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정은]日오염수를 다루는 야당의 외교적 무지함
입력 2023-07-03 23:48업데이트 2023-07-04 11:44
외교 현안에 고민도 공부도 부족한 민주당 정치적 이용 앞세우는 무책임한 접근 안 돼 |
“유엔… 유엔요? 어디에 어떻게 낸다는 거예요?”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유엔총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던 초기,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부 공식 루트가 아닌 정당 차원에서, 그것도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을 유엔총회에 어떻게 올리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요즘 외교가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민주당의 외교 행보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주변에 외교 이슈에 대해 조언하거나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후쿠시마 오염수 건만 해도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성격과 절차를 제대로 안다면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외교부가 지적했듯 ‘국가 외교행위의 단일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달 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의 유엔총회 안건 채택 결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이 문제를 ‘긴급하고 중요한 의제’로 다루자는데, 일본이 벌써 2년 전 발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인 모니터링하에 준비해온 방류 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2021년에 이미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공언했던 사안이다. 벌써 6차례 IAEA 중간보고서가 나왔다. 결의안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 52명은 IAEA 평가를 뛰어넘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단 말일까.
민주당 일부 의원이 “IAEA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IAEA가 아니라 유엔을 통해 객관적 검증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 것에도 전문가들은 실소하고 있다. IAEA가 유엔 기구이고, 헌장에 명시된 3대 책무에는 ‘핵확산방지’, ‘핵안보’와 함께 방사능 유출을 다루는 ‘핵안전’이 들어간다.
국회를 움직이는 거대 야당이 민감한 외교 쟁점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외교적 식견을 채우고 잡아줄 안전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관계나 맥락과는 상관없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계산이 앞서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15분간의 일장 훈계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앞장서온 싱 대사의 그간 행보, 거칠어지는 중국의 외교 기조와 사례들을 알고 있었다면 그런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것임을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티베트 방문과 “인권 탄압은 70년 전 일” 같은 발언도 다르지 않다. 그것이 부를 대외적 파장을 알았다면 이보다는 신중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내 현안에만 집중해도 되는 시대는 지났다. 후쿠시마 같은 환경 이슈부터 보건, 기술, 일자리 등까지 외부적 요인에 대한 검토 없이 다룰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국제 정세의 변화 틀에서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국내 정치 또한 제대로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외교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야당이라고 해서 몰라도 된다는 식의, 혹은 알아도 대놓고 무시하는 식의 접근은 무책임하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가져올 문제들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맞다. 당사국인 일본 내부는 물론이고 태평양 섬나라들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사안이다. 그렇더라도 이를 글로벌 이슈화하려는 한국 야당의 시도는 방법도 시점도 틀렸다. 결과적으로 분열된 정치 현실만 드러내며 국제무대에서 망신당할 판이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본격 활동을 앞두고 있다. 그런 나라의 국정 파트너인 야당이 외교적으로 무지, 무모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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