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갑과 을이 귀향해 과수원을 일궜다. 갑은 구덩이를 파 묘목부터 심었다. 을은 구덩이만 크게 파고선 묘목을 심지 않았다. 대신 인분이나 거름을 얻어 구덩이 채우는 일에만 신경 썼다.
일 년이 지났다. 갑의 과수원에는 나무가 잘 자랐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을의 과수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지라, 은근한 경쟁심에 더욱 기뻤다.
그러곤 3년째 드디어 을도 묘목을 심었다.
5년째 갑의 과수원에는 드디어 사과가 달렸다. 많지는 않았지만 팔아서 수입도 생겼다. 갑의 자랑에 을은 미소만 지었다.
몇 년이 더 지나서 을의 과수원에도 사과가 달리기 시작했다. 밑거름을 많이 준 까닭에 크고 빛깔이 고우며 맛도 좋았다. 당연히 비싼 값에 팔렸다. 해가 갈수록 수확량도 늘어, 갑과 을의 수입 격차는 커져만 갔다.
우리는 이런 전개를 지닌 이야기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할 줄은 모른다. 사과가 ‘내 아이’, ‘내 학생’이라고 생각해보자. 크고 고운 빛깔에 맛 좋은 사과는 언감생심, 눈앞에 닥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먼저다. 점수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문제 풀이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묘목에다 대고 사과부터 맺으라는 꼴이다.
이른바 창의성, 창의력이 대세다. 남보다 얼마나 더 아느냐 대신, 남보다 얼마나 더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진다. 그 핵심은 사고력, 결코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과를 맺게끔 하는 지력 형성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30여년에 걸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성 교육에 관한 노하우를 모은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사고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의력이 절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대신 운동선수가 기술을 배우듯 장기적 안목을 갖고 조금씩, 천천히 생각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직접 고안한 창의력 학습법 ‘OMEGA 5’를 내세운다. OMEGA 5란 △Open Mind(열린 마음) △Multiple Thinking(다면적 사고) △Embodied Knowledge(체화된 지식) △Goal-Oriented Learning(목표 지향 학습) △Aha, Product(새로운 산출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즉, 새로운 의견의 교환을 위해 마음을 열고, 하나의 정답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면적·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암기 위주로 얻는 객관적 지식보다는 경험을 통한 주관적 지식 얻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또 지식, 경험, 기능, 성향의 측면에서 세분화된 요소를 자극함으로써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학습하고, 새로운 산출물을 위해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기를 요구한다.
책에서는 OMEGA 5에 대해 각각의 장으로 나눠, 주제와 연관된 다양한 사례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생각의 확장을 돕는 브레인스토밍, 스캠퍼 기법과 ASIT, 감정코치법 등과 같은 실제 교육법에 대한 언급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부모는 잘 하는 것에 주목한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소통부터 시작하라’와 같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시도해봐야 할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남들 좋다는 책도 읽혀보고, 두뇌 발달에 좋다는 퍼즐도 선물해보지만 ‘과연 이게 맞는 건지, 마음은 앞서지만 정작 방법은 모르겠다’는 부모 또는 교사라면 창의력에 대한 기초 다지기에 잘 정리돼 있는 책이다. 책 제목은 비록 상투적일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