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동부 지구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보스턴 셀틱스, 그리고 마이애미 히트가 차례로 지배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피스톤스와 셀틱스는 '빅3'의 결성 이후 잠시 라이벌리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피스톤스의 리빌딩과 셀틱스 왕조의 건설, 그리고 히트의 급부상 등으로 인해 두 팀 사이의 라이벌리는 금방 희석되어 버렸지만, 피스톤스 팬들에게는 셀틱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단순한 동부 지구의 한팀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런 셀틱스가 1년만에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에서 탱킹 팀으로 변해 버렸고, 그 사이 피스톤스는 꾸준한 전력 보강을 통해 이제는 진지하게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순식간에 뒤바뀐 두 팀의 처지만큼이나 오늘 경기도 4쿼터 중후반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원사이드하게 흘러갔습니다. 4쿼터에 한차례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침착하게 전열을 재정비한 뒤 다시 점수차를 10점으로 벌렸고, 핵-어-드루먼드까지 나오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드루먼드를 빼고 싱글러를 투입한 전술이 먹혀 들면서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브랜든 제닝스의 복귀전이라는 한마디로 표현이 될 것 같아요. 빌럽스-바이넘으로 백코트를 시작한 칙스 감독은 이후 제닝스와 스터키를 중용하면서 4명의 백코트 로테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KCP 는 로테이션에서 제외되었구요, 아마도 바이넘과 네번째 가드 자리를 다투게 될 것 같습니다. 경기를 마무리지은 백코트 콤비도 빌럽스가 아닌 스터키와 제닝스였습니다. 제닝스는 31분간 뛰며 5-12, 14득점 4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습니다. 어금니 부상(?) 으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제닝스는 신체적으로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닌듯 보였는데요, 슈팅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쿼터 클러치 순간에 결정적인 스틸과 어시스트를 해내며 팀을 진두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닝스에게 받은 첫인상은 "Jennings being Jennings" 라는 것입니다. 그는 벅스 시절의 제닝스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성공 확률이 낮은 롱2 점퍼는 좋지 않은 슛셀렉션 타이밍에 튀어 나왔고 도박성 3점슛도 두개를 던졌는데 다행히 하나는 들어가더군요. 그는 높은 3점슛과 자유투 성공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TS%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나쁜 슛 셀렉션과 비효율적인 롱2 점퍼의 난사 버릇은 여전히 고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벅스 시절보다 더 좋은 동료들과 함께 뛰기 때문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에이-패스도 간간히 선보였지만, 이 팀이 원하는건 빌럽스가 지난 두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안정적인 게임 세팅, 그리고 빅맨들에게 투입되는 질 좋은 피딩 정도겠죠. 굳이 제닝스가 볼을 길게 끌지 않더라도 팀에는 간결하게 공격을 마무리지어줄 좋은 패싱감각을 지닌 빅맨들이 있습니다. 제닝스가 코트 위에 있을 때 스미스-먼로가 이끄는 페인트존 안에서의 유기적인 패싱게임이 실종된 듯한 모습이었고, 조심스럽게 이 점이 3쿼터부터 4쿼터 초반까지 추격을 허용한 빌미가 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물론 게임을 마무리지은 것도 그였습니다. 그는 앞으로 3년동안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이고, 가장 먼저 볼을 잡고 모든 포제션을 지휘하는 존재입니다. 게임을 뛰면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전반전이 아주 효율적인 게임이었다면, 후반전은 비효율의 극치였습니다. 전반전 팀이 기록한 턴오버는 단 세개, 하지만 후반전에 기록한 턴오버는 18개였습니다. 전반전에 드루먼드의 3연속 골밑 득점으로 시작하면서 기세를 올린 팀은 스미스와 먼로가 지속적으로 골밑에서 1대1로 점수를 적립하면서 쉽고 간결하게 점수차를 벌려 나갑니다. 피스톤스가 추구해야 할 게임 플랜의 전형을 보여준 전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볼을 제대로 간수해서 turnover differential 을 벌리는 와중에 페인트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것,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팀이죠. 페인트존 득점 마진에서 앞서고 리바운드를 제압하면서 턴오버 마진까지 벌려 버리면 확률 높은 농구를 더 많은 포제션을 가져가면서 할 수 있죠. 빅볼이 승리하는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 피스톤스는 전반에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후반전은 반대로 빅볼이 보여줄 수 있는 단점들이 명확히 드러나는 시간이었어요. 상대팀의 좋은 볼 무브먼트에 발이 쫓아 가지 못하면서 외곽슛을 얻어 맞고 그렇게 한발짝 더 밖으로 스탭아웃하다 보니 상대팀 젊은 선수들의 허슬로 인해 오펜시브 보드를 뺏기고, 점수차가 줄어드니 함부로 러닝 오픈 코트 게임을 하지 못하고 이때문에 게임 템포는 확 죽어 버리고, 죽은 게임 템포 속에서 골밑으로만 자꾸 뻔히 보이는 볼투입이 이루어지니 스페이싱마저 확 죽어버리는, 일종의 악순환의 연속이었는데요, 피스톤스는 이 과정에서 조급한 마음에 나쁜 슛 셀렉션까지 보여줌으로써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닝스-스터키에 빅3가 다시 함께 코트 위에 나오며서 수비에서 벽을 단단히 쌓은뒤부터 백코트진이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수비 - 패싱 레인 차단이나 중앙선에서부터 시작하는 맨온 프레셔등 - 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서 턴오버를 발생시키며 포제션 싸움에서 앞서 나간 뒤 공격은 침착하게 다시 페인트존을 공략. 파울을 적립하면서 점수차를 벌렸고 제닝스의 3점슛과 조쉬 스미스의 골밑슛 등으로 안정적인 점수차를 유지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조쉬 스미스는 나쁜 외곽슛을 다재다능함으로 커버하며 그리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그의 3점슛은 0-4 였는데, 생각보다 팀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그런 나쁜 슛셀렉션에 기반한 시도들은 아니었습니다. 던져 주어야 할 때 던져 주었고, 그렇게 또 계속 던져 주어야 수비수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거겠죠.
먼로는 이지샷 몇개를 놓치며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솔리드했습니다. 특히 보스턴 선발 배스와의 매치업은 상당한 미스매치였는데요, 배스 뿐만 아니라 설린저와의 매치업에서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루먼드 역시 두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는등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피스톤스의 게임 플랜중 참 마음에 드는 점은 드루먼드에게 가는 볼터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는 점인데요, 스미스와 먼로가 골밑에서 좋은 시야를 가지고 양질의 패스를 드루먼드에게 꽂아주다 보니 드루먼드에게 이지샷 기회가 꽤 나오는 것 같습니다. 파울을 당할 틈도 없이 공격을 성공시켜 버리는거죠. 막판에 파울 작전에 걸렸지만 둘중 하나를 성공시키면서 안타까운 상황 연출은 모면했습니다.
빌럽스와 바이넘은 제닝스와 스터키에게 출전시간의 상당 부분을 양보하며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구요, 싱글러는 경기 막판 월러스의 3점슛을 블락하고 제닝스의 에이 패스를 받아 바스켓 카운트를 성공시키는 등 고비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다토메가 완벽하게 회복하기 전까지는 백업 3번 자리를 lock 한 것 같은데, 지금보다 조금 더 코너 3점슛이 잘 들어 가야 공격에서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싱글러의 3점슛이 들어가지 않으니 코트 위에서의 공간을 쉽게 넓힐 수가 없네요.
오늘 경기는 motor city 저지를 입고 뛴 첫번째 경기이기도 했지요. 일요일 홈경기는 이 얼트 저지를 착용할 거라고 합니다. 애틀랜타 유니폼과 약간 비슷해 보이는 경향은 있는데 (조쉬 스미스를 위한 배려일수도..) 코트 위에서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프리 오더로 주문했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네요. 실제로 받아 봐야 이쁜지 안이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경기는 이틀 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홈경기입니다. 페이서스는 동부에서 히트와 함께 최강으로 군림하는 팀이죠. 수비가 매우 좋고 피스톤스에 대적할 수 있는 빅볼 라인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팀들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만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즌 초반 좋은 테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리뷰 잘봤습니다. 이따 또 밤에 구해서 봐야겠네요. 드러먼드 초반부터 출장시간이 너무 긴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뭐 유일한 백업 빅맨이 부상인 것 같으니... KCP가 오늘 안뛰어서 아쉽군요... 계속 경험을 쌓아가야 할텐데 말이죠... 스터키는 그래도 아직 벤치로서 쏠쏠하게 쓸텐데 빌라누에바는 아예 안쓰는건지 아님 또 부상인지... inactive로 되어 있긴 하던데..
빌라누에바는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등부상을 당해서 계속 열외중인 것 같아요. 등과 목 주변이 좋지 않은 것 같네요.
업무 때문에 전반만 보고 무난히 이기겠구나 했는데, 4쿼터 말미까지 똥줄을 탔더군요. 전반은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었는데 더 달아날 수 있었음에도 이지샷 미스, 어이없는 턴오버로 더 벌리지 못했던게 다소 아쉽더군요. KCP는 좋은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넘과 백업가드자리를 경쟁해야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나름 로터리픽인데요. 제닝스는 수비가 많이 아쉬웠구요. 그래도 이길 팀은 이겨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3쿼터 말부터 4쿼터 초까지 리듬을 완전히 잃으면서 턴오버를 양산한 것이 게임을 어렵게 풀어간 원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수비에서 모멘텀을 다시 찾아오고 제닝스가 후반 내내 게임을 주도한 점이 인상깊었어요. 제닝스가 코트 위에 있으면 슛셀렉션에서 희생을 좀 하는 대신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이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봤습니다 올해 기대되네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ESPN 파워랭킹에서 14위를 했는데 랭킹 1위팀 페이서스를 이기면 조금 더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후반전은 3명의 프론트 코트의 패싱게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란 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제닝스는 어설픈 피니쉬의 돌파는 자제하고 코트를 넓게 써서 먼로나 스미스에게 적극적인 헬핑이 가지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맞아요. 제닝스가 조금 더 퓨어하게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았으면 합니다. 게임 세팅 능력은 여전히 평균 이하고 볼을 너무 오래 소유하려는 버릇은 여전히 못고쳤더군요. 터프샷을 즐기는 모습까지 벅스 시절의 그것을 꼭 닮았던데 그때와 다른 점은 조금 더 나은 동료들과 함께 뛰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패스를 찔러 줄 수 있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발전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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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쇠한 브랜든 나잇이 포인트가드를 볼때와는 다르게 일선 압박과 안정적인 볼운반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점슛 능력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골밑 마무리에서 차이가 좀 나려나 모르겠네요.
방금 경기 다 봤네요~ 전반전 잘 나가다가 3쿼터 중반부턴가 아주 sloppy 해졌네요.. 일단 팀 턴오버가 너무 많네요. 오늘 보스턴이 그나마 같이 턴오버 해주는 바람에 4쿼터 회복할 수 있었지만 강팀 상대로 볼관리 잘 안하면 바로 무너질거 같네요. 그나저나 먼로의 풋웍 볼 때마다 정말 멋쪄요!!
어디서 다운받으셧나요?? 저도 알려주실수있나요 ^^
@MoToR CitY 아 전 구글링해서 토렌트로 받았어요~
피스톤스 경기는 위디스크에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