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 이사장 지욱 스님이 은사이자 서불대 설립자인 전 이사장 덕해 스님을 차량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는 일은 세간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행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는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욱 스님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서불대 전 이사장 덕해 스님이 학교 소유의 승합차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유재산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지욱 스님은 고소 사실에서 “자신은 현 보문학원 이사장이고, 덕해 스님은 보문학원 전 이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서불대가 2007년 7월 구입한 승합차를 덕해 스님이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어, 2008년 7월과 9월, 10월 3차에 걸쳐 차량 반환을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어 형사 고발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욱 스님은 또 “덕해 스님에게 차량반환 요청과 함께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의사를 수차례 전달했으나, 반응이 없어 법의 심판을 구하고자 한다”며 “피고소인(덕해 스님)을 처벌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교계는 상좌가 은사를 범인으로 몰아 법적 처벌을 바라는 고소장을 접수시켰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특히 덕해 스님이 학교를 설립한 당사자로 그동안 80억 원대의 건물을 비롯해 매년 3~4억 원의 정재를 마련해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출가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 교계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최근 재판부로부터 보문학원 운영과 관련한 비리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 받아 이사회 복귀를 타진 중인 덕해 스님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몰아감으로써 이사 복귀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 승려법 제47조에 따르면 ‘승려 사이의 문제를 종단 내 사정기관의 시정 절차를 밟지 않고 사회 기관에 고소, 고발, 진정, 탄원 등을 행한 자’는 물론, ‘은사에 대하여 불손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 등의 징계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지욱 스님의 덕해 스님 고소 사태는 종법에 따라 중징계 될 수 있다는 것이 종단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법원의 총장 지위보존 가처분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황윤식 총장은 1월 13일 교무회의를 통해 덕해 스님 고소의 건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황 총장은 “서불대는 2002년 덕해 스님이 회주로 있는 보장사의 재원으로 승용차 두 대를 마련했으나, 2007년 경비절감 차원에서 차량을 매각하고 승합차로 대차 구입해 보장사와 서불대가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당시 이사장 D 스님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설립자에 대한 고소는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해 교무회의를 통해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총장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욱 스님은 1월 23일 이사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 “차량 절도 고소를 임의로 취하를 한 것은 이사장의 권한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라며 “이에 대한 책임이 황 총장에게 있음을 통보한다”고 경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조계종 총무원 한 스님은 “고소 철회 절차를 밟고 있어 법정에서 스승과 상좌가 만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종단 내 사정기관의 시정 절차를 밟지 않고 사회 기관에 고소를 하고, 그 대상이 은사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불대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12일 지욱 스님의 덕해 스님 고소 사건에 대한 내용을 조계종 호법부에 접수시켰다.
김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