 문학관>이 잇엇던가
...
통 기억이 안나서 ㅠㅠ
작품 배경인 남원의 <혼불문학관>과 첨엔 헷갈렸어요
오늘 낮에 월명님 잠깐 만나서도 그런 이야기 햇어요
"이즘 생애중 전성기를 보내고 잇다"고
...
자고 일어나서 넷플릭스 드라마 보다가 잠오면 침대 가서 한숨 자고 또 넷플릭스 다큐보고
... 책보며 음악듣고
운동 갓다가 저녁 약속 가고
...여행 다니고
~~
다 좋은데 생각만큼 책은 많이 못읽는게 아쉽습니다
@여정 <혼불>도 다시 읽고 싶은데
...
책읽기에 탄력이 붙지를 않네요
@여정
여행 다니시면 맛집도 들르실 테고
체중 불어나실라 ~~ ㅎㅎ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움직임도 차분하게 자리를 잡을 겁니다.
실컷 즐기세요. 흐름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
즈비그뉴 프라이스너의 작품
방가이 듣습니다
...
익숙하면서 낯선듯한 멜로디와 악기 편성
...
역시 밤에 감상하기에 좋은
참 좋지요.
특히 트럼펫 소리가 제 가슴을 흔드네요.
며칠 전에 아침에 컴을 켜니
인터넷 익스프로러 얘긴 것 같은데
머라머라 ~~ 아주 애매하게 표현을 해서
긴가민가 불안해하며 '나는 익스프로러 그대로 사용한다'고 클릭했는데
제 뜻과 반대로 전달되었는지 그만 익스프로러 연결이 안 되는 겁니다.
여전히 컴맹이라 손을 쓸 수도 없어 망연해졌습니다.
길 떠날 땐 수월관음도 뵈오며 올려 놓으신 염불을 듣는데
이미지만 깔아놓고 유 투브에서 수덕사 설정스님 독송 들었답니다.
그나마 옛날 음악을 아직은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는데, 참으로 허전하네요. ㅠㅠ
주옥같은 말씀들에 그저 고개가 끄득여 지는군요
4권 11쪽에 딱 멈추어 서있습니다.
나의 눈낮음에 깊은 성찰이 따라야 함을 절실히 느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