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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례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40〉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315/123996210/1
주례를 서기 위해
과거를 깨끗이 닦아 봉투에 넣고
전철을 탔는데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노부부의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다
키가 아주 큰 남편이 고개를 깊이 숙이고
키가 아주 작은 아내의 말을
열심히 귀 기울여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초등학교 일 학년 학동 같다
그렇다, 부부란 키를 맞추는 것이다
키를 맞추듯 생각도 맞추고
꿈도 맞추고
목적지도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내릴 역에 다다르면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
말없이 함께 내리는 것이다
―안홍열(1949∼ )
3월의 대학교 교정은 파릇파릇하다. 초록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파릇파릇하다. 새싹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도 낭랑하게 떠드는 것을 듣고 있자면 흐뭇해진다. 화제 중에서도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톤이 높아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푸념이라든가 누구한테 관심 있다는 이야기까지, 청춘의 3월은 흥미진진하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이 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주례를 설 만큼 나이가 지긋한 시인이 지나가다 목격한 부부 이야기만 나온다. 노부부는 서로에게 키를 맞추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단히 화려한 장면도 아니고 눈에 확 들어오는 결정적 장면도 아니지만 시인은 거기서 사랑의 정수를 찾아낸다. 저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맞추는 마음이 사랑이구나. ‘우리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하는 의식이 없이도 노부부는 평생 자연스럽게 사랑을 실천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렇게 살면 얼마나 성공적일까. 크게 부자가 된 사람, 권세 있는 사람이 부럽지 않다. 저 노부부의 사랑만이 부럽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빛명상
알밤 두 개의 인연
이른 새벽
부부가 함께
팔공산 가산산성 쪽으로
산책 겸 산행을 갔습니다.
본 학회 심별처럼 생긴
바위를 만나
그곳에서 빛(VIIT)에너지를 교류시켜
빛(VIIT)안테나를 만들었습니다.
이 길을 오가는 이들이
왠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에너지를 연결시켰습니다.
그런데 어린 다람쥐가
쪼르륵 올라와 첫 마수를 합니다.
그러고는 빙긋이
미소로 답합니다.
그래 건강하게 잘 자라라
내일은 올 떼 알밤 하나 줄게
이 시각 이 자리에서 만나자
그러고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사흘째 또 그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약속을 기다렸다는 듯
쪼르륵 올라와 앉습니다.
아차, 알밤!
그대신 빛(VIIT)을 듬뿍 주었습니다.
다음날 장확히 그 시각에
알밤 두 개 인연으로 우린 친구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미물이라도
어찌 시간 약속을
잘 지켜내는지
배우는 날이었습니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72~73
석정전다石鼎煎茶, 알밤 두개의 인연
문둥이의 전화와 아내의 눈물
로얄호텔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데 나는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친가에 얹혀살고 있었다. 월급만으로는 내 집을 장만한다는 일이 그리 녹녹치만도 않을뿐더러, 그나마 여기저기 떼어 주는 곳이 많다보니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자꾸 뒤로 밀리고 있었다.
“아이참, 저리 좀 비켜요. 청소하는 데 걸리잖아요”
신문을 보고 있던 내게 아내가 신경질을 냈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 들어 아내의 짜증이 부쩍 늘고 있었다. 괜히 이유도 없이 말을 안 하는가 하면, 은근히 눈을 치켜뜨기도 하고, 왜 아이와 놀아주지 않느냐, 왜 물을 꼭 잠그지 않느냐, 와이셔츠 꼬락서니가 이게 뭐냐, 용돈은 어디에 썼느냐 등등 해가며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다. 꼭 대판 싸울 기회를 작심하고 노리는 사람 같았다. 평소엔 그러지 않던 사람이라 이상했다.
그러다 그날 저녁 기어이 싸움이 나고 말았다. 결혼 이후 첫 부부싸움이었다.
“아니, 신문도 못 보나? 안방부터 청소를 하고 나오면 될 거 아니오? 당신 요즘 들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내가 뭐 당신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소?”
“왜 그러긴 뭘 왜 그래요? 빨리빨리 청소하고 밀린 빨래도 해얄 것 아녜요. 당신 하나 때문에 청소도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란 말이에요, 그럼?”
아내는 더욱 소리 높여 짜증을 부렸다.
“이 사람이 왜 소리는 높이고 그래? 여기 우리만 사나? 어머니도 계신데 이럴 수 있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요?”
“말씀 한번 잘 하셨네요. 그래, 어머님도 계신데, 당신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예요? 언제까지 어머님 신세만 지고 있을 거냐구요? 어머님 보기 민망하지도 않아요? 이젠 그만 살림을 나야 할 것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요? 살림나는 것 때문에? 지금 적금 들어가고 있지 않아? 그거 타면 나기로 해 놓고서 새삼스럽게 왜 또 이러는 거요? 투정부리는 거요, 지금?”
“나 참 기가 막혀서……. 당신, 적금이 이번 달로 끝나는 거 몰라요? 그 다음엔 어떡하기로 했죠? 어떡하기로 했냐구요? 이래도 생각나는게 없어요?”
“생각나는 거라니? 뭐가?”
“세상에, 기가 막혀서……. ”
“아니 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야? 도대체 이 사람이?”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돼요? 좋아요. 보너스 어떻게 됐어요? 우리 계획이 뭐였죠? 적금 타고, 연말에 보너스 타서 그 돈 합쳐서 살림나기로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보너스는 어떻게 됐죠? 적금은 이번달에 타기로 돼 있는데, 보너스는 어떻게 됐느냐구요. 보너스 나올 때는 벌써 지났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는 거죠? 어떻게 된거냐구요?”
우리 호텔은 다른 곳처럼 보너스가 2~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단 한 차례 몰아서 보너스를 지급한다. 때문에 보너스를 탈 때면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아내는 그 보너스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건만 내게서 아무런 소식도 없자 짜증을 부린 것이다.
“보, 보너스……?”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그때서야 연말에 적금하고 보너스를 합해서 집을 장만하자고 했던 아내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아내는 가구도 몇 개 새로 들여 놓을 궁리를 하며 무척 즐거워했었다.
“그래요, 보너스 어떻게 된 거예요. 받은 거예요, 안 받은 거예요?”
“으응, 그거…, 난 또 뭐라구… 그거 말이야, 구, 구정…, 그래, 구정때 준대.”
나는 엉겁결에 그렇게 둘러댔다.
“구정이요? 왜요? 연말 보너스가 왜 구정에 나온대요?”
“응, 그건 말이야… 호텔이 장사가 잘 안 돼서, 그래서 구정에 준대.”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텔 경기가 좋다고 당신 입으로 그랬잖아요?”
“에이, 장사가 항상 잘 돼나?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구정 때가지만 기다려 봐요.”
“그래요? 구정이요?”
아내는 뭔가 미심쩍은 듯했지만, 그래도 일단 믿어 보자는 눈치였다. 그렇게 그날은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그런 어설픈 거짓말은 길게 가지 않았다.
다음 날 내가 퇴근하고 들어오자 아내는 대성통곡부터 했다. 나는 몹시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아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야? 어디가 아파?
그러나 아내는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더 소리 높여 울기만 했다. 얼마나 서럽게 울든지 꼭 상이라도 당한 사람 같았다.
“말좀 해 보라니까?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그러나 아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안방 장롱문을 열더니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나는 한동안 영문을 몰라 그대로 아내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 미쳤어?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보다 못해 내가 언성을 높이자 아내는 울음을 뚝 그치더니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보너스가 뭐 어떻게 됐다구요?”
한참을 노려보던 아내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또 그 소리? 구정에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 땜에 또 이 난리를 치는 거야?”
“구정? 구정이요?”
“그래, 구정…….”
그러자 아내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구정에 나온다구요, 보너스가? 내참, 기가 막혀서. 이젠 거짓말까지……. 당신이 호텔에 전화를 해 볼래요, 아니면 내가 해 볼까요? 뭐, 구정에 보너스가 나온다구요?”
아내는 수화기를 든 채 나를 노려보았다.
아뿔싸, 아내가 사실을 알게 되었구나. 사실 아내는 남편 직장에 전화를 걸어 그런 걸 확인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직원 중 하나가 우연히 우리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보너스 얘기가 나온 게 틀림없었다. 왜 거기까지 생각 못했을까. 더는 그런 식으로 아내를 속일 수 없었다.
“사실은 말이야, 보너스가 나오긴 나왔는데… 내가 급히 쓸 데가 있어서… 미안해요. 일부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건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까…….”
“됐어요.”
아내는 차갑게 내뱉더니 그 길로 보따리를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얼마나 찬바람이 돌던지 어떻게 잡을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처가 어른들께서는 우리 결혼을 반대했었다. 호텔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오죽하겠느냐며 그런 사람들에겐 절대 딸을 줄 수 없다고 하셨었다.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한 결혼이었다. 헌데 이렇게 아내가 친정으로 가 버렸으니 이래저래 심란했다. 처가 어른들은 뭐라 하실 것이며, 또 아내에게 잃은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두루두루 난감하기만 했다. 호텔에 다니는 놈이 다 그렇지, 몇 년 착실하게 보내는 것 같더니 이제 본성이 나오는 거지, 하는 처가 어른들의 말씀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보너스를 사용한 용도를 밝히기 전까지는 쉽게 아내의 화도 풀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내가 화돌 식힐 겸, 이 기회에 푹 쉬다가 오라는 마음으로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사실 그 보너스는 뜻하지 않게 내 손을 떠나고 말았다. 보너스를 받은 날이었다. 프론트에서 객실 손님들의 숙박부를 점검하고 있는데 커피숍 쪽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 봤더닌 문둥병 환자 하나가 커피숍에 서 있는 것이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고 옷에는 핏물까지 든 것이 섬뜩했다.
“내가 거지긴 하지만…….”
문둥이는 한 여자 손님 앞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손바닥 위의 동전을 그 여자 손님에게 내밀고 있었다. 손가락이 끊어져나가고 고름 투성이인 손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얼굴을 찌푸리게 햇다.
“아악-! 아악-!”
여자 손님은 기겁하여 죽어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아마도 그 여자 손님이 문둥이가 구걸을 하자 10원짜리 동전 한 닢을 주었던 모양이다. 문둥이는 그게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이 돈 필요 없습니다. 아줌마 도로 가져가세요.”
문둥이는 계속 여자 앞에서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문둥이를 제지했다.
“여기는 영업하는 곳이니 일단 이리 나와요. 나랑 저쪽에 가서 얘기합시다.”
“싫어요. 이 아줌마가 동전을 도로 가져가야 나도 갑니다.”
문둥이는 쇳소리 섞여 나오는 목소리로 계속 고집을 피웟다.
“아저씨, 빨리 이 사람 데리고 가요. 끔찍하단 말예요. 빨리요!”
여자 손님은 호들갑스럽게 나를 재촉했다.
“알았습니다. 제가 데리고 가죠. 하지만 이런 환자는 병을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어쨌든요. 끔찍하고 불쾌하단 말예요.”
여자 손님은 매정하게 말했다. 아무리 문둥병 환자라지만 사람을 바로 앞에 세워 두고 그런 말을 하다니……. 나는 그 여자 손님이 야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게는 손님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나는 고집을 피우는 문둥이를 설득해 밖으로 끌어냈다.
“어디서 왔어요?”
“칠곡이요.”
문둥이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문둥이가 애처로웠다.
“밥은 먹었어요?”
“…….”
문둥이는 딴청을 부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하기야 제때 끼닌 다 찾아 먹어가며 구걸을 하러 다닐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집에 있는 가족들은 또 얼마나 굶주리고 있을 것인지 보지 않아도 훤했다.
마침 내 손엔 그날 받은 보너스가 들려 있었다. 받은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보너스였다. 나는 보너스 봉투를 만지작거리다가 결심했다.
‘역시 나는 돈하고 인연이 없구나. 그래, 내 주제에 돈은 무슨 돈이냐…….’
집사람도 집사람이지만 지금 이 돈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내 앞의 문둥이 같았다.
“자, 이거 가지고 가요.”
나는 조금 전 받은 보너스를 세어 보지도 않고 봉투재 넘겼다.
“아니, 이건 월급봉투 아닌가요?”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쨌든 넣어둬요. 무슨 돈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돈은 받을 수 없어요.”
“글세 넣어둬요. 괜찮다니까…….”
문둥이는 의외로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나는 그런 문둥이를 타일러 봉투를 떠넘기듯 찔러 줬었다.
아내에게 이런 일을 굳이 말하지 않은 건 쑥스럽기도 하고 아내한테 미안한 감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질지 못한 성격으로 아내는 3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화는 많이 풀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직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신한테 많이 실망했어요. 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죠?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는 거예요?”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원망하듯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내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도대체 그 돈을 어디다 쓴 거예요. 당신이 헤픈 곳에 돈을 쓰고 다녔을 린 없고, 말 좀 해 봐요. 당신이 어디다 썼다면 내가 이해 못 할까봐 그래요? 내가 당신한테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속인 거예요?”
“미안해요. 정말 속이려는 뜻은 없었어. 급히 쓸 데가 있어서 그랬던 것뿐이야.”
“그러게, 그리 급하게 쓸 데가 어디였냐구요. 어머님 드렸어요? 아님 서방님 드렸어요? 말 좀 해 봐요.”
“…….”
“그렇죠? 맞죠? 어머님 드렸죠? 왜 그런 일을 저 모르게 하는 거예요. 내가 어머님 드린다면 못 드리게 해요? 왜 날 이상한 여자로 만드냐구요. 내가 당신한테 어떤 여자였는지 이제 알았어요.”
“허-, 그렇게까지 얘기할 건 또 뭐 있어?”
“아님,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날 통해서 드리면 좀 좋아요? …어쨌든 좋아요.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다른 곳에 쓴 것도 아니고 어머니한테 드린 거니까 더 이상 말 않고 넘어가겠어요.”
이렇게 해서 그 일은 넘어갔지만, 그 후로 아내의 태도는 눈에 띄게 퍼석해졌다. 딱히 집어낼 수는 없었지만 살가운 감정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말라붙은 저수지였다. 아내를 전처럼 대하기가 어색할 정도였다.
그러고 며칠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마침 부엌에서 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라구요? 어디요?”
아내는 힐끗 내 쪽을 쳐다봤다. 나한테 온 것이구나 싶어 전화를 받으려고 하니 아내가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요? 네, 네…….”
아내는 힐끔힐끔 내 얼굴을 봤다.
“네, 우리 집 양반 맞아요. 그런데요? 네, 네. 아니, 아니에요. 네, 네…….”
점점 아내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리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통화를 했다.
“네, 네……. 아, 예. 그랬군요…….”
아내의 눈에 물기가 맺히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무 부담 갖지 마시고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하세요. 네, 그럼요, 아무 걱정 마세요. 네, 건강하시구요…….”
전화를 끊더니 아내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눈물을 훔치며 아내가 목 메이는 소리로 내게 말했다.
“뭘? 왜 그래, 당신?”
“미안해요, 여보. 그런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요.”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무슨 전화길래 그래?”
“칠곡 문둥이촌이라고… 당신한테 돈 받은 사람이래요. 당신이 돈을 줬다면서, 받고 보니 너무 많은 돈이라……. 호텔로 찾아가 직원들한테 당신 연락처를 물어 봤대요. 흑… 나보고… 이렇게 많은 돈을 줘버리면 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흑흑… 그래서 받을 수 없다고…….
흑흑… 미안해요, 여보. …엉엉…….“
아내의 우는 모습이 측은해 보였다. 못난 남편 만나 변변한 옷 하나 걸쳐 보지 못하고 살면서도 심성은 누구보다 고운 아내였다. 그런 아내였기에 더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이후 우리의 집 장만은 1년이 늦춰졌지만 나와 아내는 기꺼이 그 1년을 기다릴 수 있었다.
출처 : 행복을 나눠주는 남자 1996.11.25.초판,
2009.11.30개정판 1쇄 P. 54 ~ 65 중
첫댓글 삽화그림이 참 다정하고 편안합니다.
가슴 뭉클한 보너스 이야기... 감사합니다.
참 사랑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무한의 빛명상의 빛과 함께 특은의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라...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ㅎㅎ 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빛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역사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눈물겨운 < 문둥이의 전화와 아내의 눈물 > 빛역사이야기 읽으며 싸~한 마음으로 학회장님께 무한한 존경의 마음 가득 담아 올립니다~
소중한 빛의 글 마음에 잘 담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늘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시고 도와주시는 학회장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감동적인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의마음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
언제 읽어도 감동으로 밀려오는 글 감사합니다.
귀한글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창부수. 좋은 분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학회장님 다회회장님 감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도 학회장님과 다회회장님의 이야기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읽을때마다 눈물이 맺히는
감동이 있는 빛역사이야기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두 분의 아름다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에 눈물이 납니다.
학회장님. 다회 회장님께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따스한 마음을 알 수 있는 일화인데 감동적입니다.
두분의 아름다운 마음 감동입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이 매어준 인연!
두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감동적인 빛역사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나눔이 먼저셨던 두 분의 넓은 마음을 뒤늦게
조금씩 배웁니다.
두분은 어려운 이들에게 나눔에는 함께 하시고 변함이 없으십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