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음식 포장 기술
우주인 식량 담은 파우치…
오늘날 즉석식품 포장 용기로도 사용
집에서 즉석 카레를 만들어 먹어본 적 있나요? 즉석 카레 제품은 일반적으로 파우치(pouch)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필름 주머니에 들어 있어요. 이 파우치를 뜨거운 물에 데우거나, 내용물을 그릇에 옮긴 후 전자레인지에 2~3분 데우면 바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어요. 조리 시간도 짧고,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집에서 맛있는 카레를 만들 수 있어요. 너무나 편리하지요. 이처럼 음식 포장 기술은 인류의 식생활을 한층 발전시켜주었어요. 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밭에서 수확한 음식을 표주박, 흙으로 만든 사발, 놋쇠 그릇,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담아 먹었죠. 이때는 음식의 보관 기간이 매우 짧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파우치로 포장한 가공식품의 유통기간은 1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요. 식품 속에 미생물이 거의 나타나지 않도록 열을 가하는 살균 공정을 거쳐 만들거든요. 세균이나 미생물 번식을 막으니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된 거예요.
▲ 돼지고기가 진공 포장된 파우치가 세균과 산소를 차단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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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용 파우치는 1960년대 미국의 NASA와 미국 육군에서 우주 식량으로 개발되었어요. 우주인이 우주에 가서 먹는 식품은 최고로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무균(無菌) 처리를 하고, 중력이 없는 무중력상태에서 편하게 먹기 위해 음식을 파우치에 넣게 된 것이랍니다. 우주인들이 먹는 파우치 식품에는 일반적인 식사뿐 아니라 콜라, 사이다, 주스 그리고 커피도 있지요. 작년에 인기를 끈 영화 '마션'(2015)에도 우주인이 먹는 파우치 식품이 등장해요. 이 영화는 NASA 화성 탐사대가 모래 폭풍을 만나 대원 마크 와트니가 혼자 화성에 남겨진다는 내용이에요. 그는 지구에서 가져간 파우치 식량을 아껴서 먹으려고 애써요. 파우치에 든 음식을 다 먹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오지만,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데 성공해 살아남고 지구로 귀환하게 되지요.
음식 보관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려주는 뛰어난 포장 기술로는 통조림 캔이 있어요. 통조림은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는 규칙만 잘 지키면 대략 100년 후에도 먹을 수 있다고 해요. 1824년 제조된 음식물이 들어 있는 캔을 114년 후 개봉하였는데, 그 내용물이 성분 분석 결과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던 적도 있어요.
통조림 캔은 어떻게 개발되었을까요? 1800년대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의 명령으로 요리사 출신 니콜라 아페르(1752-1841)가 전투 식량을 통에 담은 것이 통조림의 시초이고, 영국 사람들이 주석이라는 금속을 활용해 음식통을 개량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통조림 캔 모양이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통조림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금속 캔이 공기와 세균을 차단하기 때문이에요. 음식이 상하려면 세균이 있어야 하고,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 풍부한 공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맨 처음 통조림화된 음식은 189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많이 잡힌 바닷가재였답니다. 바닷가재 통조림이 개발돼 미국 해안 지방뿐 아니라 중부 내륙에 사는 사람들도 맛있는 바닷가재를 쉽게 먹게 됐어요. 지금 잘 팔리는 캔 제품은 참치, 해물 수프, 각종 야채류, 고기류, 생선류 등이 있지요. 꽁치 통조림, 햄 통조림도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예요.
화학공학, 전자공학, 고분자공학 등 연관 분야가 발전하면 음식 포장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해요. 햇반 같은 밥 즉석식품은 '에틸비닐알코올필름'이 개발되면서 상품화된 거예요. 이 필름은 식품 내로 산소가 거의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특징이 있어서 쌀밥 맛이 변하지 않게 6개월이나 보관할 수 있답니다. 최근에는 나노공학 발달로 기체를 차단하는 포장용 필름이 더 얇고 가벼워지는 추세지요.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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