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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참여연대 전 사무총장)
안녕하세요. 김민영입니다. 저는 지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지낸 입장이라 오늘 토론 중에 나올 여러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문재인 캠프에 초대를 받았던 배경은 이렇습니다. 민주당의 혁신을 외부에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직접 들어와서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대선 캠프 입단 제안을 받았고 저 역시 정당정치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 지 한 번 보고 싶었고 선거의 경험을 체험해 보고 싶었기에 수락을 했습니다. 오늘은 대선 평가와 관련된 정치한 평가보다는 민주당 안에서 겪었던 소회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주당 대선 캠프에 들어가서 놀란 점이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문재인 후보 선대위를 이끌고 있는 분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10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이 책임을 지는 구조더라고요. 여러 전략적 선택의 문제, 방침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누구도 주체세력, 선거를 주도해나가는 분이 누구인지 선거가 끝날 때까지도 잘 확인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문재인 후보가 무한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인데요. 그런데 후보는 몇 가지의 과제들을 동시에 처리를 해야했죠. 선거운동도 해야 되고 사회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던 민주당 혁신의 과제도 치러 내야 되고 한편으로는 민주당 내부가 1년 동안 몇 차례나 당내선거를 치루느라 감정적 골이 굉장히 깊은데다 이리 저리 분열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통합해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전반의 모든 책임을 문재인 후보 혼자서 다 부담해야하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과제들 중에 어느 하나도 문재인 후보가 제대로 해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는 5년 동안 절치부심하여 새누리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또한 자기의 뜻을 중요한 국면마다 관철시켰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아주 실감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했었죠.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사안의 결정에 있어서 당내의 세력 간 입장견제와 비협조 속에서 원활한 통합을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국민들이 볼 때는 자신의 당조차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이고 그런 세력이 국가를 맡겨달라는 모습에 국민들이 흔쾌하게 동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낮춘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당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레토릭, 논쟁 속에서 만들어왔었던 담론인데 실제로 변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렇게 된 배경은 문재인 후보가 당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여러 세력들이 분열되어 정작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한 뼈저린 노력에는 등한시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문재인 후보가 무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민주당의 혁신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세력이 이끌고 나가야 될 텐데 제가 지난 석 달 동안 겪었던 민주당 안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나 세력이 있을까 의문입니다. 그 동안 계파정치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들을 해왔는데 그것이 드러난 게 집단지도체제라는 리더쉽 구조인 것 같아요. 집단지도체제라고 하는 것은 어느 특정한 세력이 당 전체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기조를 방해하는 요소로도 기능한다는 말입니다. 겉으로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혁신과 변화에 있어서는 그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세력에게 일정의 힘을 몰아주고 그들의 책임 하에 당의 변화를 끌어내고 일정기간 후에는 평가한 뒤 책임을 지는 구조로 변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시민사회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입장에서 몇 차례 선거과정을 통해 느낀 점입니다. 이번 선거 중에 과연 어떤 이슈가 국민들에게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핵심적 의제였는지 잘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민주진보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는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들이 있었다고 봅니다. 2002년의 경우에는 정치혁신, 정치개혁이 핵심이었고 그 뒤에는 거의 선거를 죽 쑤다가 2010년에 선거를 이겼을 때는 복지라는 새로운 의제를 던져 정치·사회적인 균열점을 만들어냈었습니다. 그 결과 승리를 했었던 거죠. 이번에는 과연 그런 정치적 의제들이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면 저는 기억이 나는 게 없습니다. 그 당시 의제들을 던진 것도 정치세력의 주도라기보다 시민사회 운동이 만들었던 것이죠. 그것을 정치세력들이 흡수해내고 정치적인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과 대선 때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시민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구호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새정치구호는 새누리당과 그 이외의 세력들을 갈라내는 이슈라기보다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라고 하는 낡은 정치세력을 갈라내는 정치사회적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새정치구호의 포커스는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보에게 맞춰져 있었던 거죠. 대선 막판 3개월에 전면적으로 등장했었고 민주당은 이 이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급급하느라 정작 원래 민주당이 제기해왔었던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의 문제를 선명하게 하는 데는 거의 힘을 기울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역설이 발생한 거죠.
그런데 그 새정치구호가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가가 마지막까지 잘 규명되지 못한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민주당의 기득권 내려놓기는 물론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지만 과연 국가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대선에 있어서 핵심 과제로 등장한 것이 적절했었는지도 의문이에요. 제 생각에는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경제체제의 개혁에 굉장히 중요한 방점이 찍혀져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구호에도 경제 부분에 초점을 확실히 찍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기존 정당과 민주당과의 차이를 드러내기 충분했었어요. 왜냐하면 기존 민주당이 특권세력과 기득권층과의 적절한 타협 속에서 정작 경제체제의 개혁에 있어서는 머뭇거리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 왔기 때문이죠. 대선 패배 후 진보 세력의 변화 방향을 모색할 때 안철수 후보가 주장했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던 새정치구호에서 시작하는 것에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그보다는 ‘경제를 바꾸는 정치, 민생을 바꾸는 정치’라는 방향을 잡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2011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1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어요. 이 기간 동안 한국사회 혹은 정치이슈가 굉장히 급변했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질 수 없는 선거라는 것에 대해서 제가 잘 공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즈음해서 나타난 안철수 현상. 제가 직접 한국사회에서 경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년 8월 안식년을 마치고 다시 귀국했을 때 제 개인적은 느낌은 이번 대선은 이기기 어렵겠다, 질 수 없는 선거가 아니라 이기기가 어려운 선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전문가, 문외한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선거의 핵심은 두 가지 즉 비전과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이기기 어려운 선거라고 봤습니다. 선거 일주일 전부터 선거 당일 날까지 SNS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역전했다는 부정확한 정보들을 보면서 저도 이길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긴 했습니다만 개표 몇 시간 만에 물거품이 되더군요. 전문가들께서 물론 분석을 잘 하시겠지만 제 생각에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토대 위에서 시작하면 반성도 안 되고 성찰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어떤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비전과 정책부터 말씀 드릴게요. 문재인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이 측면에서는 둘 다 새로운 게 없었어요.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비젼, 정책들은 과거로부터 많이 얘기해왔던 것들을 다 그냥 모아놓은 것이었어요. 새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전통적인 우리의 아젠다를 박근혜 후보에게 빼앗겼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저도 반성을 하는 부분입니다. 흔히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진영의 고질적 문제인 분파주의, 계파주의 문제만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계파 싸움에 매몰되다 보니 새로운 구도와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분석들이 많은데요. 그런데 민주당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고질적인 문제인 분파주의는 사실 죽었다 깨나도 고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이유는 뭐냐면 진보진영의 특성상, 특히 한국진보진영의 특성상 근본주의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를 못해요. 이러다 보니까 진보진영 후보들은 결국에 가서는 자기의 지지 세력들이라고 판단되는 각계각층의 이익단체들이 내세우는 요구사항들을 다 공약에 담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옳은 얘기에요. 그런데 다 열거해놓고 보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를 말하고 그러기 위해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지원을 말합니다. 다 들어가 있어요. 재벌을 개혁하려면 출총제도 부활시키고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시키고 불공정거래도 다 규제하고 다 들어가 있습니다. 경제 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해군기지, 한미 FTA 등등 진보진영이 내세운 모든 아젠다들을 다 열거하는 방식으로 공약에다 담았습니다. 이걸 가지고 누굴 설득하겠습니까? 민주당 비전의 문제점은 비전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열거된 정책을 가지고는 특히 무당파적인 중도층을 설득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얘기죠. 저는 민주당 더 나아가서 진보진영이 선거를 치룰 때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우선순위의 선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실패한 원인, 안철수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지도 못하고 중도낙마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 사회에 제기된 많은 어떤 문제, 가치에 대해 경중을 가릴 수 있는 우선순위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무슨 메시아가 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들을 다 해결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뢰할 수 있는 후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여러 수많은 과제들 중에서 나는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그 다양한 과제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조합하겠다는 비전이 필요한 겁니다. 이런 게 없다보니 사람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실체도 불분명한 친노와 비노의 논쟁으로만 빠졌던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민주당을 비롯해서 진보진영은 향후 5년간 각각의 이익세력들이 제기하는 여러 과제들을 그냥 열거하는 방식으로 주워 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과제들에 대한 경중을 가려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절실히 고민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 기본적으로 후보 경쟁력에서 졌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딱 이거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출발이 너무 늦었습니다. 2011년 8월 달 안식년을 떠나기 전 제 잘 아는 지인들이 환송회를 해 주시면서 그 자리에서 부산에 계시는 대학교수님께서 문재인이 대선 후보로 가능성이 있을 같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느냐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2011년 8월 달에 문재인 후보? 지금처럼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 당시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2011년 말이나 되서야 정치인으로써의 삶을 선택을 했지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결정이 난 것은 2012년 9월 달이나 와서입니다. 그 일주일 후에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했어요. 선거 세달 정도를 남겨놓고 대선 후보가 명확해진 거예요. 거기서 단일후보가 결정된 것은 더 이후죠. 두 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단일후보가 결정 났습니다.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에요.
이렇게 급조된 후보를 가지고 이벤트와 바람몰이만 가지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실패 이후 5년 동안 절치부심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거대한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해온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 5년 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미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전력을 다 했어요. ‘실천할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공약한 것은 반드시 실천한다.’ 경제민주화나 복지를 아무리 베끼고 날조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하더라도 이 기본 이미지 하에 우리 사회의 아젠다를 끌고 들어왔을 때 박근혜의 몸에 배인 공약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선거 3달 남겨두고 출마한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경우 전문가들이 한두 달 동안 세미나식으로 만들어낸 공약을 언제 그 후보에 몸에 얹어서 체화시키겠습니까? 이런 식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전문가로써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데요. 지금부터 5년 뒤를 대비해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것을 다 쓸어 담는 근본주의에 입각하여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일률적으로 쓸어 담는 이런 방식의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한 비전을 내세우는 세력이 만들어져야겠지요. 또한 그 세력을 대변하는 후보가 선거 훨씬 전에 국민들에게 나타남으로써 그 비전을 자신의 몸에 완전히 체화시킨 상태에서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반성이 끝나고 진보정당들이 다시 여의도 의회정치에 매몰되어 시간을 허비하다가 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한테 전달되지도 못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짓을 또 다시 한다면 패배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전문가의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제안들도 민주당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이유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민주당의 혁신이라는 말은 끊임없는 돌림노래에 지나지 않겠죠. 많은 분들이 민주당의 계파주의를 문제라고 말씀하시는데 계파주의는 어느 정당에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경우는 리더쉽 없는 계파주의가 핵심정체성이 아닌가 합니다. 안에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나타나는 무능, 이런 것들이 국민들한테 그대로 다 보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선거
1989년 미국이 생각납니다. 1989년 미국은 미국 민주당이 세 번 연속 대선에서 졌죠. 레이건이 두 번 연임을 했고 부시가 당선이 됐습니다. 그래서 존 브라운이라는 미국 정보국위원장이 89년에 취임을 합니다. 지금 민주당하고 똑같죠. 세 번 연속으로 진 정당에다 계파간의 느슨한 연대, 이전투구 등이 횡행했습니다. 패배감과 무력감에만 쌓여있을 때 존 브라운 위원장이 선언을 합니다. ‘지금부터 민주당은 4년 뒤 선거만 생각한다.’ ‘4년 뒤에 이기는 길을 가기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한다.’ 그래서 그 결과로 클린턴 후보가 당선이 됐습니다. 4년 동안 미국 민주당은 누가 후보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기기 위해 모든 데이터를 집약해서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4년 동안 민주당의 핵심목표였습니다. 데이터 선거를 시작한 거죠. 지금 우리가 거시적 담론도 중요하고 필요하겠지만 무엇을 근거로 반성을 해야 되겠습니까? 보통 OECD국가들 중 선진국들의 경우 선거평가 시 가장 먼저 하는 게 예산입니다. 선거 예산을 어디다 썼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됐는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냥 다 넘어가죠. 그것이 어떻게 사용이 됐고 효율적으로 사용된 건지 잘 사용된 건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집행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 반성을 하지 않습니다.
SNS의 활용
지난 1년간 SNS 상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언급이 됐을 것 같습니까? 굉장히 많이 언급이 됐습니다. 약 한 910만 건 정도 사람들이 민주당을 언급했어요. 그 중 긍정적인 단어는 20%도 안돼요. 민주당과 같이 언급된 단어 중에 1위부터 죽 살펴보면 불법, 의혹, 막말, 비판, 폭행, 혐의, 반대, 패배, 허위사실 이렇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민주당과 관련된 연관검색어입니다. 이번 선거뿐 아니라 지난 1년간 민주당이 국민들한테 그렇게 철저한 불신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민주당도 알고는 있었을 겁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죠. 아까 김상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듯이 이길 수 있는 선거다, 질 수 없는 선거라는 정말 근거 없는 낙관론에만 빠져있었죠.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니까 혁신이라는 과제는 늘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런 풍토가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대선이 끝나고 나서는 분노로 바뀝니다. 12월 19일 이후부터 어제까지 민주당 언급회수가 68만 건 정도 됩니다. 관련된 연관 검색어 중 패배가 1위로 올라섭니다. 의혹, 불법 이런 게 있고 그 다음에 뭐가 있느냐면 희망이 없다,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얘기들이 왜 나오겠습니까? 선거가 끝나자 문재인 후보가 받은 1470만 표를 민주당을 지지한 것처럼 얘기합니다. 이런 태도를 보면 사람들이 분노를 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저는 이제 사람들이 민주당이 SNS 선거에 치중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건 굉장한 오해입니다. 민주당은 SNS를 위한 어떠한 투자도 안했습니다. SNS에서 잘하기를 바랐을 뿐이죠. 민주당 소속 의원이 117명인데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선거를 이기기 위한 어떤 프레임전략이나 메시지 전략을 통일한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안철수 캠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안철수 캠프의 소셜 미디어 팀장으로 있었잖아요. 이번 대선에서 SN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한 정당은 새누리당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상당한 예산을 투여했고요. 미국에서 전략팀도 수혈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십알단만 했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총선과 대선을 비교해볼 때 보수논객들이 SNS상에서 어마어마하게 활동을 합니다. 사람들이 얘기하죠. SNS는 20,30,40대가 노는 공간이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SNS를 활용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SNS를 전략적으로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1989년에 시작된 미국의 데이터선거가 가장 강력한 꽃을 피운 게 이번 오바마 대선캠프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바마 캠프는 250만 명의 트위터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트로스 팀이라고 불렀죠. 250만 명의 트로스 팀이 민주당의 전통적인 풀뿌리 주민조직과 결합을 합니다. 풀뿌리 주민조직과 결합을 해서 선거운동을 진행을 합니다.
SNS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얘기하는 것만 기대는 게 SNS 전략이 되서는 안 되는 거죠. SNS라는 미디어의 특성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언제든 메시지 교류가 가능한 미디어입니다. 여기 오프라인이 결합을 할 때 상승효과가 굉장히 컸습니다. 이번에 미국 경합 주 11개 개 주에서 10개 주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는데요. 뉴욕이나 이런 대도시는 그냥 민주당이 이기는 데지 않습니까? 뉴욕이나 워싱턴의 대도시에 있는 트위터 조직인 트로스팀과 풀뿌리 주민조직이 경합지로 대거 이동을 합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이것이 미국 민주당이 SNS를 활용한 사례이고요. 이것과 우리 민주당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SNS를 대했던 태도는 좀 비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여러 거시적 담론들, 선거 평가는 다양하게 이루어져야겠지만 저는 민주당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하자면 데이터에 기반한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50대가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50대에서 3천명 표본을 뽑아서 한 200개 정도 문항의 세부설문조사를 하십시오. 그것에 근거해서 50대가 보수화됐는지 아닌지 논의를 하십시오. 그것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뭔가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현대적 의미의 정당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투표시간 연장운동
이준한(인천대 교수)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 제가 공부를 통해서 사전적으로 했었던 것들 얘기가 아직 안됐던 것들만 두 가지 정도 얘기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투표시간 연장운동입니다. 선거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을 향상시키는 데에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 있는 바입니다. 물론 증가는 하겠죠. 그런데 크게 효과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미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시간을 쏟았는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또한 투표시간 연장보다 투표율을 향상시키는 더 좋은 방법들이 있는데 왜 그건 얘기를 안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표연장이 12월 전에는 분명 되기 힘든데도 말입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부재자 투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고 또한 현행 법규 체제 속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대해 사전에 얘기도 충분히 했고 여러 통로를 통해 피력도 많이 했지만 투표시간 연장운동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오해만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투표율 향상의 효과입니다.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에 따라 특정 정당이 이익을 본다는 것은 특정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이미 보고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투표율이 올라가면 승리할 것 같다는 데 너무 매몰이 되었고 그런 전제하에 2030세대에만 주력하는 선거 전략이 짜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민주당의 패착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연말 미국 SSCI 논문을 보면 한국의 92년~2010년까지 모든 선거의 투표율을 100%로 가정했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선거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바뀐 경우는 두 번 있었습니다. 97년 대선하고 2002년 대선이었어요. 투표율의 격차가 겨우 2.6% 차이였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죠. 이 연구결과로 제가 논문을 썼었습니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이길 것이라고 낙관을 하였지만 잘못이지 않았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말씀을 드릴 만큼 아는 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한심한 민주당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예. 이철희입니다. 짧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직설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패배한 이후의 민주당이 참 답답한 것 같아요. 후보책임론과 정당책임론이 격돌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요. 후보가 문제가 있다면 그런 후보를 뽑은 정당은 어떻습니까? 정당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정당을 바꾸지 못한 후보는 또 뭡니까? 이게 서로 대립될 수 있는 쟁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또 안철수 필승론 대 안철수 책임론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필승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후보선출 과정에서 이기지도 못한 후보가 대선 나가서 이기는 게 가능합니까? 또 안철수 책임론이 나오는데요. 후보가 시원찮은데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도와준다고 당선된 대통령 있습니까? 말도 안 되는 걸로 싸우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짧게 하는 대신 좀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방송 나가서 정치평론을 많이 합니다. 매일 여러 군데 나가요. 실시간으로 이러저러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해설을 하게 되는데 제일 답답했던 사례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대선평가토론회에서 아무도 얘기를 안 하기에 저라도 조심스럽게 하려고 합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졌을 때를 쳐다보며 민주당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건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그 사건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할 만한 팩트가 있었습니까?
제보를 받은 당의 관점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방송해설하는 자리에서 봤을 때는 왜 국회의원들이 몰려가 있고 왜 선대위 대표까지 가 있었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증거가 뭐냐 이거죠. 설명이 안 되니까 아무리 지켜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요. 보수논객이랑 붙어있으면 설명할 길이 없어요. 왜 갔냐고 물으면 그래도 뭐가 있으니까 갔겠죠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가보니까 국정원 여직원 맞더군요. 그럼 제보가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입니다. 그 다음은요? 그럼 할 말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꺼내놓을 때가 됐는데도 아무것도 안 꺼내 놓습니다. 물론 사건은 진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만 몰두하는 민주당이 국민들한테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는 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사건을 다루는 것 자체가 어리숙하고 바보같은 짓 아닙니까? 그렇게 어리숙하게 합니까? 그 다음날 터진 윤목사 사건의 댓글을 제보받은 언론사는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10년을 집권했다는 민주당이 처리하는 방식을 보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이럴 수도 있어요. 강원도 재보궐 선거 때 펜션건으로 이득을 보니까 이번에 또 걸렸구나 생각하고 덤벼들은 건 아닐지 생각해요. 펜션 사건은 그냥 아줌마들이 한 거예요. 민주당이 파악한 실체가 맞는다면 정부기관 국정원이 개입한 사건입니다. 두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당연히 달라야죠. 또 하나 중요한 거는요. 지금 50대를 얘기하는데 50대는 민주화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분들입니다. 민주당은 그분들의 민주당에 대한 자부심을 훼손한 겁니다. 보통 사람들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활동을 했다면 믿겠습니까? 믿고 싶겠습니까?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안 믿고 싶을 겁니다.
어렵게 민주화를 이루어온 성취감이 있고 자부심이 있는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밀어붙인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 안할 거라고 봅니다. 실체적 진실과 증거가 있다면 대중에게 전달할 때 설득력 있게 해야 합니다. 강요하듯이 불편한 진실을 밀어붙이면 대중은 더 이상 마냥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을 많이 느끼는 부분은 TV토론입니다. TV토론 끝나자마자 평가토론회를 또 했습니다. 1시간 정도 하죠. 대선 1차토론 끝났는데 참 답답하더라고요. 해설의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정희 전 후보가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말을 하고 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답답했습니다. 정말로 꼭 했어야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반응들이 굉장히 좋다는 거예요.
야권 지지층에서 난리가 났다고 그러고요. 그 다음에 김어준 총수가 하는 뉴욕타임즈에 나갔더니 김어준 총수가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뭘 잘못보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음대로 안 되는 거니까요. 제가 아쉬운 것은 그 부분에서 문후보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없었을까하는 것입니다. 2002년도에 노무현 후보는 그렇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후보역량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 입문한지 그 정도 기간에 그 정도 했다면 대단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분의 역사를 전제로 했을 때 그렇고 일반적인 후보의 관점에서 보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 아닙니까? 그 대목에서 좀 차별화를 했다면 뭔가 다를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제는 후보 역사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정체성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것이냐는 분명한 자기인식이 있었다면 저는 그 문제를 다르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패한 벤치마킹
두 번째로 전략얘기만 조금 하고 마치겠습니다. 민주당의 전략은 2002년을 철저하게 벤치마킹 하는 거였어요. 답습하는 행보였죠. 2.0 버전이 아니고 -2.0 버전으로 답습을 했습니다. 세대를 보면 20,30대를 중심으로 50세 이상과 대결하는 세대전략을 구사했고요. 지역으로 가보면 영남후보로 PK에서 40% 정도 표를 가져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올라가면 이긴다는 전략이었는데요. 그 전략은 100% 달성이 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졌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갖고 있는 전략적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들었던 얘기 중 가장 한심했던 얘기가 이겁니다.
지난 4월 총선 때 보수와 진보가 득표면에서는 대등했습니다. 48 대 46인가 그랬죠. 그래서 총선보다는 대선이 투표율이 올라가니까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얘기는 20,30대가 투표장에 더 나오므로 대선은 무조건 이기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나서 정말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거는 왜 졌습니까? 설명이 안 되잖아요. 전략적으로 기본적으로 원칙을 다시 짚어서 가야됩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이미 4월 총선 때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과 똑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 번 실패한 케이스랑 똑같은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도 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당해보고도 또 그 실패를 답습한 겁니다. 민주당은 4월 총선 패배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총선에 졌으니 대선에는 어떻게 하면 이기겠다는 전략적 방침을 수정했느냐?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냐? 저는 하나도 안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전략에서 깨진 겁니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50대를 방기한 것은 맞습니다. 20, 30대 특히 40대까지 2030세대동맹만 유지하고 그 사람들을 투표장에 동원하면 이길 수 있다고 전제했기 때문에 사실상 50대 이상은 포기한 선거였죠. 그런데 우리가 종편이나 50대랑 같이 연결되는 문제가 하나 있고요. 지역사회를 가보면 이렇습니다.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집단이 세 개 아닙니까? 자영업자, 노인, 주부들. 이 세 개의 집단이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집단들인데 민주당이 지부당이 없어진 이후로 이 세 개 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다 상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경로당에 가서 왜 민주당 후보를 찍어야 되는지 왜 문재인 후보를 찍어야 되는지 당원들에게 설명할 논리를 줬는지 내지는 당원들에게 그런 열망을 제공했는지 생각해본다면 민주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직력에서 밀리는데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설득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영업자들의 주류가 50대이고 그 분들은 대게 종편을 많이 봅니다. 제가 밖에 나가보면 종편에 나갔는데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 분들이 대게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에요.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들여다보고 계십니다. 미디어마다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종편을 보면 다양한 보수논객들이 나와서 한 시간을 얘기해요. 종편을 시청하는 많은 자영업자들 특히 50대를 중심으로 상당히 문화적 기반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분들도 많이 보세요. 그런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했어야 합니다. 종편 반대할 때 종편이 보수이고 보수의 나팔수 역할을 할 것이다 해서 반대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방치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가도록 방치했다고 생각합니다. 종편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죽은 정당
그 문제도 다시 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당의 당원들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겠습니까? 저는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선거를 하겠습니까? 당직자 뽑는 선거에도요. 당원들만 표를 주는 거 아니죠. 당원에게 주는 혜택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당원을 합니까? 그 당원들이 열정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려면 그만한 열망과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흐트러뜨려 놓은 게 민주당 지도부 아닙니까? 그런데도 안철수와 대결할 때는 정당이 중요하다고 우깁니다. 이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이런 정도면 저는 당원들에게 선거에서 열심히 뛰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고요. 또 그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분들에게 논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도 없고 리더쉽도 없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지도체제가 2004년 지도체제라고 얘기를 합니다. 2004년 때 열린우리당 만들 당시 당지도부로 부상했던 분들이 여태까지 다 지도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중심적인 위치에 계셨던 분 중에 지금 지도부 안 거쳐 가신 분들 있나요? 아직도 그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 하나 못 만들어내는 정당입니다. 리더쉽이라는 게 순환하지 않고 리더쉽 경쟁이라는 게 죽은 정당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살아나겠습니까? 저는 이걸 살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죽은 정당이 될 겁니다. 리더쉽을 경쟁시켜 철저하게 살아남게 만들고요. 그 리더쉽이 책임지고 정당을 운영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패배한, 민주당이 죽은 정당이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저는 집단지도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제도이지요. 여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사람 중에 성공한 사람 있습니까? 민주당 대표 한 사람 중에 온전하게 대중성을 갖고 살아난 사람이 있나요? 민주당 대표는 리더쉽의 죽음입니다. 리더를 뽑는데 당원들이 참여하게 해주나요? 당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참여하게 합니까? 그 사람들이 열심히 뛰게 만들고 있나요? 정당의 기본이 안 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실체도 없는 조직기반이 없는 정당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당원들이 열심히 뛰겠습니까? 어째서 지난 6.9 전당대회 때 대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왔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됩니다.
이거는 어느 집단의 유불리를 떠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조직적인 실체를 갖고 있어요. 그것이 없더라도 지역사회 가면 새누리당의 조직적 기반들이 살아 있습니다. 이른바 관변단체라는 것이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전당조직 이외에 자생적으로 야권을 지지하는 조직적 기반이랄까 집단이 있습니까? 결단체가 있습니까? 다 무너져 있는 것 아닙니까? 원래 없었던 데에다 다 무너져 있습니다. 그런 상태인데 이런 정도의 진영논리로 선거를 치뤘으니 오히려 대단히 잘 치룬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만 다시 일어서려면 정당다운 정당으로 재건하는 게 제일 급선무의 과제라고 봅니다. 막스 베버도 지도자 민주주의란 말을 쓰지 않습니까? 리더쉽이 제대로 구축이 되서 끌고 갈 수 있게 해주는 게 그게 온전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책임 안지는 정당, 대표 맡으면 임기를 못 채우는 정당. 그런 정당에서 수권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대중들이 어떻게 가질 수 있습니까? 저는 그런 문제를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짧게 하려고 했는데 길어졌습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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