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
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 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 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
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
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발췌 -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어떤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 클럽 어떤 분으
로부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안 되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지하게 많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 먹었다”는 요지의 얘기를 들었을 때도 그
랬다.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누구의 말인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문장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몇달 동안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날, 다른 걸 찾던 내 눈앞에 그 문장이 떡~하니 나타났다. 기대하면서 뭔가를 기다릴 때는 안
보이다가 기대를 버렸을 때 슬그머니 나오는 세상의 다른 일처럼 말이다.
막상 찾고 보니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
는 단행본에 나오는 문장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라톤 매니아인 하루키는 작가답게 달리기를 할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명쾌히, 그것도 한권의 책에다 풀어놓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 아주 적은 이유”를 단련해야 한다면서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
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고 강조한다.
하루키는 이렇게 묻는다. 기록도, 순위도, 타인의 평가도, 효능과 겉모습도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
지 않는다.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뜨거운 심장으로 여전히 달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승점까지
완주했다는 사실. 그걸로 완벽하지 않은가?
**완주도 어찌보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 달리는 것에 행복을 느껴보세요~^^
첫댓글 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합니다.
100퍼센트 공감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