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불린 콩 두부를 만드는 첫 단계. 콩을 하루 밤 잘 불려 줍니다. 지난 가을 강원도 물골에서 거둔 콩입니다. ⓒ 김민수
지난 가을 강원도 물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콩을 꺼냈습니다. 엄동설한 추위가 이어지다 보니 뭔가 따끈 따끈한 간식 거리가 먹고 싶어 두부를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두부는 제가 좋아 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얼마 전부터는 잘 먹질 않습니다. 이유인 즉 대부분 시중에서 파는 두부는 수입 콩을 사용하는데 그 수입 콩이라는 것이 GMO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것 저것 다 따지면 먹을 것이 거의 없지만 비용이 더 들어도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 자족하는 것이 올바른 먹을 거리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이겠지요.
▲ 두부 만드는 순서 멧돌이 없으니 믹서기를 사용하여 곱게 갈아 자루에 넣고 걸릅니다. 찌꺼기는 비지 찌개로 먹으면 좋습니다. ⓒ 김민수
하루 밤 콩을 불린 다음에 껍지을 골라 내고 콩을 부드럽게 갑니다. 멧돌로 갈아 두부를 만들면 불편하긴 해도 더 맛있다는데 멧돌이 없으니 믹서로 갈아 줍니다.
면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 손으로 주물럭 거리며 콩 국물을 뺍니다. 어머님이 직접 총 감독이 되시더니만 이내 두부는 손맛이라며 본인이 나섭니다.
▲ 두부 자루에 넣고 걸른 국물을 또 다시 고운 채로 걸러 냅니다. ⓒ 김민수
▲ 두부 만들기 콩 국물을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간수를 적당하게 넣습니다. 두부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 김민수
그렇게 자루에서 나온 콩 국물.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고운 채반에 부어 건데기를 제거합니다. 뭐 하나 간단한 일은 없는가 봅니다.
그리고 물을 적당히 부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곁에는 지난 가을 김장을 담그기 위해 저 멀리 신안에서 사 온 소금에서 얻은 간수가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간수를 부어야 두부가 엉기게 된답니다. 너무 많이 부으면 쓰다고 합니다. 그러니 간수로 간을 적당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시중에서 간수를 사서 두부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게 중국산인지 두부가 잘 엉기지 않아서 낭패를 본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늘 천일염을 직접 자루째 사고, 사 온 소금을 고여 간수를 직접 받아 사용을 합니다.
▲ 두부 만들기 곁에서 지켜 보며 주걱으로 잘 저어 주어야 합니다. ⓒ 김민수
▲ 두부 만들기 드디어 완성된 순두부. 양념 간장만 넣어 먹으면 된다. ⓒ 김민수
▲ 두부 만들기 이러게 뭉쳐진 두부만 틀에 넣고 적당히 압력을 가해 수분을 빼 내면 두부가 된다. ⓒ 김민수
드디어 서서히 두부가 만들어 집니다.
순두부와 모두부 두 가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순두부는 뜨끈한 국물에 양념 간장만 넣어 먹어도 되고, 모두부는 잘 썰어서 김장 김치를 싸서 먹으면 됩니다.
▲ 두부 만들기 일단 순두부부터 맛을 본다. 역시 집에서 만든 두부의 맛이 일품이다. ⓒ 김민수
일단 순두부는 뜨거울 때 퍼서 양념장만 넣어 간을 맞춰 먹으면 됩니다.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도 예비군 훈련장 같은 곳에서 양념장만 넣어 먹던 순두부의 따끈한 맛과 추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국산 콩만 구할 수 있다면 GMO 걱정 없는 두부를 만들어 먹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불리고, 갈고, 걸러서 끓이다 간수만 부으면 되니까요.
▲ 두부 만들기 적당히 물기를 빼낸 두부. 뜨끈할 때 먹는 맛이 좋다. ⓒ 김민수
▲ 두부 만들기 모양은 조금 엉성한 듯 해도 맛은 완벽하다. ⓒ 김민수
틀에 넣은 두부는 적당하게 눌러 주면 물기가 빠져 나가면서 모두부가 됩니다.
순두부 두 그릇을 먹는 사이에 모두부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구이용 두부를 만들려면 조금 더 무거운 것을 올려 놓아 물기를 꽉 짜 주면 되고, 조금 연하게 먹고 싶으면 가벼운 것을 올려 놓아 물기를 많이 남겨 놓으면 됩니다.
인스턴트 시대가 되면서 식사 준비나 간식 준비를 하는 시간조차도 마치 낭비하는 시간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먹어 치우고 남는 시간 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이라는 망령에 사로 잡혀 살다 보니 오히려 삶의 여유를 잃어 버렸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결코 그 시간이 자신의 내적인 성숙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 오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가끔씩은 이렇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접 만들어 먹는, 더 나아가 최대한 자급 자족하는 구조가 되어야 우리의 식탁과 건강을 지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콩을 심고 거두고 두부가 되어 몸에 모시기까지의 과정은 길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맛난 두부 GMO 걱정 안 하고 배 부르게 먹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