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론 수준으로 간단히 강의하고 넘어갔으나, 엄밀하게 말한다면 한국어의 ㄹ과 영어의 l, r은 조금 다른 소리입니다.
우선 한국어의 /ㄹ/은 어두(단어의 첫머리)에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라디오', '레드', '로즈' 등은 모두 영어이지요. 한국어의 /ㄹ/은 어두에서는 /ㄴ/으로 바뀌어 발음되거나 탈락됩니다(노동, 이용 등). 이것이 바로 두음법칙이지요.
그리고 한국어의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발음되는 /ㄹ/(노래, 사람 등), /ㅎ/ 앞에서 발음되는 /ㄹ/(말하다, 결혼)은 영어의 /r/과 조금 다릅니다. 말씀하신 대로 영어의 /r/은 혀를 말아서 발음하는 소리이지만, 한국어의 /ㄹ/은 그렇지 않지요. 오히려 미국 영어에서 'city, ladder'를 발음할 때 모음 사이에 나오는 비강세 음절초의 /t, d/가 한국어의 /ㄹ/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영어권 학생들에게는 /r/처럼 혀를 말지 말고 'city, ladder'에서 발음되는 음가를 연상해서 발음하도록 지도하기도 합니다.
또한 받침의 /ㄹ/ 역시 영어의 /l/과 정확하게 대응하지는 않습니다. 영어의 'pill', 'full'은 연구개음화한 어두운 음으로써 한국어의 /ㄹ/보다 훨씬 뒤쪽에서 발음됩니다. 한국어의 어말에서 발음되는 /ㄹ/은 치조 설측음으로서 혀끝이 위 치경에 닿고 혀의 뒷부분이 낮게 머물러 있는 밝은 소리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음운론 책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설명 드린 내용은 '한재영 외, 한국어 발음 교육, Hollym'을 참조한 것입니다.
첫댓글 같이 공부하는 입장에서..또 조용히 퍼 왔습니다.
우리어문연구 34집 어문학회에 게재된 장향실(2009) 논문과 함께 읽어보시면 더욱 좋을 듯 하네요.
논문 정보 감사합니다.^^! 한 번 찾아 봐서 읽어보겠습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