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때쯤이면 항상 산행기 대신 전원일기 같은 글을 올리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텃밭인듯, 텃밭아닌, 텃밭농사 때문에 시간이 없고, 체력이 고갈되어 산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밭농사 모드에 적응되었는가 싶었는데 이제 바쁜 일은 다 끝났고, 오늘부턴 산행모드로 전환하며,
다리근육에 긴장감을 줘보기로 한다..
한 달여만의 산행인지라 원정, 장거리 산행은 어렵고 가까운 치악산에 오르기로 한다.
들머리를 치악산환종주길 들머리인 태종대에서 출발한다.
1. 코 스 : 태종대 ~ 비로봉 ~ 큰무레골 ~ 부곡탐방안내소 ~ 태종대 약 19km
2. 일 시 : 4월 19일, 08:00 ~ 15:00 (7시간)
들머리... 태종대 부근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작년말 벌목을 했던 장소를 지나치는데 워낙 남벌을 한터라
발디딜 곳이 마땅치 않고, 발끝에 채인 소나무 가지들이 종아리와 허벅지를 때린다.
벌목현장을 지나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 40여분만에 등로를 찾으니 클럽 시그널이 걸려있다.
어느 님이 살짝 다녀가셨는지.....
등로에는 진달래꽃이 한창이다.
배너미재 가까이 오니 큰 암릉길이 있고, 이곳에서 다시 길을 잃고 잠시 헤매인다.
부곡탐방안내소에서 큰무레골로 올라 오는 등로와 만나는 곳이다.
들머리에서 여기까진 비탐방로이지만 국공이 거의 단속을 하지 않는 곳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금줄을 넘는다.
태종대에서 비로봉까지는 약 8.5km...
들머리 시작부터 계속 오르막길인지라 좀 힘들다....
더구나 한달동안 산행을 안했으니 다리근육도 풀려 있고...ㅠㅠ
비로봉에는 3개의 탑(용왕탑, 산신탑, 칠성탑)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최근 낙뢰로 인해 무너졌다....
낙뢰로 인한 붕괴가 이번이 3번째인가 보다.
왜 하필이면 용왕탑이냐고... 여기에 어떤 억지같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자...
화산폭발도 미개한 폴리네시아인에게는 신의 분노이지만
지식인에게는 이해가능한 지리학적 현상일뿐이며,
관광객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일과성의 추억일뿐이니까....
처참한 붕괴현장 옆에서 다람쥐 한마리가 던져준 햄버거 조각을 물고 위문공연 중이다..... ㅎ
큰무레골 하산길에 등로에 있는 폭포(?)..... 수량이 많을땐 제법 그럴듯했는데....
지금은 산방기간이라 큰무레골 탐방로도 출입금지인데......
탐방지원센타의 국공직원에게 뭐라 이야기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며 내려 오는데...
멀리서 보니 국공차가 외출하려는듯 출발한다...... ㅎ
그래서 여유있게 날머리를 찍고....
이제 태종대까지 다시 걸어가야 한다. 약 5km의 시멘트길을.... 에휴...
태종대에서 집이 있는 부곡1리까지 왕복2차선으로 확장공사 중이다.
지금까지는 중앙선이 없이 굴곡이 심했던 구간인지라 외지에서 온 운전자들이 불안해 했던 길....
부산의 태종대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관광버스가 멈춰 서는 곳... 부곡 태종대..
그리고 들머리까지 원점회귀...
그동안 차로만 다녔던 태종대~부곡리 길을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보니 새삼 정겹고, 아름다워 보인다.
인생 3막의 무대를 참 잘 선정했다는 생각을 해보며..... ㅎ
집에 와 배낭을 정리하고, 집의 봄정취를 카메라에 담으려 정원과 텃밭에 나선다.
현깃증이 일듯 샛노랗게 핀 개나리꽃 뒷편으로
멀리 보이는 비로봉이 웬지 한쪽이 찌그러져 보인다...
용왕탑이 무너져서인가?.... ㅎㅎ
풀과의 전쟁이 싫어 텃밭은 아예 검정비닐로 모조리 멀칭을 해놓고,
두 이랑마다 한 이랑씩을 길로 만들어 부직포를 깔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멩이를 올려 놓았다.
매년 직접 손으로 이 짓을 하는라 항상 이 시기에는 산에 못가는데.....
언제쯤 텃밭에 신경쓰지 않고 살게 될는지...
봄이 되면 맨먼저 피는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리고 개나리와 진달래...
다음은 벚꽃과 앵두, 매실 등을 비롯한 각종 과수... 그리고 철쭉...
들녘과 정원의 봄은... 시간차를 두고 피어나는 꽃들로 인해 더욱 화사해지고.....
시대의 아픔을 앞서 앓고, 시대의 웃음을 앞서 피워내는 광화문광장에도 진짜 봄이 찾아들었고....
그리고... 시인들조차 감히 삼가해야 할 언어이었던 '가라앉다' '바다' '세월'이란 단어들이
이 봄에... 1080일만에 아픈 상처를 아무르며 우리곁으로 다가왔다.
세월은... 계절을 바꾸어 왔던 시간보다 더 인내하며, 더 많은 것을 품어온 것이었다.
첫댓글 참!
다양하다
전원 생활하면서 산행하는 님!
나홀로 수백키로의 강을 걷는 님!
나홀로 수백키로의 산을 넘는 님!
나홀로 바위만보면 오르는 님!
나홀로 일출 새벽산행하는 님! 세월따라 세계를 향해 다니는 님!
길만보면 뛰어다는 님!
그냥 구경만하는 님!
등등
제삼리 사람들은 다양해서 즐거워요~굿!
다양성을 좋아하는 님은 오픈마인드.....^^
다양한 제삼리에서 님은 일출 새벽산행하는 님....ㅎ
감사드리구요....
치악산에도 온통봄이네요
봄에 찾아온 일기같은산행기 즐감합니다
산행의 계절이 왔나 봅니다.
항상 안산 하시구요... 감사드립니다.
제대로 된 농기구는 없을테고....
순전히 팔힘으로 저 넓이의 땅을 일구기가 쉽지않지요.
일년에 두번, 한번은 고구마 심으러 가고, 한번은 캐러 가는데도 허벅지가 뻐근한데 저 넒은 땅 농사지으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부곡에 한번 가볼 날이 있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기분좋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밭농사일 시작하면 1주일 정도가 고비 이구요....
10여일 정도 지나 좀 적응되는가 싶으면 힘든 일들은 끝나갑니다...ㅎ
내가 이러려고 전원생활 시작했나... 하는 자괴감이....^^
꼭 한번 놀러 오세요...
안녕하시죠? 건강히 잘지내고 계시는군요~~^^
조만간 치악산놀러갈까 하는데 길모르면 연락드릴께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치악산 놀러 오시면 길 잘 아셔도 연락주세요....^^
삼겹살에 아로니아주.... 준비완료입니다...ㅎ
봄 이때쯤이면 많이 바쁜시기지요
그래도 작은 텃밭 가꾸면 전원생활을 즐기는
재미가 있을듯 합니다 잘 지내시죠
시골의 정겨운 풍경 느껴봅니다
오랬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오늘도 텃밭과 정원 가꾸느라 하루종일 밖에서 지냈네요...ㅠ
자연속의 삶이 평온하고, 즐겁긴하지만 어느 시기만큼은 좀 힘드네요...ㅎ
항상 건강하시구요.... 치악산 놀러 오시거든 연락주세요....
태종대에서 비로봉 등로 안좋텐데 고생하셨네요.
2년전 치악산환종주때 더위와 배고파 고생좀 했네요.
그랬었군요.... ㅠㅠ
다음에 오실때는 꼭 연락주시고 오세요...
치악산 놀러 오시는 님들께 치악산 주변에 사는 제가 배고프게는 안해야지요...ㅎ
항상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