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학술지 "무리한 영끌, 3.8% 불과"
실제 청년세대 주택 구입은 '부모 지원 덕분' 많아
20대 가구주 주택마련 부채 오히려 감소 추세
4년전 언론 '2030 영끌' 부추기는 보도 쏟아내
'영끌'했다 낭패…언론이 청년층까지 투기로 몰아
문재인 정부 후반기인 2020년부터 언론에는 ‘영끌’ ‘빚투’라는 신조어가 쉴 새 없이 등장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말의 약자다. 무주택 서민들이 지금 아파트 안 사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언론은 특히 2030 청년세대 앞의 수식어로 ‘영끌’ ‘빚투’를 갖다 붙였다. 취업도, 주거도, 결혼도, 출산도 어렵다고 느끼는 청년세대의 불안감, 열패감, 질투심, 탐욕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표현이었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기만을 바라는 언론들은 이제 2030 세대까지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입 행렬에 동참한다는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아파트로 돈을 버는 거대한 투기판에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그 자녀 세대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언론의 수많은 2030 세대 ‘영끌’ ‘빚투’ 보도는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당시 부동산 시장에 또 한 번 기름을 부었다.
그런데 수없이 많이 쏟아진 2030 세대 ‘영끌’ ‘빚투’ 보도는 사실이었을까? 2030 청년세대는 정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아파트 매수에 나섰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2030 세대의 ‘영끌’ 주택 구입은 과장된 것이었다.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이용해 마치 그들 전체가 빚까지 내가며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한겨레가 지난 5월3일 “부동산 상승기 ‘2030 영끌론’ 과장됐다...‘부모 찬스’가 더 많아” 제목으로 보도한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분석’기사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청년이 서울 시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는 기사에서 한국부동산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2030 세대의 ‘영끌’ 주택구입 사례는 극히 적었다”고 밝혔다. 주택을 구입한 2030 세대가 늘어나긴 했지만 ‘영끌’ ‘빚투’가 아니라 실은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언론이 수많은 기사에서 ‘영끌’ ‘빚투’ 아파트 구입이 마치 2030세대의 대세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는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한국부동산원의 학술지 ‘부동산 분석’ 최신호(4월호)의 ‘20·30세대 영끌에 관한 실증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쓴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서울에서 3억 원 넘는 집을 구매한 2030 세대 100명 중에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를 넘을 정도의 ‘무리한 영끌’ 사례는 겨우 3.8명(3.8%)에 불과했다.
‘영끌’ 기준을 넓혀 DSR 30% 이상으로 낮추면 2030 세대 ‘영끌’ 매수자는 전체 2030 주택 구입자의 14.7%였다. DSR 기준을 50%로 높이면 더욱 극단적인 ‘영끌’ 주택구입자 비율은 겨우 1.3%였다. 기사는 “주요 언론을 통해 제기된 영끌 담론은 2020년 이후 실제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연구진의 분석을 전했다. 한마디로 ‘과장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시 2030 세대의 주택 매수는 ‘영끌’이 아닌 무엇이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030 세대 주택 매수자 중에는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부모)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영끌족에 비해 훨씬 많았다.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1억5천만원 이상 받은 경우가 영끌족에 비해 각각 2.8배, 5.1배나 많았다.
이는 서민·중산층 수준의 2030 청년층이 (언론 보도처럼) 당시의 집값 상승기조에 불안감을 느껴 ‘영끌’‘빚투’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재산이 넉넉한 집안의 청년세대들이 자기 돈이나 부모 돈으로 주택 매수에 나섰다는 뜻이다.
언론의 2030 세대 ‘영끌’ ‘빚투’ 보도가 엉터리라는 증거는 다른 보고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겨레가 통계청·한국은행·금감원이 낸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인용해 2022년 12월7일 보도한 “20대가 ‘영끌’해서 집 샀다고? 다 틀렸다” 기사에 따르면, 20대 가구주 세대의 부채 중 ‘거주 및 비거주 주택 마련을 위한 부채’ 비중은 5년 새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겨레는 “(20대 가구주) 전체 금융부채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담보 대출을 받은 이유가 ‘부동산 마련 때문’이라고 답한 대출 건수 비율은 2017년 61%에서 올해(2021년) 33%로 반토막 났다”고 보도했다. 전체 가구의 부동산 구매를 위한 담보 대출 비중이 2017년 69%에서 올해 67.4%로 유지된 것과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신용 대출도 부동산 구매 목적의 대출 건수 비중이 2021년 23.6%로 5년 전 24.2%에 견줘 “외려 소폭 뒷걸음질했다”고 전했다.
즉, 20대 가구가 대출 받은 주요 이유는 ‘주택 매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20대 가구주의 대출이 늘어난 최대 원인은 무엇일까? 주택 매수가 아닌 ‘전월세 보증금 마련 용도의 대출’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월세 보증금 용도 대출’은 2017년 36.9%에서 2021년 64.5%로 “껑충 뛰었다.” 한겨레는 통계청 관계자의 입을 빌려 “길게 보면 2030세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 주로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 구매용 대출증가가 대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당시 언론은 2019년 후반~2020년에 "2030 청년세대가 ‘영끌’과 ‘빚투’로 주택 매수에 나섰다"는 기사를 무분별하게 쏟아냈다. 언론에서 부동산 시장 ‘영끌’ ‘빚투’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8년이다. 경향신문은 그해 9월4일 보도한 “주담대·신용 이어 퇴직금 중간정산...부동산 열기에 ‘영끌 대출’ 용어 등장” 제목의 기사에는 “최근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조급해진 매수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면서 ‘영끌 대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썼다. 이후 ‘영끌’이란 말은 자극적 표현을 좋아하고 부동산 시장이 더 뜨거워지길 바라는 조선일보 등 주류 황색언론과 한경, 매경, 서경 등 토건 경제지들의 2030 세대 단골 카피로 사용됐다.
이유있는 2030 아파트 ‘영끌’...대출 7배 폭증했다(서울경제, 2020.10.12.)/ 영끌의 나라에서 사는 법(조선일보, 2020.9.15.)/ 안타까운 30대는 왜 영끌해서 집을 살까(조선일보, 2020.8.31.)/ 대세가 된 ‘영끌’ 은행 신용대출 4조원 급증(매일경제, 2020.8.17.)/ 영끌 안 한 게 죄...시장 불통 집값에 매매·전세 다 놓쳤다(서울경제, 2020.7.8.)/ 고속승진한 무주택자...영끌해서 집 산 동료 보며 씁쓸(한국경제, 2020.1.6.)/ 4050 대출비중 주는데 2030은 늘어...‘영끌’했다(중앙일보, 2020.10.12.)/ 30대 빚내서 최근 집 샀는데...문, 원상회복 발언에 부글부글(매일경제, 2020.1.20.)/ ‘영끌’ 20~30대, 전월세 구하고 집 사려 퇴직연금도 깼다(중앙일보, 2020.12.24.)/ 정부는 말리지만 2030 영끌은 계속(조선일보, 2020.11.21.)/ ‘늦기 전에’...부랴부랴 집사는 30대 김대리(매일경제, 2019.8.25.) …
제목만 봐도 2030 세대의 ‘영끌’ ‘빚투’ 아파트 구매는 대세임이 확실하다. 기사들은 청년세대의 ‘영끌’ ‘빚투’ 아파트 구매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세라고 강변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들에게 “왜 빨리 ‘영끌’ ‘빚투’ 대세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만이 작용하는 단순 시장이 아니다. 시장 참가자의 심리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괴거 노무현 정부 때에도 정책 당국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시장의 투기심리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의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역할 아니라 가격을 요동치게 만들고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시장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기만 바라는 건설회사와 부동산 투기꾼, 주택담보대출로 큰 돈을 벌어온 약탈적 금융회사들, 그리고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언론의 투기심리 조장이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을 무력화했다.
언론의 과장된 ‘2030 세대 영끌·빚투’ 보도는 결국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시장 불안감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토건세력의 협잡에 정부의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 대책들은 거의 시장에서 먹혀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정부’ ‘집값 폭등 정부’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영끌'이니 '빚투'니 하는 언론의 과장되고 선동적 보도가 더해져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불패의 잘못된 신화가 이어진 것이다.
청년세대들은 있지도 않은 ‘영끌·빚투’ 대세론 때문에 더 큰 좌절감과 열패감을 느꼈을 것이다. 언론의 왜곡·과장보도로 진짜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조차 호도됐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집값 오름세에 청년들을 자극한 ‘영끌 담론’이 청년 세대 내 자산 격차와 부모-청년 세대간 부의 이전이라는 현실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무책임한 언론이 쏟아내는 부동산 보도의 폐해가 너무나 크다. 언론 보도를 믿고 ‘영끌·빚투’에 나섰다가 요즘 고금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은 누구에게 위로 받아야 하나?
출처 : 언론의 '2030 세대 영끌' 보도는 사기극이었나 < 미디어비평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첫댓글 국민 상대로...일루전 오브 콘트럴 !!
장미빛 환상과 포모를 이용한 환상 마술 사기극이었지.
건설,토목 부동산 막장 드라마
원래 환상이..
있는 현상에 살짝 덧칠을 하면 더 쉽게 성공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보고 싶은것,듣고 싶은것, 믿고 싶은 것을 향한
확증편향적 속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제서야~~
나오네여.
우리 방은 몇년 전부터 이야기 했는데요.
환상통제에서 벗어 나는 길은
아프더라도 괴롭더하도 꿈에서 깨어나는 거죠.
그런데. 너무 늦었네요.
600만 금융노예로 가두리에 갖힌 사람들은...
빠져 나올수록 더 옥매는 상황에 빠졌는데요.
예전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곧 바로 회복되었는데
현재는 전 세계 대공황으로 가고 있죠.
아주 나쁜 스테그플레이션.
대 침체, 대 실업, 대 파산으로 인한 생활고...
인터넷과 알고리즘 발달 영향으로 입맛이 맞는 영상만 시청자에게 보여줌으로써 확증 편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