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만기씨가 천하장사를 한창했을 무렵, 나는 테레비에 어떤 대학교수가 나와서 일본의 스모와 한국의 씨름을 비교하면서, 일본의 스모는 선수들의 몸무게만 하더라도 한국의 씨름선수들을 압도한다며 일본의 스모를 한국의 씨름 보다 훨씬 나은 스포츠라고 이야기하는 걸 시청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그 이후 혼자서 종종 떠올리곤 하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가끔 하곤 하였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그 몸을 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몸무게만 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만큼, 시쳇말로 비게덩어리로 보일 정도로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커녕하고, 건강과도 거리가 멀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들 것이다.
반면, 한국씨름선수들은 중량급으로 올라가면 다소 비대한 느낌이 들지만, 경량급 씨름선수들의 몸매는 그야말로 육체미 선수들 보다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한국씨름의 기술은 일본의 스모에 비해서 훨씬 다양하고 볼 거리가 많다. 일본의 스모는 글자 그대로 비대한 몸무게로 밀어 내거나 쓰러뜨리는 등의 아주 단순한 것들임에 반하여, 한국씨름의 뒤집기 등은 아주 화려하고 기술도 다양하다.
더구나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그저 몸무게부터 늘여야 하기 때문에 너무 비대해진 몸 때문에 선수생활을 그만 두고서 50살을 넘기지 못하고 여러가지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사람이, 더구나 교수라는 사람이 일본의 스모가 한국의 씨름 보다 우월한 스포츠라는 소리를 테레비 토론프로에서 하는 걸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가 가난할 무렵,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것이라면 무조건 한국 것 보다 낫다는 의식이 70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팽배했었다는 기억이 있다. 오죽하면 당시에 '미제는 똥도 좋다'는 유행어까지 있었을까?
원글을 쓴 사람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한국의 국밥집 같은 데서, 가마솥을 밖에다 거는 것은 일종의 시각효과로서 옛날 가마솥에서 음식을 하던 옛날의 정겹던 추억도 떠올리고, 밖에 걸어 놓은 가마솥에 불을 때서 음식을 하면 왠지 더 맛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이지, 그걸 손님들이 가질 수 있는 어떤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밖에다 가마솥은 거는 사람이 어딨는가?
활어문제도 그렇다. 회가 조금이라도 싱싱하면 더 좋은 것이지, 어째서 일본사람들처럼 숙성시킨다고 시간이 좀 지난 회가 더 낫다는 것인가?
만약에 반대로, 일본사람들이 활어회를 선호하고 한국에서 지금 일본처럼 시간이 조금 지난 회를 선호한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한국사람들은 싱싱한 회를 먹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좀 상한 회를 먹은다고 할 것이 아닌가?
선진문물이 수입이 되면 당연히 고유의 문화 보다는 선진문물이 좋아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에 어떤 사람은 선진국으로부터 들어 오는 문화가 다 나은 것으로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김치는 썩혀서 먹는 음식이고, 서양의 셀러드 등은 싱싱한 채소를 곧바로 먹는 것이니까, 우리나라 김치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불합리들이 우리사회에 만연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풍토가 자리잡은지 꽤 오래전인데도, 원글과 같은 철 지난 우리문화에 대한 불합리한 비하를 보니 씁쓸해서 평소의 생각을 적어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