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와 한 남자가 사는 집, 나는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20년 된 낡은 아파트를 좋아한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자란 이름 모를 들풀들, 반기는 이 없어도 꽃으로 피어나 내게 말을 건넨다.
집 앞 도로엔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비가 내리면 그곳에서 들려오는 차들의 바퀴소리, 한여름 밤의 시원한 소나기로 내게 다가온다.
꼭대기 층이라 때로 비가 샌다. 작은 딸 가은이는 재빨리 세숫대야를 받힌다.
똑 똑 똑 똑......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정말 듣기 좋다. 새침데기 큰 딸 가림이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그냥 바라만 본다. 아내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아빠, 우리 너무하다."
가림이는 거든다.
"맞아, 요새 비가 새는 집이 어디 있어!"
나는 딴청을 부린다.
"빗소리가 듣기 좋잖아!"
모두들 웃는다.
나는 가은이의 책가방을 좋아한다. 토요일 오후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때묻은 책가방, 나는 괜한 웃음을 머금는다. 노는 것이 바빠 가방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친구에게로 달려간 내 작은 딸 가은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가방을 연다. 구겨진 일기장을 펼친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가은이,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를 삐뚤삐뚤 적어간다. 부러운 생각이 든다.
가은이는 내가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삼사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항의하듯 말한다.
"아빠, 오늘 술 안 먹어?"
"왜?"
"그냥!"
가은이는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다. 난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술에 취하면 내겐 몇 가지 버릇이 있다. 내 딸들이 먹을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산다. 때로 세 여자를 위해 세 송이의 꽃을 꺾는다.
벚꽃 코스모스 호박꽃 민들레......
모두들 잠든 깊은 밤, 나는 식탁 위에 내 딸들이 먹을 것들을 놓아두고 맥주 잔에 꽃을 꽂는다.
아침, 갈증을 느끼며 냉수를 찾는다.
"가은아, 아빠 물!"
냉수를 병째로 들고 온 가은이는 말한다.
"아빠, 어제 술 마셨지?"
가은이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위해 내게 술을 강요한다. 나는 즐겁게 받아드린다. 아내는 걱정이 태산같다.
첫댓글 아파트도 새는 집이 있나요??.......... 무지 낭만적이군요 신혼시절 달동네 살때는 비만 오면 새우잠 자며 양동이 받쳐놓고 애들 돌보느라 날새곤 했었지요^^ 아련한 시절이 생각납니다.
어서 보수공사 해달라구 하세요 관리실에 말해서요 .... ^^* 그래도 운치는 있겠네요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소리를 중심으로 가족이 모여서 대화도 하구요 ^^*
자상한 아빠시내요 따님들이 너무 귀여워요 요즘애들갖지않게 불평이 업내요 ㅎㅎㅎㅎㅎ그렇게 만든이는 사모님이시갯죠 그분의 덕목이 보이내요 행복 한가정 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비록비는 새어 "세수대야"를 받치고하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똘똘뭉친 그모습...넘 좋습니다..
대한민국의 지극히 보통남자.......긍정적인 하늘문님의 가정에 무한한 행복이 가득하시길 빌며 조용히 문닫아 드립니다...편히 주무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