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을 맞아 정부, 여성 및 시민단체들은 남녀 모두 함께 하는 명절문화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 가부장적 명절문화가 여성들에게서 명절과 연휴의 의미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들도 여성처럼 가사에 매달리진 않지만 경제사정과 교통체증에 따른 피곤함, 시부모와 아내사이에서의 갈등으로 편치 못하다.
특히 대부분의 주부들은 명절 때만 되면 무기력해지고 짜증이 늘며, 두통· 현기증·가슴 답답·소화불량 등 소위 ‘명절증후군’에 시달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성차별적이고 폐쇄적인 가족문화의 온상인 현재의 명절문화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명절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명절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여성부는 평등문화의 일환으로 명절연휴에 아내도 쉴 수 있도록 ‘남녀 구분 없이 제례에 함께 참여하자’등 5대 생활문화 개선 운동을 하반기 중점시책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는 ‘평등한 명절문화 만들기’란 취지로 지난 99년부터‘웃어라! 명절’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게다가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최근 한명숙 여성부 장관에게 추석연휴 다음주 7일을 ‘며느리 주간’으로 제정하자는 건의안을 제출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전미경 간사는 “결국 명절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도 남성도 행복해질 수 없다”며 “명절은 혈연 가족을 뛰어넘는 공동체의 축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학자인 오한숙희 씨는 “가족간의 배려와 존중으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 명절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여성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자료2>“함께 하며 즐거운 추석 만들어요”
여성부 명절문화 개선 운동
“명절연휴, 아내도 쉴 수 있게 해 주세요.”
여성부가 추석 기간중 생활 속의 평등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명절개선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부는 국민의 일상 생활 속에서 평등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5대 생활문화 개선 운동’을 하반기 역점시책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맞아 여성부가 실천사항으로 내세운 것은 3가지로,
◇ 온가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즐깁시다 = 명절은 온가족이 즐기는 축제로서 남성은 물론 온가족이 함께 일을 분담한다면 모두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남녀 구분 없이 제례에 함께 참여합시다 = 여성이 제례에 동참하지 못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이며, 고려시대에는 차남이나 딸도 제주가 되어 조상을 모실 수 있었다.
여성도 동등하게 차례를 지낼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본가 및 처가를 함께 방문합시다 = 아내에게도 그리운 고향이 있다. 나의 부모가 귀하듯이 배우자의 부모도 귀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본가와 처가를 함께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여성부 관계자는 “홍보전단 30만부를 제작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고속버스터미널, 철도역 등에서 추석 귀성객에게 배포할 예정”이라며 “명절문화, 살림문화, 육아문화, 자녀교육문화, 회식문화 개선을 하반기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제2>>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
자료1> [좌담]여대생들이 말하는 우리 사회 ‘외모지상주의’
“주체적인 美 추구하는 사회 절실”
“취업시즌 되니까 ‘외모가 능력’ 실감해”
“외모 기준, 권력화된 채 교육되는 현실”
“남의 기준에 맞춰 몸부림치는 게 문제”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 되는 게 중요”
최근 고려대 학보사 <고대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고려대 여학생의 약 79.3%는 ‘외모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4.6%는 ‘외모를 바꾸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또 자신의 몸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 남녀 학생의 74.2%. 90%의 학생이 ‘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크다’고 답했다.
본지 캠퍼스 리포터들의 좌담을 통해 여대생들은 왜 외모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때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는지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먼타임스(이하 우타) : 안녕하십니까? 오늘 좌담의 주제는 외모입니다.
다행히 모이신 분들 모두 외모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을 것 같군요.(웃음) <고대신문>의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외모가 능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정하기 어렵겠죠.
구체적으로 외모로 인해 이득이나 손해를 볼 때가 있나요?
이정주 : 외모를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대 여학생들의 생각에 대해 공감해요.
사실 저도 잘생긴 사람에게 눈길이 가거든요.
적극적으로 고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예쁘게 더 꾸미고 싶어요.
차은실 : 저는 키가 작은 편이에요.
제 키에 콤플렉스를 느끼진 않지만 스스로 제한을 하고 작은 키로도 도전할 수 있는 직업에만 관심을 가져요. 예를 들어 ‘키가 작으니까 대기업은 좀 어렵겠다.’ 혹은 ‘이 키에 스튜어디스는 절대 못 되겠구나’ 생각하고는 아예 도전도 안 하는 거죠.
키는 뜯어고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까요.
김종은 : 취업시즌이 되니까 ‘정말 외모가 능력이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친구가 취업원서를 넣었는데 예쁘게 찍힌 사진을 붙이니까 서류전형에서 통과됐거든요. 저만 해도 운전면허수강증에 예쁜 사진을 붙였더니 강사들이 좀더 관심을 갖고 잘해주던 기억이 있구요.
그렇지만 외모가 능력이라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죠. 또한 길게 보면 외모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첫인상에서야 외모를 따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른 점이 부각되잖아요.
그 때는 외모보다는 성격이나 성품이 중요하게 되겠죠.
박린아 : 저는 구체적으로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가족들에게서 상처를 입고는 ‘외모도 능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아빠와 함께 TV를 보고 있는데 아빠가 여자 연예인들과 저를 번갈아 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는 거예요. 순간 자존심이 상했고 무척 절망스러웠어요.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편이었는데 그 순간 배신감도 느꼈죠.
어쨌든 외모도 사람의 한 요소니까 ‘능력’이겠죠.
하지만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외모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더라도 좋은 인상을 갖고 있으면 상대방도 친절해질 수밖에 없죠. 그런 의미에서 밝게 웃는 인상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알고 지내면 달라지겠지만 처음에는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인상밖에 없잖아요.
이지영 : 저도 첫인상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어요.
‘차갑고 반항적인 인상’이라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고등학교 때 쉬는 시간에 라면을 먹다가 수업에 늦은 적이 있었어요. 친구는 생글거리면서 “죄송해요”하면서 넘어갔는데 저만 혼났어요. 제 딴에는 충분히 반성하는데 인상 때문에 선생님들이 ‘너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거예요. (웃음)
그렇지만 외모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고 만족하려고 해요. 예전에 병원에 갔다가 응급실에 실려온 6살짜리 여자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눈이 부어서 온 아이였는데 쌍꺼풀 만드는 테이프가 눈에 들어간 게 원인이었어요. 그대로도 충분히 예쁜데 그 나이에 벌써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는 게 슬펐어요.
그 때 ‘외모에 대해 만족하고 살아야지’라고 다짐했어요.
전여진 : 외모가 절대적인 비중은 아니겠지만 플러스 요인은 충분히 되죠.
정말 큰 문제는 여성에게만 외모가 특히 중요시된다는 점이에요.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예쁜 여자 출연자에게만 사랑의 화살이 향하거든요.
남자 출연자들은 외모와는 상관없이 직업이나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화살을 받구요. ‘미녀와 야수’의 만남인데(웃음) 볼 때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요.
여자는 아무리 똑똑해도 외모가 ‘평균 미달’이면 제대로 평가를 받기 어렵구나 싶거든요.
김경하 : 대학갈 때 저희 엄마는 돈을 대주겠다면서 제게 성형수술을 하라고 성화였어요.
공부 잘하는 것보다 예쁘게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거죠.
현실적으로 여성에게 외모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거죠.
이지영 : 제 주변에도 토익 점수가 880이 넘는데 얼굴이 평범해서 취업을 못한 친구와 토익시험은 본 적도 없지만 얼굴이 예뻐서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있어요.
저희 오빠만 해도 “예쁜 애들은 뭘 해도 예쁘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안 예쁜 애들’은 대접을 못 받는다는 거겠죠.
하지만 그런 것으로 인해 스스로 움츠러들어서 다른 매력들을 스스로 깎아버리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안쓰러워요. 제 친구 중에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군 회사 면접이나 미팅에서 일이 잘 안 되면 무조건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려요. 제가 보기엔 다른 부분들이 더 큰 원인이거든요. 전 그 친구에겐 성형수술을 권해요.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감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박린아 : 콤플렉스 때문에 움츠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편하게 농담 한 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럽죠. 그것 때문에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서로 불편해져서 관계 맺기도 어렵고 당사자는 상처만 계속 깊어져요.
반면에 ‘상태가 안 좋다’ 싶은 사람들도 자신만만하면 호감이 가요. 친구들도 많고 이성에게도 인기가 있죠.
우타 : 남성에 비해서 여성은 자기애가 적은 것 같아요.
그래서 쉽게 자기 비하를 하게 되구요. 어릴 때부터 희생적인 인간으로 길러지니까요. 여성들은 좀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요.
사실 ‘미인’이라는 개념부터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죠. 나머지 90%는 평범하거나 못생긴 사람일 수밖에 없구요.
그 사람들이 모두 콤플렉스를 느낀다면 끔찍한 일이에요. 게다가 점점 미의 기준이 서구화되면서 여성들의 콤플렉스가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미인대회의 기준은 서구형 미인을 지향하고 있죠.
심지어 향토미인대회에서도 쌍꺼풀이 없고 다리가 짧은 한국 체형은 거부하잖아요.
김종은 : 미의 기준이 서구적이라는 말씀에 동의해요.
저도 외국에 나갔더니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지더라구요.
키 크고 날씬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계속 위축됐어요.
차은실 : 외모의 기준이 이미 권력화된 채 그대로 교육되는 거구요.
흔히 흑인보다는 동양인이, 동양인보다는 백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잖아요.
우타 :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외국인을 봤을 때는 그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았어요. ‘파란 눈의 도깨비’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러던 게 문화적인 권력의 영향으로 지금처럼 바뀐 거죠.
최효린 : 물론 저도 미의 권력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의견엔 동의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의 기준이 한국적이라 해도 어차피 미인은 소수일 테고 그 기준에 맞춰야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괴롭겠죠.
박린아 : 그래도 저는 한국적 미를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적어도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기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거죠. 다리가 짧은 한국인의 체형은 굴곡이 많은 산악지형에 적응한 결과라잖아요. 긍지를 느낄 필요가 있어요.
매체에서 예찬론을 펴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고요.
우타 : 그런 ‘작은 부분’을 바꾸려는 노력, 일상에 대한 담론화가 절실한 때라고 봅니다.
거대정치 이상으로 중요한 일상문화의 혁명은 지금껏 무시돼왔죠.
그런데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모를 능력으로 평가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외모를 뜯어고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다르게 보잖아요. 여성 연예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성형수술 사실은 쉬쉬하구요.
‘안 한 것 같은’ 투명화장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원인이겠죠.
이지영 : 남성들은 예쁜 여자는 좋아하지만 ‘고쳐서 예쁜 여자’는 싫어하죠.
예뻐지는 과정은 무시하는 거예요. 가끔 인터넷 사이트에 여자 연예인들의 ‘성형 전과 성형 후’ 사진이 무더기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사진들을 보면서 비웃는 남성들을 보면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효린 : 연예인이야 원래 조작된 이미지와 외모를 상품으로 파는 거니 하나 더 고친다고 별 문제가 될 건 없을 텐데 남자들에겐 다르게 느껴지나 봐요.
여자들이 외모에 신경 쓰는 걸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거 아닐까요? 자신들은 ‘능력만 키우면 되는 존재’라는 거죠.
김종은 : 요즘엔 몸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몸은 정신보다 못한 것으로 여겨왔잖아요.
그래서 정신에 투자하는 것보다 몸에 투자하는 것은 열등한 행동이라고 폄하되는 거겠죠.
이고은 : 외모를 가꾼다는 것도 일종의 자기관리인데 남성들에게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 무서운 상대일 수도 있어요.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보다 잘난 여자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잖아요.
우타 :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겠지만 여성에게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이 남성에게 있으니까 벌어지는 현상이죠.
지금의 사회가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보고 평가하는 구조니까요. 단편적으로 취업할 때 면접관만 해도 다 남성이잖아요. 여성이 남성을 뽑는 구조라면 어떨까요? 잘생긴 남자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런데 최근엔 남성에게도 미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다고 봅니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광고도 많아졌고 멋진 몸매를 가진 남성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이지영 : 미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데에 저도 동의해요.
남동생이 고1인데 외모에 상당히 집착해요. 매일 거울만 들여다볼 정도예요.
동생은 ‘요즘 남자들은 다 그런다’고 하더군요.
이정주 : 저도 학교에서 화장한 남자들을 보곤 해요.
예전과 달리 아이돌 스타 중에도 미소년이 늘었구요.
남자에게도 외모의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거죠.
차은실 : 물론 아직 미에 대해서 남녀가 갖는 강박관념은 사뭇 달라요.
사회 주류가 남성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요즘은 그나마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여성에게 부담이 다소 줄어들고 반대로 남성들에겐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니까요.
우타 : 예전에는 남성들이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남성답지 못한 태도라고 여겼죠.
가부장적 사고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싶군요.
이고은 : 남성과 여성의 미에 대한 기준은 사회적인 상황 때문에 다른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에요.
남성의 미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터프하거나 편안하거나 예쁘장하거나…. 연예인을 닮고 싶을 때에도 선택의 폭이 넓어요. 이에 반해 여성들은 청순하든지 아니면 섹시하든지 둘 중에 하나거든요.
거기에서 벗어나는 연예인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굳이 들자면 박경림 씨 정도?
여성의 미를 결정하는 게 아직은 남성의 시각이 아닌가 싶어요.
최효린 : 결국 여성들이 스스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남의 기준에 맞추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타 : 외모지상주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죠.
후기 자본주의의 천민성이랄까 속물주의의 징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성형과 다이어트에 드는 사회적 낭비도 사회가 성숙할 때까지는 계속되겠죠.
하지만 남녀가 평등하게 주체적으로 미를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가 바뀌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체성 있는 다양한 미의 기준이 확립되고 가치 있는 삶에 집중하는 가치관도 확산되어야 할 터입니다.
일단 오늘 좌담에 참석한 여러분부터 미에 대한 건전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못생기면 어때, 제대로 살면 되지 하는 태도 말입니다.
긴 시간 좌담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제3>> ★나쁜습관, 어떻게 벗어날수 있을까?★
자료1> 사람은 습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습관은 일상 생활을 유지시키는 기본적인 힘이다. 습관이란 손톱을 물어뜯는다든지 담배를 피운다든지 하는 좁은 의미의 버릇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의식중에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행동 패턴> 전체를 포함한다.
사람이 어떤 일을 <습관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생활 자체를 영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숟가락을 쥐는 법이 바뀌어 매일 새로 배워야 한다면 우리는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그의 모양새뿐만 아니라 그의 습관적인 태도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습관은 사물 또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적인 관습도 개인적인 습관과 구조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거기에는 똑같이 <관성에 의한 과거의 반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관습이란 사람들끼리 서로 약속한 문화적인 규칙의 일종인데 이 규칙이 매번 달라진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 습관이나 관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습관은 <제 2 의 천성 the second nature> 이라고 한다. 이 말은 습관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연적인 요소라는 뜻과 더불어, 습관은 고치기가 아주 어렵다는 뜻을 포함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여간해서 고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습관을 <고질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습관이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성격(제1의 천성) 과는 달리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그런데 <바뀔 수 있다>는 동시에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를 함축한다. 그런 한에서 습관을 바꾸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한 개인이 자기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그것이 곧 실제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습관을 고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고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고쳐지는 것도 아니다. 습관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비단 개인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사회적인 습관이 사실은 더 고질적이다. 물론 한 사회가 좋은 습관을 지녔을 경우 그것을 지켜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컨대 지금 한국 사회에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공무원 부정부패 척결>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한국이라는 사회가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지녀 온 습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습관은 그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되는 것이기에 떨쳐 버리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 그래서 습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처음에 항상 낯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질문-습관이란 어떻게 생겨나는가?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가 생기는가? 자기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의 정당성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려 해도 그것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는 개인이나 집단의 의지와 결단력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는가? 선천적으로 의지와 결단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는 습관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습관의 변화를 방해하는 요소는 어떻게 제거될 수 있는가? 요컨대, 어떻게 해야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주제4>> ★우리 문화속의 엽기붐★
자료1> N세대가 ‘엽기’에 열광하는 이유
억압하는 일상 ‘쿨’하게 탈출
기성세대와 N세대 간의 언어 코드가 다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엽기이다. 2000년도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변한 단어는 ‘엽기’였고, 각종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검색 순위 1위는 단연 ‘엽기’였다.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괴이한 일이나 사물에 흥미가 끌려 사냥하듯 쫓아다니거나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잔인한 범죄 같은 것에 ‘엽기적인 살인’ 등의 표현을 썼고,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엽기라는 단어를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와 기성세대들은 엽기 사이트를 음란 사이트, 자살 사이트, 폭탄제조 사이트 등과 함께 취급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아주 적거나, 사소한 또는 사이버 공간에만 문제를 전가할 수 없는 것들을 부각시켜 사이버 공간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실장은 “누구에게나 일상의 권태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런 욕구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권위와 억압적인 질서를 파괴하고픈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파괴욕구가 엽기 사이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엽기의 문화는 엽기를 낳는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콘텐츠의 양산을 통해 사회 자체가 엽기적으로 변해가도록 만들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 사회를 탈규범화시킨다”고 우려하면서 자극적이고 충동적이고 유희적인 개별화된 사회에 맞설 수 있는 수평적이고 분자적이고 유동적인 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N세대들이 느끼는 엽기의 이미지는 기성세대와 많이 다르다. 그들은 엽기라는 단어를 ‘뭔가 색다르고 참신한 것’, ‘평범함에서 벗어난 기발함’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쿨하다’, ‘참신하다’는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엽기적이다’라는 말이 N세대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기도 하다.
엽기라는 단어를 처음 대중화시킨 것은 <딴지일보> 라는 것이 정설이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는 엽기를 ‘발상의 전환·주류의 전복·왜곡된 상식의 회복·발랄한 일탈’ 이렇게 네 가지 의미로 전복시킨 주인공이다. 이런 엽기의 유행을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의 상식은 왜곡되어 있으며, 거짓과 위선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 대한 신세대들의 혐오감의 표현이자 조롱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엽기문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너프 필름(살인이나 강간 등의 장면을 실제로 연출해 찍은 영상물) 또는 잔혹한 장면을 담은 사이트는 우리나라에서 소수의 마니아만 형성했을 뿐 인터넷상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인터넷보다는 오히려 <텔미썸씽> 같은 오프라인 영상물이 더욱 더 눈길을 끈 바 있다.
<딴지일보> 수십 억의 시장을 창출하면서 캐릭터 시장을 석권한 마시마로의 숲 이야기(일명 엽기토끼), 통신소설에서 출판물에 이어 영화화까지 된 김호식의 <엽기적인 그녀>, CF에까지 등장한 졸라맨, 요즘 안 나오는 데가 없는 엽기가수 싸이같이 성공한 엽기 코드들은 발상의 전환, 발랄한 일탈, 유머, 패러디 등을 가미한 것들이다.
교육방송학자들은 어린이에게 TV나 다른 영상물이 미치는 영향은 가정교육과 같은 기
타 다른 요소들에 따라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영화 <친구> 관련 토론에서 정지영 감독은 “내 후배 중에 엽기적인 친구가 있는데, ‘평소 사람을 칼로 찌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해오다가 <친구>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말하면서, 엽기적인 영상이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잔인성을 정화시켜 오히려 현실감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독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엔 인터넷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 부족의 공포가 만연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데, 최근 언론의 경향은 자살·폭력·음란·언어 습관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제기되는 대부분의 문제의 원인을 인터넷에서 찾는 것처럼 보인다.
장여경 진보넷 정책실장은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표현의 수단을 제공하였다. 과거에는 엄격하고 투철한 예술혼이 담긴 표현들만이 ‘표현’의 적자로 인정되고 유통되었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 직접 생산되는 정보들, 그런만큼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힘들고 가볍기 그지 없는 표현들에도 발언권과 유통수단이 주어진 것이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주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공격을 당하는 사회였다. 이런 획일화된 사회에서 사고의 전환이나 발랄한 일탈을 위한, 획일화된 주입문화를 깨기 위한 엽기는 권장되어야만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다.
김어준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엽기는 고정화되고 화석화된 사유의 범위를 과감하게 깨는 것이다. 그래야만 엽기는 트렌드가 아닌 문화로 정착될 수 있고, 그런 엽기의 끝은 감동이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충격보다는 따뜻함을 더 찾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