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리공
권 금주
휴일 산책을 나섰다가 동네개울(영운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정골 낙가산 입구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산 입구부터 전에 보지 못했던 낯선 키 큰 풀들을 만납니다.
앞에 가던 남편이 연신 궁시렁 거리며 그 이상한 풀들을 보이는 대로 뽑아 버립니다.
미국 자리공 이었습니다 나는 다가가서 왜 생명을 뽑아 버리느냐고 내가 그 식물이
되어서 아픈 것처럼 불평을 하였더니, 남편은 이 식물이 들어와 엄청나게 번식되어 우
리 풀을 발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걸 왜 당신이 상관 하느냐고, 저희들 식물세계에서 알아서 다 잘 살아갈 터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뽑아 죽이느냐고, 망초도 육이오 전쟁 때 한 미군 병사에 의해 들
어 와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땅에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집안에서의 다툼질이 밖으로 나와서까지 연장전이 이어집니다.
이 좋은 산에 와서 꼭 담배를 피워 물어야겠냐는 둥.… 다시 조용히 입 다물고 산을 올
라갑니다.
이름모를 새들이 여러 다른 소리를 내며 제 마음을 위로 합니다.
그런데 아까 영운천에서 어릴 때 보지 못했던 이름도 모르는 외국에서 들어와 야생화-
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온 배스라는 물고기가 우리 토종 어류를 마구 잡아먹는 생태계
의 현상, 또 이상한 지붕의 산속 카페는 유럽풍도 아니고 몽골풍도 아니고 출처 불분명
한 것들, 대형마트에 이어 저잣거리에까지 널려있는 외국산 먹거리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습니다.
것대산 봉수대를 지나서 활공터 밑으로 내려오다가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더위보다도 무서운 뱀을 만날까봐 더 진땀이 흐르고, 겨우 우거진 숲을 헤치며 내려
오다가 작은 도랑을 만났는데 그 곁에 푸른 산수국이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아! 저 빛나는 우리 꽃들이 멸종이 되어 볼 수가 없게 된다면, 내려오는 길에 저도 미
국 자리공을 보이는 대로 뽑아 버렸습니다.
2005/21집
첫댓글 겨우 우거진 숲을 헤치며 내려
오다가 작은 도랑을 만났는데 그 곁에 푸른 산수국이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아! 저 빛나는 우리 꽃들이 멸종이 되어 볼 수가 없게 된다면, 내려오는 길에 저도 미
국 자리공을 보이는 대로 뽑아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