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사
제 1 편 개 벽(開闢)의 여 명(黎明)
제 1 장 동 방(東方)의 새 불토(佛土)
1. 서 설
일찌기 정산 종사(鼎山宗師)는 새 회상의 창건사 서문에 쓰시기를 「역사는 세상의 거울이라 하였나니, 이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일의 흥망 성쇠가 다 이 역사에 나타나는 까닭이니라. 그러나, 역사를 보는 이가 다만 문자에 의지하여 지명(地名)이나 인명(人名)이나 연대(年代)만 보고 잘 기억하는 것으로 능히 역사의 진면(眞面)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나니, 반드시 그 때의 대세와, 그 주인공의 심경과, 그 법도(法度) 조직과, 그 실행 경로를 잘 해득하여야만 능히 역사의 진면을 볼 수 있고, 내외를 다 비치는 거울이 될 것이니라. 그런즉 우리 회상은 과연 어떠한 사명을 가졌으며, 시대는 과연 어떠한 시대이며, 대종사(大宗師)는 과연 어떠한 성인이시며, 법은 과연 어떠한 법이며, 실행 경로는 과연 어떻게 되었으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결실될 것인가를 잘 연구하여야 할 것이니라」 하시었다.
이에 따라, 이 교사는 먼저 동방의 새 불토인 한반도의 내력과, 선진자들의 자취와, 말세 말법의 현상을 대략 더듬고, 창건사에 의하여, 새 부처님 대종사의 출세기연(出世機緣)과, 성도 경로(成道經路)를 기술한 다음, 제생 의세의 크신 경륜 아래 첫 교화를 베푸시고 회상 건설을 정초(定礎)하시며, 새 교법을 초안하신 후, 새 회상의 창립을 공개하신 경로를 살폈다. 대종사께서 교법과 교제(敎制)를 정비하신 후 열반하시매, 정산 종사께서 시국의 만난(萬難) 중에 법등(法燈)을 이어, 교단 체제를 완비하시며, 보본 사업(報本事業)을 주재(主宰) 하시며, 모든 목표 사업 기관을 확립하시며, 교전의 편수, 삼동윤리의 선포 등으로 일원 세계 건설의 터전을 다지신 경과를 살피고, 정산 종사 열반 후 교헌에 따라 대산(大山)종법사를 추대하고, 대중이 합력하여, 교전 교서의 결집 발간, 법위 향상 운동, 종협 참여, 해외 포교, 제 2 차 보본 사업. 반 백년 기념대회 등으로 결실의 성업에 정진한 개교 반백년 동안의 대체 과정(大體過程)을 살폈다.
우리는 이로써, 대종사께서 일찌기 예시 하신 사 오십년 결실(四五十年結實)의 자취를 대관(大觀)하고, 사 오백 년 결복(四五百年結福) 향한 앞으로의 무궁한 전진에 반조하는 거울을 삼게 될 것이다.
2. 한 민족과 한반도
하늘의 자손임을 믿는 인류의 한 갈래가 밝음의 근원을 찾아 동으로 동으로 옮겨 와서 극동의 한반도에 정착하니 이것이 한민족이라 한다. 한민족은 대략 반만년 전에 이미 나라를 세우고, 아름다운 강산, 알맞은 기후와, 기름진 풍토, 넉넉한 물산에 의좋게 살면서 슬기로운 문화를 한반도에 이룩하여 왔다.
밝음을 숭배하고 예의를 숭상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의 나라는, 이웃 나라들로 부터 예의 동방 군자국이라는 기림을 받았으며, 부당한 침략을 용감히 물리치기는 하였으나, 일찌기 한 번도 이웃을 침략하는 부당한 싸움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하나라는 뜻과 크다는 뜻을 겸하여 갖춘 「한」민족 가운데, 대대로 신령한 인물들이 이어 나왔지마는, 시대의 대운이 하나의 세계로 향하여 크게 열리는 새 세상 개벽의 여명에 도덕으로 천하를 한 집안 삼을 큰 주세 성자가 한민족 가운데서 출현하게 된것은 무엇보다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지도상의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북으로 부터 남을 향하여 뻗어 내려, 양대륙이 좌우에서 감싸고 있으니, 이는 마치 세계의 추기(樞機)를 이룰 지형이며, 삼면 바다 일면 대륙에 연결된 그 위치는 세계의 문호가 됨직하다. 더구나 금강산은 천하의 명산이라, 대종사께서 「이 산은 장차 세계의 공원이 될 것이라, ...이 나라는 금강산으로 인하여 세계에 크게 드러나리라」 하셨을 뿐더러, 일찍부터 금강산에 얽혀 온 불가(佛家)의 여러 인연 설화들은, 다 고요한 아침 나라 한반도가 장차 동방의 새 불토로 무궁한 영광을 길이 누릴 것을 예시하여 왔다.
3. 한반도의 종교
아득한 옛날 부터 한민족도 숱한 신앙을 가졌겠지마는, 역사의 첫 장을 넘기게 되는 때에는 이미 태양 숭배를 알맹이로 하는 민족적 종교를 가지게 되었으니, 이것이 한반도 고유의 신앙이다. 그 후 대륙과의 교통이 활발해 지면서 불교가 들어 오고, 유교. 도교가 들어 와서, 서로 공존도 하고 배척도 하는 가운데, 각각 그 시대의 정신계를 지배하였고, 이웃 나라의 문화에 까지 적지 않은 이바지를 하였으며, 회회교도 전래된 흔적이 있으나 희미해 졌다.
근세에 이르러 개화의 물결을 타고 기독교가 서양에서 들어 왔으며,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개탄하고 무기력해진 유, 불. 선(儒佛仙三敎)의 총화를 이루어, 서교(西敎)에 대응하면서, 보국 안민(輔國安民) 광제 창생(廣濟蒼生) 하기를 주장하는 동학(東學)이 일어나고, 동학이 여러 가지 변모와 분파를 이루면서 특히 호남을 중심으로 퍼지는 가운데 증산교(甑山敎)가 일어나, 동학과 쌍벽을 이룸으로써, 한반도에는 고유의 민간 신앙에 전래(傳來)의 비결들을 결부시켜 개벽의 대운을 기다리는 수 많은 신생 종파가 뒤를 이어 일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