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핀의 희망편지 2_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
누군가에게 나를 시인이라고 소개하면 어떤 이는 호가 뭐냐고 물어옵니다.
내가 ‘봄핀’이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묻습니다. 나는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사는 일이 많이 힘드시죠? 저는 힘들 때마다 위안 삼아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시대의 가인(歌人) 양희은이 부르는 ‘인생의 선물’이라는 노래입니다. 곡도 좋지만 노랫말을 한번 새겨들어 보세요.
봄이면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그리도 고운 줄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내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그 후에야
비로소 내 마음에 꽃 하나 들어와 피어 있었네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하나 있다면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하지 않고 지는 해
함께 바라봐 줄 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 다른 건 바랄 게 없어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
- 양희은의 노래 ‘인생의 선물’ 뒷부분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 노래를 처음 듣고난 그날부터 ‘봄핀’을 나의 호로 삼았지요. ‘봄산에 핀 꽃’을 줄여서 ‘봄핀’이라고 한 것인데 요즘은 호라고 하지않고 닉네임이라고 하죠~푸하하하~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웃으면서 조용하게 싫다고 말을’
하는 그 마음, 그런 여유로 살고 싶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아무 말하지 않더라도 나란히 곁에 앉아 있어줄 친구
그런 친구를 생각하며 쓴 졸시 ‘친구’를 덧붙입니다.
힘들 때 위로가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
박상봉
반갑다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나 살가운 정 뜨겁게
느껴본 것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졸업사진을 찍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차마 버릴 수 없는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고
뿔뿔이 흩어지던 날의 기억 잊은 듯 했는데
세월 흐른 뒤에도
추억은 몸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도꼬마리 같아서
세상에 비 오고 눈 내릴 때마다
낡은 흑백앨범을 자꾸 들추게 하고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생 녀석이
반갑게 손잡고 가까운 찻집으로 이끌던
그 따뜻한 손길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이다
거친 폭포 뛰어넘고 강물 거슬러 오르며
숨 가쁘게 살아온 세월의 속주머니 뒤집으면
기억날까 친구야,
한때 우리 곁에서 빛나던 시간들
운동장에 홀로 그늘을 만들며 자라나던 느티나무
낡은 목조건물 푸른 지붕 위로 해 넘어갈 때
어린 마음에도 아름답기 그지없던 저녁노을
소중한 추억 가슴에만 묻어 둘 수 없어
우리 다시 만나 뜨거운 가슴 부둥켜안고
언제가 부르다가 만 그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이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박상봉 시인의 약력
· 1958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으나 출신지는 경북 청도다.
· 1981년『시문학』추천 이후 박기영·안도현·장정일 등과 동인지『국시』로 문단 활동 시작하다.
· 1985년부터 5년간「시인다방」경영하다.
· 1990년 평론가 구모룡·남진우·박철화 추천으로 현암사가 발간하는『오늘의 시』선정되다.
· 1995년 『문학정신』가을호「쎄씨를 읽는 남자」외 2편 발표로 중앙문단에 등단하다.
· 2007년 첫 시집『카페 물땡땡』(만인사)을 발간하다.
· 공동시집『잠시 나가본 지상』(청하) 외 2권이 있다.
· 제2회 사대문학상, 제3회 계명문화상을 수상하다.
·「시인과 독자의 만남」을 비롯 지역문학 행사를 200회 이상 기획·운영하고, 대구·구미·구로 등 다양한 지역에서 문학활동과 문화운동을 펼치다.
· 2020년 6월부터「30년전 시인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 구미시 경북도립도서관「느티나무 독서회」와 금오공대 대학원 등 시창작 지도 경력이 다수 있으며, 현재「봄핀과 함께 하는 시인수업」개인지도 등을 맡고 있다.
· 현재 기업성장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와 「뉴스프리존」기자로 활동하며,「박상봉 시인의 문학추억여행」을 연재 중이다.
첫댓글 홀로 지키고 계시는게,
툇마루에서 게으른 햇살을 쬐다
한품 한자락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