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기업 '리빙 소셜' 창립자 겸 CEO 팀 오쇼네시
SNS의 허점을 찾아라빨리 뜨거워졌다가 빨리 식는 소셜 공간서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정보 얻기는 쉽지 않아
맞춤형 서비스 발굴해야
지역 자영업자를 키워라
소문에 의존해 사업하던 자영업자들에게 구체적인 홍보의 장 마련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로 키워
직장은 일하는 놀이터
직원들이 언제든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세계 15개 지사마다 엑스박스 같은 게임기 설치한 방 제공
2010년 12월 초, 글로벌 전자(電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조스(Bezos) CEO는 28세 젊은이의 손을 꼭 잡고 "당신 회사에 1억75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년은 아메리칸 온라인(AOL) 창업자 스티브 케이스로부터 500만달러 출자를 이미 약속받았다. 3년 동안 그가 끌어들인 자금은 6억4000만달러(7400억원).
주인공은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기업인 '리빙 소셜(Living Social)'의 창립자이자 CEO인 팀 오쇼네시(O'shaughnessy·30)다. 2009년 출범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 11개의 소셜 커머스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4명이던 직원은 지금 5000여명이 됐다. 지금 기업공개(IPO)를 한다면, '리빙 소셜'의 시가총액은 40억달러(4조6220억원)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최근 방한한 오쇼네시 CEO를 Weekly BIZ가 서울 잠실의 티몬(리빙 소셜이 인수한 국내 소셜 커머스 업체) 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하루에만 수십개의 회사가 명멸하는 '이전투구장'을 방불케 하는 소셜 커머스 업계에서 그의 생존 전략은 단순명쾌했다. SNS의 확대 재생산 구조를 십분 활용할 것, 지역 자영업자들을 '명품'급 브랜드로 키울 것, 일터를 '즐겁게 일하는 놀이터'로 만들 것 등 3가지다.
- ▲ 팀 오쇼네시 CEO가 자신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이용해 리빙소셜과 지역 자영업자, 시민이 시너지를 내는 공간인‘918F’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SNS가 급성장하는 와중에 지역 자영업자들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는 두 종류의 사회적 흐름을 결합한 게 리빙소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리빙 소셜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에 들어가 '예쁜 가방'이라고 검색하면 수천 개의 검색 결과가 뜬다. 그런데 '오늘 내가 갈 만한 주위의 레스토랑'이라고 치면 마음에 드는 결과가 잘 안 보인다. 리빙 소셜은 이런 허점을 공략했다. '골드 미스족'을 위한 고급 스파와 네일숍, 고급 스포츠를 좋아하는 30~40대 남성을 위한 폴로·골프 같은 경기 입장권, 가족 단위 집 도배·인테리어·청소 업체,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박물관 입장권…. 연령대로는 20~40대의 젊고 역동적인 소비층을 겨냥했다. 소셜 공간을 잘만 발굴하면 하루에 10만달러 아니라 1억달러도 벌 수 있다."
―소비자를 유인하는 비법은?
"한 소비자가 제품의 쿠폰을 하나 사면, 그 소비자가 수십 명의 친구나 지인에게 페이스북·트위터·이메일을 통해 해당 제품의 링크 등을 뿌릴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친구 세 명이 똑같은 제품을 산다면, 3명 중 맨 처음 물건을 산 소비자에게는 금액을 모두 환급해준다. 열기가 빨리 뜨거워졌다가 빨리 식는 소셜 공간의 특성을 십분 이용하는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과 제휴해 20달러짜리 기프트(gift·선물) 카드를 10달러에 파는 행사를 단 하루 동안 진행했는데, 무려 130만명이 그걸 사갔다. 소셜 커머스 기업의 하루 세일(one day sale)로는 역사상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페이스북 방문자가 최근 감소하는 등 SNS 전망이 불투명한데, 너무 장밋빛 예상 아닌가?
―소셜 커머스는 '지속가능한 성장' 측면에서 의문점이 많다. 소셜 커머스 1위인 그루폰은 기업공개(IPO) 후 주가가 30% 정도 하락했다. 리빙 소셜도 적자 상태 아닌가?
"사실 페이스북 IPO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향후 3~4년은 두고 봐야 진가(眞價)가 드러날 것이다. 소셜 커머스 사업은 모방자(copycat)가 많아 쉽지 않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만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는 기업의 밑바탕을 단단하게 세워놓고 있어서 올해부터 본격 흑자를 자신한다. 2~3년 후부턴 안정적인 경영 상태로 돌아설 것이다."
◇"지역 자영업자를 명품 브랜드로 키우라"
―리빙 소셜은 소셜 커머스가 아니라 '로컬 커머스'라고 하는데 무슨 이유인가?
"리빙 소셜은 그동안 '입소문'으로 사업하던 전 세계 지역 자영업자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우리는 이를 효율성(소셜 미디어)을 비효율적인 시장(자영업자)에 불어넣는다고 표현한다. 예컨대 옐로 페이지(yellow page·지역광고가 담긴 전화번호부)에 자기 가게 광고가 실려도 몇명의 소비자가 그 광고를 봤는지, 또 광고를 본 소비자가 가게에서 돈을 얼마 썼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자영업자들에게 '디지털 마케팅'의 파워를 가르쳐 주고, 소비자 분석 시스템을 제공해 이들을 강소(强小) 기업으로 키워준다. 이렇게 하면 자영업자들의 제품 판매처인 리빙 소셜도 덩달아 강해진다."
―지역 자영업자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윈·윈(win-win)'하나?
"워싱턴 DC에 리빙 소셜이 임대해 놓고 있는 '918F'이란 5층짜리 건물이 있다. 올 2월부터 자영업자 수십 명에게 이곳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얼마 전 스시가게 주방장은 여기에서 스시와 사케 교실을, 미술 학원 원장은 페인팅 교실을 각각 열었다. 이 자영업자들은 여기서 지역주민들과 직접 만나고, 리빙 소셜 같은 소셜 공간을 이용해서는 쿠폰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브랜드를 홍보한다. 의류브랜드인 랄프로렌이 미리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파일럿숍(pilot shop)을 여는 것처럼, 짧은 기간 요리를 파는 '팝업'(pop up)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이런 방식으로 그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폐업 확률도 높은데.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우리 회사와 자영업자들과의 재계약률(1년 단위)은 80%다. 수개월마다 계약을 파기하는 다른 소셜 커머스 업체보다 리스크 관리가 잘되는 편이다."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하는 놀이터를 만들어라"
리빙 소셜은 지금도 매일 5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한다. 매월 신입 채용인원만 150~2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영업한다. 기본급과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이들은 7만~8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오쇼네시 CEO는 "우리의 직원 채용 원칙은 '최고의 직원이 최고의 신입직원을 뽑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실적이 우수하고 최고 평판을 가진 기존 직원들이 신입 직원들을 직접 면접해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인사 시스템이다.
―리빙 소셜의 조직문화는?
"일과 놀이를 혼합한 '일하는 놀이터(working playground)'를 지향한다. 리빙 소셜이 운영하는 세계 15개 지사에는 모두 펀룸(fun room)이 있다. 엑스박스(X-box) 같은 게임기 등을 설치해 놓았는데, 직원이 언제든지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내 사무실엔 아이스크림 제조기가 있는데 직원들끼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으며 회의한다. 프레젠테이션에도 원칙이 있다. 해외 근무직원들과 화상회의를 15분씩 하면, 마지막 5분 정도는 직원들이 기업과 무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한다. 예컨대 '여섯 자매가 같은 지붕 아래 사는 법' 같은 재밌는 소재를 집어넣어 면식이 없는 직원들의 개인 고민까지 공유하고 한바탕 웃고 나면 없던 의욕도 생긴다."
―IT업계에 젊은 CEO들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신은 어떤가?
"연령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를 봐라. '구글 오퍼'(Google Offer)라는 소셜 커머스 기업을 만들고도 전혀 실적이 없다. 실시간(實時間)으로 '구글 오퍼'사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토로라 사업을 어떻게 접을까' '페이스북의 기업공개에 어떻게 대응할까?'란 생각만 할 것이다. 나는 '리빙 소셜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루 24시간 던지며 항상 긴장 속에 결정을 내린다."
팀 오쇼네시(O’shaughnessy) CEO
출생: 1982년 미네소타주
학력: 워싱턴 DC 소재 조지타운대 졸업
경력:
2004년: 아메리칸온라인(AOL) 제품담당 매니저
2005년: 의료서비스사이트 레볼루션 헬스그룹 팀장
2007년: 페이스북용 애플리케이션 제작전문 회사인 ‘헝그리머신’ CEO
2009년: 리빙소셜 CEO
기타: 경영지 ‘잉크닷컴’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창업자’ 30인 선정(2010)
취미: 야구·여행
☞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일정 수 이상의 다중 구매자가 모일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소셜 쇼핑(Social shopping)’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레스토랑이 5만원짜리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3만원에 팔 경우, ‘500명 이상이 구입해야 할인’이라는 식으로 조건을 건다. 이 경우 이 쿠폰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문을 내서 친구나 지인들에게 함께 구입하자고 권유한다. 판매자는 대량 판매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구매자는 정가(定價)보다 싼값에 상품을 살 수 있다.
‘리빙 소셜(Living Social)’의 경우, 북미·유럽·아시아·중동 등 25개국에 있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가보다 40~50% 정도 싼값에 살 수 있는 쿠폰을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다. 소비자가 쿠폰으로 제품을 구매해 발생하는 수익은 평균 4대6의 비율로 ‘리빙소셜’과 해당 자영업자가 나눠 갖는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막혀 있던 자영업자들을 SNS 공간에 이끌어내 상호 이익을 꾀하는 모델이다. 리빙 소셜은 작년 한 해에 7억5000만달러(약 86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가입 회원은 6500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