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사줘도 잘 갖고 놀지 않는 예지는 유독 리모콘과 핸드폰을 좋아한다.
특히나 리모콘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평상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홈시어터 리모콘이나 TV 본체 리모콘이 아닌케이블 리모콘을 유독 좋아한다.
아마 알록달록한 버튼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예지에게 리모콘을 맡긴채 온가족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보면
한참 재미있는 순간에 채널 돌아가는 일이 일상 다반사인지라
아내는 종종 예지에게 자기 핸드폰을 잘 닦아서 쥐어주곤 한다.
그럼 예지는 그걸 쪽쪽 빨아대는데........
어느 날 아내 핸드폰을 보니 액정이 맛이 가있고 대부분의 기능이 실행되지 않았다.
왜 이러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예지의 침에 핸드폰이 침수가 되었단다.
안그래도 연애할 때부터 썼던 폰인지라 오래 쓰기도 했고,
예지가 침으로 침수시키기 전에도 액정에 줄이 가 있는 등 바꿔줘야 할 때가 되기는 했었던지라
잘 됐다 싶어 겸사겸사 아이폰 4를 질러줬다.
수많은 스마트 폰 중에서도 유독 아이폰을 고른 이유는
어딘가에서 얼핏 봤던 아이폰의 유아관련 어플이 굉장히 맘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내와 예지를 위한 아이폰4 랄까?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핸드폰 가게에 가서 물어보니 예약해서 받으려면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2주 정도면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그냥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11월 6일에 85차로 예약을 해서 19일에 받았다.
딱 2주 걸린 셈이다.
아이폰을 예약한 사이트에서 아이폰과 함께 사은품으로 젤리 케이스와 보조 배터리를 보내줬다.
확실히 아이폰의 배터리가 빨리 닳는 감이 있는데 저 보조 배터리는 어떻게 쓰는건지 모르겠다.
본체에 끼워놓아도 사용하다보면 액정 우상단에 있는 배터리 양은 감소하고 있던데 말이지.......
어쨌든 젤리 케이스를 씌워놓고 있다보니
아이폰의 아름다운 뒷태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는 것처럼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아이폰의 장점이라면 또 기기의 디자인이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걸 가려버리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해서
공짜로 준다는 정품 범퍼를 받아오라고 아내를 인천 주안의 대우 일렉 서비스 센터에 보냈다.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때에는 이 정품 범퍼도 물량이 달려서 신청하고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던데
아내는 신청하러 가서 신청서 양식을 쓰고 5분 기다려서 받아왔다고 한다.
아이폰도 그렇고 정품 범퍼도 그렇고 어느정도 살사람은 다 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당일 개통이 가능해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다.
필름은 좀 좋은걸 사서 붙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사은품으로 보내준 저질 필름을 붙였더니 이건 뭐 아이폰 액정에 기스날까봐 다시 떼는 것도 애매하고
그냥 붙여서 쓰자니 필름 위의 자잘한 기스가 눈에 거슬리고......
아내도, 나도 처음 사용해보는 스마트폰이 이 아이폰인데
뭐랄까 이것도 역시 디카를 바꿨을 때처럼 신세계라는 느낌이랄까?
평소에는 내가 컴퓨터를 켜놓으면 아내가 몰래 방에 들어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일 없이 아내는 아이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나는 아내 옆에 앉아서 아내가 아이폰 가지고 노는걸 마냥 쳐다보고만 있는다.
그러다 아내가 마지못해 아이폰을 던져주면 헥헥대면서 좋아라 액정을 눌러대는 뭐 그런 일상이다.
아이폰이 도착하고 이틀만에 엄청난양의 데이터량을 소비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공유기도 한대 사서집을 와이파이존으로 만들어버렸더니 데이터량 걱정도 없다.
스마트폰을 산 이유 중에 하나는
예지 때문에 집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아내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만큼
소기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한 것 같다.
아내가 잘 갖고 노는 것을 보고, 또 나 자신도 아이폰으로 놀아보니
멀쩡한 내 폰도 스마트 폰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멀쩡하다보니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