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오계자
이른 봄에는 가뭄이 길더니, 봄이 무르익으면서 비가 자주 내려서 식물들은 풍진 세
상 만난 듯,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들풀 향기가 반겨 준다. 정감 나는 땅 내음
은 반갑지만 마당의 들풀은 좋아할 수만은 없는데, 화를 낼 수도 없이 싱그럽다. 어머님
은 작은 딸의 건강이 안 좋아 딸네 계시는데 당분간 못 오실 것 같고, 나도 다른 사정으
로 집을 좀 비웠다 마당에는 낯익은 풀은 물론이고 어디서 왔는지, 낯선 들풀까지 모여
들어서 한껏 자유를 누리고 있다. 화려함도 없고 우아함은 더더욱 아닌데, 발길 머물게
하는 저 들풀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태어날 장소를 잘못 선택해서 모두 뽑혀나갈 운명
이지만, 앞일을 모르고 사는 것은 사람이나 들풀이나 매 한가지라 저마다 밝고 행복해
보인다.
전에는 보잘것없는 잡초였는데, 내가 나를 이해 못할 만큼 올부터는 야생초에 정이
생기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야생초도 관심을 기울이고 보니 다사다난한 사연이 있고,
우리네 인생사처럼 팔자가 있다. 길가에 태어나 밟히고 꺾이는 아픈 삶이 있는가하면,
선택된 장소에 태어나 귀족으로 대접받는 삶이 있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처럼, 어
느 날 갑자기 당뇨에 좋다는 쇠뜨기가 인기 상승으로 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 인기도 일
년, 어느 한쪽에 좋으면 다른 쪽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매스컴의 보도와 함께 버려진
신세다. 소가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쇠풀로도 못 끼어들고 지금은 개울둑에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서민으로 태어나서 상류사회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고, 상류사회에서 잘못해 망하면
별수 없이 바닥 인생이 된다. 마찬가지로 길거리에 태어난 잡초도 예쁜 자태가 사람 눈
에 띄어 화분으로 옮겨지면 신분 상승이 있고, 화분에서도 잘못 자라면 버려지는 신세
가 된다.
태어난 곳이 어디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사람이나
야생초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알린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크다.
내가 야생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상이 너무 변하고 있어 두렵고 답답할 때, 야
생초를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은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이란 자연의 섭리고 당
연시 된 이치지만, 지금 세상은, 사람이 두려워 진다.
자신의 모습으로 태어나 그 모습 그대로 자라고, 예쁘든 예쁘지 못하든 본래의 자기
꽃을 피우는 소박한 야생초를 보며 반성한다. 본래의 내 모습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본래의 내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 좀 더 많이 가진 것처럼, 좀 더
잘난 체, 많이 아는 것처럼 사실을 은패 하려했다.
이제는 야생초처럼 못난 그대로를 인정하고, 누가 봐 주든 말든 나를 찾고 싶다. 모습
도 향기도 있는 그대로.
2005/ 21집
첫댓글 잘난 체, 많이 아는 것처럼 사실을 은패 하려했다.
이제는 야생초처럼 못난 그대로를 인정하고, 누가 봐 주든 말든 나를 찾고 싶다
자신의 모습으로 태어나 그 모습 그대로 자라고, 예쁘든 예쁘지 못하든 본래의 자기
꽃을 피우는 소박한 야생초를 보며 반성한다. 본래의 내 모습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본래의 내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 좀 더 많이 가진 것처럼, 좀 더
잘난 체, 많이 아는 것처럼 사실을 은패 하려했다.
이제는 야생초처럼 못난 그대로를 인정하고, 누가 봐 주든 말든 나를 찾고 싶다. 모습
도 향기도 있는 그대로.
태어난 곳이 어디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사람이나
야생초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알린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크다.
이제는 야생초처럼 못난 그대로를 인정하고, 누가 봐 주든 말든 나를 찾고 싶다. 모습
도 향기도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