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65세 이상 3010명을 대상으로 ‘노인의 기준’을 물었더니 72.6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 65~69세에게 ‘당신은 노인이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 뒤엔 70~75세 중에도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노년기’는 나이만으로 일반화하기 어렵고 개인 차도 크다. 미국의 노인의학 전문의 루이스 애런슨은 “노화의 속도와 폭이야말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실제로 몸 관리를 잘하는 80세는 그렇지 않은 70세보다 훨씬 건강할 수 있다.
▶'65세 노인’ 기준은 독일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에서 연원을 찾는다. 1889년 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급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았다. 그 당시 독일 남성의 기대수명이 47세였다. 비스마르크의 ‘65세 연금’은 그저 정치적 선전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대공황 와중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지급 기준을 65세로 잡았다. 유엔도 인구 분류에서 65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본다. 경제학자 존 쇼번은 ‘내년에 죽을 확률이 2% 이상이면 노인, 4% 이상이면 고령 노인’이라는 독특한 노인 분류 방식을 제시했다. 그 기준에 따르면 미국의 남성은 65세, 여성은 73세 이상이면 노인이다.
▶노화를 자연 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보는 시각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포 내 염색체 끝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약해져 세포 분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텔로미어를 지킬 수 있으면 노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화 역행(회춘) 연구도 한창이다. 2012년 노벨상 수상자인 일본 쿄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다 자란 성체 세포를 원시 상태로 돌릴 수 있는 인자를 찾아내 ‘야마나카 인자’로 명명했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돼 있어 노화된 세포를 되돌릴 수만 있으면 이론적으로 회춘도 가능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러시아계 억만장자 유리 밀러와 함께 노화 역행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알토스 랩스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과학계에선 노화 극복을 시간문제로 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부유하면 100세도 청년, 그렇지 않으면 70세 노인인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다. 국민들 스스로도 노인을 73세부터로 보고 있다. 늦기 전에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한다.[강경희 논설위원]
********************************** 무임승차 70세 상향은 노인 학대다 오늘의 지하철은 선배 세대들이 흘린 피와 땀의 상징이다. 무거운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吳 시장의 논리는 틀렸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연일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지하철 적자 운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자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강하게 반박했다. 김 회장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을 하자고 하는데 안 그래도 사각지대로 몰린 노인들을 학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치생명이 끝난 정동영의 사례를 벌써 잊었느냐"고 일갈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조정을 반대한다. 지하철 적자 운영의 원인 가운데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일부분일 뿐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적자 운영의 무거운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한 것은 아주 잘못된 소리다. 국가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무임승차의 혜택을 준 것은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 케이스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한민국 유일의 경노(敬老) 복지제도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무임승차 우대는 1984년 전두환 정권 때 시행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하철 운영 적자 요인은 노인 무임승차뿐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노조의 파업과 과도한 근로자 임금 체계와 놀고먹는 유휴인력.합리적인 경영능력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이동수단에 대한 복지 혜택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축소한다는 것은 생각이 모자라는 것이다. 특히 홍준표 시장은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내버스도 무임승차 실시를 검토한다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 오세훈 시장이 지하철 적자 운영의 무거운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아주 짧은 생각일 뿐이다.
오늘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세대가 70세 이상 기성세대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무거운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오늘의 풍요를 가져다 준 선배 세대에게 감사하고 은혜를 갚을 방안을 마련할 대책은 세우지 않고 기존의 경노우대 복지 혜택마저 축소하거나 박탈하려 하는 것은 건전한 발상이 아니다. 노인 학대나 다름없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늙지 않을 비법이라도 있는가? 미래학자 토인비는 "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나는 대한민국의 충효 정신을 가지고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세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냥 우연하게 나온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선배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풍요와 혜택은 누리고 은혜에 대한 보답을 외면하려 하는 것은 배은망덕일 뿐이다. 오늘의 지하철은 선배 세대들이 흘린 피와 땀의 상징이란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문무대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