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땐 시세 반값에 내집”… 집값 고공행진이 낳은 ‘줍줍 열풍’
남자천사
2021.08.12. 06:58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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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땐 시세 반값에 내집”… 집값 고공행진이 낳은 ‘줍줍 열풍’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8-12 03:00수정 2021-08-12 03:08
‘줍줍 청약’ 4만9796 대 1 ‘15억 로또’ 디에이치자이개포 5채에 25만명 몰려 |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서울 강남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에 약 25만 명이 몰렸다. 3년 전 분양가로 공급돼 당첨되면 15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가 나오자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무순위 청약 5채 모집에 총 24만8983명이 신청서를 냈다. 평균 경쟁률은 4만9796 대 1에 이르렀다. 전용면적 84m²인 1채에는 12만400명이 몰렸다. 나머지 4채는 대형 평수(전용 118m²)로 12만8583명이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물량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로 청약 점수를 따지지 않고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해 ‘줍줍’으로 불린다. 당첨자는 18일 발표되며 26일까지 계약금(분양가의 20%)을 납부한 뒤 10월 29일까지 잔금을 내야 한다.
25만명 몰린 무순위 청약
3년 전 분양가보다 시세 2배돼
전세가도 뛰며 갭투자 수요불러
“공급난-높은 청약문턱이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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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사진) 무순위 청약에 약 25만 명이 몰려들며 역대급 경쟁률을 나타낸 것은 시세의 반값에 강남 신축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사는 성인 무주택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청약보다 문턱도 낮다.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2018년 3월 분양 당시 전용 84m² 분양가가 14억1760만 원이었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의 분양권이 30억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도 30억 원 수준이다. 무순위 청약 당첨자는 3년 전 분양가로 공급받기 때문에 최소 15억 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전용 118m² 분양가는 18억8780만∼19억690만 원이었다. 아직 분양권 거래 사례가 없고 매물도 없지만 부동산업계는 인근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가 35억 원 안팎에 거래된 걸 감안해 전용 118m² 역시 15억 원의 차익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난으로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세가까지 오른 점도 청약 과열 요인으로 꼽힌다. 이 단지는 청약 당첨자가 곧바로 입주해야 한다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전세를 놓을 수 있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3법’ 등으로 전세가가 이미 분양가를 넘어섰다. 전용 84m² 기준 전세 호가는 16억 원으로 분양가보다 1억8000만 원가량 높다.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내고도 돈을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 3월 무순위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청약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는데도 25만 명 가까운 인원이 몰린 것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무순위 청약에서 3채 모집에 26만 명이 몰렸지만, 당시엔 수도권에 사는 성인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도 기존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청약 문턱은 워낙 높다 보니 무주택자들이 로또 사는 심정으로 청약을 넣었다”며 “매매가와 전세가가 단기간 급등하며 생긴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