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권퇴진 외치는 민주노총 총파업,
한국 경제 찬물 끼얹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3.07.04 00:10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 어려움은 아랑곳 않고 2주간 총파업 돌입
정치파업 철회하고 경제 회생 노력에 동참하길
한국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어제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15일까지 2주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택배기사·가전제품 수리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파업을 시작으로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의 산별노조가 차례로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도 5년 만에 금속노조 파업(12일)에 합류하고, 보건의료노조는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고 한다. 조합원 120만 명 중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다는 게 민주노총 주장이다.
시민들은 불편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힘겹게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경제 상황이 이런 파업을 벌여야 할 정도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달 무역수지가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16개월 만에 적자 행진을 마쳤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했다. 5월에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함께 증가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도 있으나 글로벌 경제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 미국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서민은 빚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득을 빚 원리금 갚는 데 써야 하는 이가 300만 명, 그중 갚아야 할 돈이 연 소득을 넘어 사실상 부도 상태인 이가 175만 명에 달한다. 소득으로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도 올 1~5월 1만7000여 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민주노총의 파업은 경제 회생을 간절히 바라는 서민과 약자들의 절박한 삶과 너무나 괴리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노총이 총파업 의제로 내세운 정권 퇴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등은 근로자 권익 보호나 처우 개선과 관계없는 이슈들이다. 그들 스스로 이번 파업이 정치파업임을 입증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대중화” “정권에 맞서는 민중 항쟁” 등 민주노총의 언급은 철 지난 운동권 구호처럼 들릴 뿐이다. 게다가 파업에 참여하는 일부 노조는 아직 노동위원회 조정과 파업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절차상으로 불법이다.
간신히 살아난 경기 회복 흐름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선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해 각 분야의 노사 협력이 절실하다. 민주노총은 국민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총파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부와 경영계는 엄정 대응을 통해 불법 파업이 자리를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노동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 노력도 배가해 주길 바란다.
현대차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