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28) 평화와 상호 존중의 길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 / 미론 페레이라 신부
발행일2019-02-17
[제3132호, 6면]
지난 2월 3~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현대 세계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무슬림들의 ‘삶의 대화’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초청으로,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해 ‘인류 형제애’에 관한 종교 간 회의에 참석했다.
어느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이름처럼, 수세기 전 평화의 사절로 이집트의 알 카밀 술탄을 방문했던 위대한 성인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셈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스도인들과 무슬림들은 (카렌 암스트롱의 생생한 표현처럼) ‘피밭’에서 서로 싸워 왔다. 남아라비아 대목구장인 폴 힌더 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무슬림들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들이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있는 무슬림들이든, 우리는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힌더 주교의 말을 더 들어보자. “아라비아 반도에서 우리는 이주민 교회이고, 나는 이주민들의 주교이다. 삼 년 전에 나는 신자들에게 보내는 사목 서한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즈음 우리는 차별 받고 고문 받고 살해되는 이들에 관한 기사를 거의 날마다 읽고 있습니다. 특정 부족이나 인종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러나 겉모습이나 민족성이나 문화나 의복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모두 똑같은 것을 바랍니다. 우리 모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바랍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우리는 서로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힌더 주교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 회원국들에서 많은 본당들이 이러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지 들려준다. 모든 문화에는 고유한 관습과 신심이 있다. 이를테면, 필리핀에서는 성탄을 준비하면서 9일 미사를 갖는데, 수천 명의 신자들이 출근 전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시간을 내어 이 미사에 참석한다.
이와 비슷하게, 아랍어를 쓰는 다양한 교회와 전례의 가톨릭 공동체들은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여러 곳에서 온 이들과 함께 전례를 거행한다.
가톨릭교회 말고도 개신교와 정교회 형제들도 아랍에미리트 전역에 교회들을 두고 있고, 힌두교와 시크교도 예배 장소가 있다. 아랍에미리트 사회는 매우 관용적이다.
서구 사회의 많은 이들은 이슬람교가 인권이나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것은 서구 사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고정 관념이나 선전 도구인 경우가 많다.
특정 문화의 관습이 이슬람교 관습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아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회의들이나 토론회들이 자주 열리기도 한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구 ‘그리스도교’ 사회들이 다른 공동체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박해하지 않았던가.
‘삶의 대화’의 실천은 각 문화가 더욱 관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고 더욱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해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박해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사회의 표지이다. 그리스도인들뿐 아니라 이슬람 교단인 시아파나 아마디파 무슬림들도 박해의 대상이 된다. 평화를 추구하는 사회일수록 ‘다름’을 더 잘 받아들이고 타인들에게도 종교 예배와 시민 권리의 여지를 더 크게 허용하는 법이다.
무슬림이 소수인 곳에서는 그들도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기에, 우리는 이것이 종교들의 전쟁이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들을 공격하는 억압적 이데올로기들의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에도 터키와 보스니아, 아제르바이잔, 이집트와 방글라데시 등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들을 방문해 왔다. 대화를 통해 평화를 가져오고 무슬림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종교적 긴장을 해소하는 이 사명을 꿋꿋이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론 페레이라 신부 (예수회)
※미론 페레이라 신부는 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 왔다. 인도 하비에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라 크루아(La Croix)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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