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허주님의 카톡에서]
어르신이 안계십니다.
-빈배 허주-
1980년대 후반 경남 김해에서 진영 중간쯤에 묵담(默潭)이라는 선비가 은거하고 계셨다.
어르신에게 아집(我執)이 강한 사람이나 마음속에 '나는 잘났다' 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면전에서 박살을 내고 초식(稍食)를 해 내보냈다..
그 시절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공부하던 대학생 유영호는
방학 때마다 묵담 선생을 찾아가서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며 깍듯이 사부로 모셨다.
어느 날 마음속에 살기를 품은 사람이 스승을 찾아왔다.
묵담은 그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당신은 칼을 품고 있다" 하면서
식칼을 그 사람 손에 쥐여 주었다.
곁에 있던 유군은 날이 선 칼을 쥔 그 사람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한편으로 학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겠다고 하는 청년이
어르신을 찾아오면, 젊은이의 손에 붓을 쥐여 주었다.
유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동안 묵담 밑에서 밥하고
청소하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문하생으로 지냈다.
하루는 묵담이 유군을 불러,
100일 동안을 매일 소주 네댓 병을 마시게 하고
유행가를 목청 터지도록 부르게 하였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이원성(二元性)을 깨트리는 아드바이타라는 것이다.
(advaita) 간단히 요약하면,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약이 필요하지만,
약이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려야 소용없다.
당장에 약을 먹어야 병이 낫는다,
술을 마시고 병을 깨뜨리고 성이 차지 않으면 부셔버리고,
소리를 질러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다
묵담 밑에서 시달렸던 유군은 스승의 심오한 뜻을 모르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하를 떠나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결국에는 스승의 뜻대로 유군은 아드바이타에의 시험에 든 것이다.
어느 날 전남 완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던 중,
지리산을 지나 섬진강 대교를 건너는데,
평소 외우고 있던 임제록(臨濟錄)의 어느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그 순간 태공(유영호의 법명)을 부르는 스승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그러고 나서 2시간가량을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체험이 남자가 서서 공손하게 인사하는 조각상인 '인사하는 사람'을 만드는 밑천이 되었다.
유군의 조각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마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19세기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20세기 조각가, 브롭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
21세기 조각가, 유영호의 '인사하는 사람'
무등산과 광주시민
무등산은 장중하고. 능선도 완만하다.
그러나 정상은 예리한 6각 주상절리가 하늘을 찌르고
겨울에는 상고대 서릿발이 매섭다.
무등산은 명산답게 인걸도 많이 배출하였다.
사람들의 심상은 산을 닮는다고 했다.
광주 사람들은 정중하고 예의가 바르고 논리가 정연하다.
이것이 광주의 선비기질이다.
광주에서는 후학들에게, 이곳은 예향이다.
예(藝)를 알고 예(禮)를 행하라 이렇게 가르친다.
이번에 황규안 대표가 5,18 망원동 묘역에 참배 차 광주에 가서
시민들에게 물세례 등 홀대를 받았다.
광주 사람이라면 손님접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황교안 일행을 조용한 한정식 집으로 모시고 가서.
우리 고장을 찾아온 손님이니 남도 가락에 한우 떡갈비 맛을 보여드립니다.
충분히 즐기시고 쉬어가세요.
정치야 다음 서울에 가셔서 하시고.
예향이라는 광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어르신이 안 계신다는 것이다.
집안에 어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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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르신이 안계십니다.
1980년대 후반 경남 김해에서 진영 중간쯤에 묵담(默潭)이라는 선비가 은거하고 계셨다.
어르신에게 아집(我執)이 강한 사람이나 마음속에 '나는 잘났다' 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면전에서 박살을 내고 초식(稍食)를 해 내보냈다..
그 시절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공부하던 대학생 유영호는
방학 때마다 묵담 선생을 찾아가서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며 깍듯이 사부로 모셨다.
어느 날 마음속에 살기를 품은 사람이 스승을 찾아왔다.
묵담은 그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당신은 칼을 품고 있다" 하면서
식칼을 그 사람 손에 쥐여 주었다.
곁에 있던 유군은 날이 선 칼을 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