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최모씨(31)는 ‘변호사시험’(변시) 삼수생이다. 내년 1월 변시를 앞두고 신림동 고시촌에 칩거하고 있다. 그는 4일 “로스쿨에서 변시에 떨어진 졸업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지만 교수님이나 후배들 보기가 부끄러워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신림동 고시촌에 최씨 같은 ‘변시 낭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법시험(사시) 폐지를 앞두고 ‘사시 낭인’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시촌에선 “사시 낭인의 빈자리를 변시 낭인이 채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변시 불합격자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1283명에 달했다. 한 해 전국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 수준이지만 재수, 삼수생이 해마다 누적되면서 불합격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법무부는 매년 입학정원의 75% 수준인 1500명 선에서 합격자를 관리하고 있다. 불합격자는 2012년 214명에서 매년 200~300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 로스쿨 학생은 “매년 변시 낭인이 300명가량 순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초엔 시험 불합격률이 50%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변시 재수생은 “사시와 달리 대부분 쉽게 붙는 시험에 떨어졌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며 “다른 시험보다 부담감이 오히려 더하다”고 털어놨다.
상당수 로스쿨 학생들은 ‘변시 낭인만은 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재학 기간 내내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방에 있는 국립대 로스쿨에 다니는 이모씨(27)는 “변시 낭인이 되는 게 두려워 1년 휴학하고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주변 동기 중 절반가량은 시험 부담 때문에 휴학을 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