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의 최전선, 삼척에서 희망을 본다
성원기 강원대 전자공학과 교수 (발행시간 2014-10-01 16:34:19)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삼척에서 서울까지 도보순례를 마치고 서울 도착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승빈 기자
핵발전소와 21년째 기나 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해안 인구 7만의 작은 도시가 있다. 그곳이 삼척이다.
1982년 당시 5공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삼척시 근덕면에 핵발전소예정지역이 지정 고시되면서 핵발전소와의 악연은 시작되었다.1993년 핵발전소 건설이 가시화되자 당시 삼척시 근덕면 전체주민인 7,000여명이 근덕초등학교에 집결하여 원전백지화 결사항쟁을 선포하였다. 이후 6년간 살신의 정신과 애향의 열정으로 항쟁을 통하여 1998년 정부로부터 고시 철회를 이끌어내고 원전백지화 기념탑을 세웠다. 전국 최초로 주민의 힘으로 핵발전소를 백지화시킨 자랑스러운 역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2005년, 핵폐기장 추진도 시의회에서 부결시켜 핵폐기장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2010년 당시 김대수 삼척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한 주민의사 수렴 없이 시의회의 동의만 받아 핵발전소 유치신청을 함으로써 핵발전소 망령은 다시 되살아났다. 이에 핵발전소를 막아내기 위하여 도계본당 박홍표 신부를 상임대표로 하는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반대 활동에 돌입하였다. 반투위는 시의회가 유치동의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핵발전소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이를 묵살하였으며, 이에 반투위는 2012년 시장을 주민소환하고 새로운 시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하기 위하여 시장주민소환 운동을 벌여 선관위에 소환청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소환정국에서 소환투표 확정을 하루 앞두고 또 다시 정부가 삼척원전예정지역 고시를 발표함으로써 1993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항쟁을 통하여 백지화 시킨 핵발전소 시계를 다시 30년전인 1982년 상황으로 되돌려 놓았다.
각종 투표 방해로 비록 시장 소환에는 실패했지만 2년 후인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반핵을 기치로 내건 김양호 시장을 62.4%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킴으로써 응어리진 시민들의 탈핵에 대한 열망이 세상에 드러났으며 핵발전소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하여 반핵시장 당선 후 2010년부터 줄기차게 요구하여 온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하여 삼척시는 삼척원전 신청철회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을 삼척시 의회에 제출하고 삼척시의회가 2014년 8월 26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으로서 주민투표의 숙원을 풀게 되었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정부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당일 삼척원전 신청철회는 국가사무이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함으로써 삼척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삼척의 승리, 우리나라 탈핵의 희망이다
지난 4년간 무소불위의 지방권력과 맞서 싸워오며 얼마나 힘들게 얻은 주민투표인가? 주민투표가 무엇인가? 지역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 결정하자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한 가운데에 핵발전소를 들여 놓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신청 당시 정부는 당연히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핵발전소보다 덜 위험한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면서 정작 가장 위험한 시설인 핵발전소 유치는 시의회의 동의만 받아 지자체장이 신청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약화시켜 지역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으로 지역공동체의 평화가 깨졌다.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였으면 모두 피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제라도 주민투표를 하여 유치찬성이든 유치반대이든 주민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을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주어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지역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으로 가는 길이다.
강원 삼척원전 유치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22일 오후 삼척시청 앞 도로변에 게첨된 주민투표 참여 독려 현수막을 초등학생들이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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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꾸로 정부는 주민투표를 불허하고 있으며 선관위는 주민투표 관리를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척의 선택은 자명하다. 삼척은 핵발전소를 막아내기 위하여 자체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투표인 명부 작성에 필요한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기위하여 동부서주하고 있다.
정부는 핵발전소는 국민의 수용성, 또는 주민의 수용성을 보아 결정한다고 했다. 수용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투표는 불가피한 절차이다. 정부의 입장에 따라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관리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주민이 핵발전소 수용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호주머니 털어가며 투표하기 위해 뛰고 있다.
민주주의란 민이 주인인 세상, 즉 백성이 주인인 세상에 다름 아니다. 핵발전소 유치에 대한 결정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백성인 이 땅의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 10월 9일 삼척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삼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주민투표를 잘 치러 낼 것이고 결집된 주민의 의사로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핵을 막아낼 것이다.
이것이 삼척의 희망이고, 우리나라 탈핵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