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갇혀서 갑갑해 하고 있는 참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손녀를 돌봐주느라 시간에 자유롭지 못했는데 오늘 모처럼 해방이 됐단다. 나이 육십 후반에 있으면서도 늘 자식들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는데서 오는 동질감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리집과 친구집의 중간 지점인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 (신세계 백화점) 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산을 벗어나 자유로에 들어서면서부터 비가 좀 잦아들더니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다. 내가 일찍 도책했는지 친구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하니 오고있는 중이라고 한다. 2,30분은 기다려야 할 것같아 2층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광화문 본점보다는 못하지만 일산에 있는 서점들보다 크고 시설도 좋다. 아담한 커피점도 있고 편안한 쇼파가 있는 휴게실도 좋다. 신간 매대를 훑어보다가 '나무를 심는 사람' 이 있길래 집어 들었더니 내 옆에서 있던 젊은 남자가 멈칫 하면서 자기가 골라놓은 것이란다. 나 역시 당황해서 멈칫거리며 미안하다고 하고 얼른 그 자리를 떴다.
에세이 진열대앞에서 한참을 훑어보다가 수필집 몇 권 골랐다. 박완서씨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이 책은 서점에 들렸을때마다 눈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왜그랬는지 그냥 지나쳤었다. 최인호씨의 '인연' 얼마전부터 피천득씨의 '인연'을 읽고 있는 중인데 같은 제목인 두 책이 어떻게 다른가 독후감이 재미있을 것같다. 김용택 시인의 수필집 '사람' 가끔 까페나 블로그에서 이 분의 시를 본 기억이 나서 수필은 어떤 모양일까 약간의 호기심에서 골랐다. 공지영씨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이사람의 책을 읽었던가? 기억은 없지만 이름만은 눈에 익어서 샀다. 그리고 영어 동화책 한 권하고 모두 5섯권을 샀는데 책값이 6만원이다. 3만원짜리 바지 하나 살때도 손이 오그라드는데 책값 6만원은 서슴없이 치른다. 참 이상도 하지, 왜 책 앞에서는 이처럼 통이 커질까,
헐레벌떡거리고 뛰어 온 친구 손을 잡고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바로 옆에 잇는 롯데리아로 갔다. 나는 커피하고 버거,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는 콜라와 감자칩이 곁들인 버거셋트를 샀다. 늙은이 둘이 젊은이들틈에 끼어 햄버거 먹는 맛도 그런대로 재미있다. 자식들때문에 속 썩는 얘기, 우리 노후 얘기, 자랄 때 고생한 얘기, 만날때마다 되풀이 되는 내용이지만 우리는 할때마다 새로운 얘기라도 되는 양 언제나 열을 낸다. 버거를 다 먹고도 한참을 퍼지고 앉아 얘기를 하다가 아직도 부엌데기 신세를 면하지 못한 우리는 식구들 저녁반찬을 걱정하며 식품점으로 갔다. 그런데 과일도 생선도 다 일반 마트보다 비싸다. 상품 질이 더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같은 서민들한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다리품만 팔고 도로 나와 이마트로 갔다. 그래, 우리한테는 여기가 딱 맞아, 둘이 낄낄거리며 나는 반찬 몇 가지, 친구는 남편 반바지를 사가지고 나왔다. 그러다보니 배가 또 출출해서 푸드코트에 가서 김밥을 사서 먹었다. 그런데 정수기에 컵이 없다. 겨우 한모금 받을 수 있는 납작하게 접힌 일회용 종이컵만 있다. 김밥 먹는 동안에 서너번 물을 받아다 먹었다. 김밥 두 팩에 9900원씩이나 주고 샀는데 물도 편하게 먹을 수가 없다니..... 일반 김밥집에서는 2000원이면 김밥 한 줄에 국물도 나오는데, 자리값이 있어서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불평이 나온다.
어제저녁부터 피천득의 인연은 밀쳐놓고 박완서씨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기 시작했다. 밤에 자다가 잠이 깨서 쉬 잠이 들지를 않을 때도 읽다보니 지금 거진 반을 읽었다. 잘 정리정돈 된듯한 안방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다른 사람이 쓴 글 특히 글 쓰는 분들의 글을 내가 감히 평을 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어떻게 이런 적절한 문자들이 나오고 이 문자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부드럽게 엮어질 수 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문화센터 선생님 말씀처럼 나도 자꾸 쓰다보면 잘 쓸 수가 있을까? 뭐 꼭 누구한테 보이고 또 평을 받고 싶기보다는 내가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쑥쓰럽지 않을 글이 나오기를 기대해 봐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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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줄리아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줄리아
첫댓글 날씨도 우중충해 자칫 느러질 수도 있는데 잘 하셨네요,,,
저도 오늘 인터넷교보문고에서 박완서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를 구입 했는데,,,
요즘 전에 쓰다 재처둔 성경을 쓰다보니 책 읽는 것은 또 조금 늦춰지네요,,,ㅎㅎㅎ 게으름,,,
나도 블로그에 성경 쓰기를 설정해놓고 못쓰고 있는데
다시 쓰도록 해야지 ,
책하고 멀어진지가 참 오래 된것 같습니다
시설 평가 준비로 무척 바쁘죠 10월에나야 한양땅에 백조로 갈수 잇을것 같습니다.
잘 지내고 10월에 만나,
못가본길 이 더 아름답다 제목만들어도 너무 마음에 와닿낫네요 ~~글을적어놓은것만 보아도 그날의 일상이 그려지는걸요 책내시면 꼭 사서 볼께요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남자의자격 합창단 뽑는것을 보는데 정말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육십대 어느분이 그나이엔 얼마나 외로운지 모른다고 이런 합창단에 이렇게 이자리에 있게된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앞으로 그장면 장면 하나 한 멘트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이 될지 이글을 적으면서 결론은 하느님 사랑안에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큰언니 모습이 아름다워요 ^^
저도 또같은책 사야겠어요
저는 요즘에 프랑스여자처럼 트리티걸메스 고도원의잠깐 멈춤 보고있어요 ^^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김용택 시인의 '사람'도 참 좋은 것같아.
지금 반 읽었거든,
언니! 책 다 보시고 빌려주세요...
시골이라 책 구입하기 쉽지 않아요...
빌려주신 책도 얼른 읽고 돌려드려야 할 텐데...ㅎㅎ
수필 집 내시면 꼭 볼 수 있도록 해주시고...
감동이 물결치는 에세이 집이 될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그래, 열심히 보고 마음의 양식 쌓야지, 우리 둘 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