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그때그사람
어릴 때 고향에서 함께 친했던 두 사람.
그런데 그런것도 다 어렴풋한 추억일 뿐이고,
사실 현생에 치여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번 추석 때 몇년만에 내려갔더니 그 사람이 있다.
내심 여시를 기다린 것 같은 그 사람들,
여시는 누가 가장 반가울까?
1.
슈퍼에서 두부 좀 사오라는 엄마의 심부름.
동네 유일한 슈퍼마켓에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어딘가 익숙한 걸음걸이와 뒷모습이 앞에 보인다.
혹시 몰라 이름을 작게 불러봤더니 그가 뒤돌았다.
고등학생 시절,
투닥거리며 친하게 지냈던 그였다.
그때 그 애 친구들이 왜인지 여시가 지나가기만 하면
수상하게 웃으면서 웅성거렸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뒤돌면 그애가 얼굴이 빨갰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로 몇년이 지났고,
이제 둘다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났다.
어색하지만 일단 오랜만에 보는 그를 데리고 집에 갔다.
여시네 어머니도 그를 기억하며 반긴다.
“어머 이게 누구야! 잘생긴 강준이 아니야?
세상에 여전히 그대로네~ 밥 먹고 가!”
연휴의 마지막날 밤.
이제 올라가서 출근해야 하는 여시는 짐을 챙기는데,
그가 여시네 집 앞에 왔다.
“나 사실 얼마전에 서울에 있는 회사 합격했어.
올라가면… 연락해도 돼?”
2.
심심한 여시는 오랜만에 모교 교정을 걸었다.
걷다보니, 그 애가 생각난다.
책을 좋아하고 참 얌전했던 걔.
서울로 대학을 갈거라고 호언장담하던 여시.
언제나처럼 여시네 놀러갔던 그날,
그 애는 여시 침대에 누워서 빤히 바라보고 말했던 것 같다.
“서울로 가도… 고향은 자주 내려올거지?”
추억에 젖어 씁쓸하게 집에 돌아왔더니 웬걸.
그 애가 헐레벌떡 여시네 집에 방문했다.
반갑게 맞이하는 여시네 어머니 뒤의 여시를 보는 그.
“어머니,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시도… 진짜 오랜만이다.”
어쩐지, 학생 때와는 이미지가 달라진 것 같다.
그때는 쑥쓰러워하면서 눈도 잘 못마주쳤는데.
이제는 여시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도 잘한다.
“나 너 엄청 보고싶었거든.
너 왔다는 말 듣고 집에도 안들리고 바로 왔는데.”
3.
송편 먹으면서 늘어지게 안방에 누워있는 여시.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으로 내다보니 손님이 왔다.
“아이고 강이 아니야!
세상에 이게 몇년만이니~ 얼른 들어와!”
그래, 저 애 이름이 강이였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스쳐 지나가는 추억속
영화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여시가 서울로 상경한다고 했을 때 울었던 것도 같은데.
저 애가 맞나?
“안녕 여시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때랑 너무 달라졌다.
그때는 찔찔이 울보였는데 지금은 여유가 넘친다.
얼떨떨한 여시는 왠지 모르게 뚝딱이게 된다.
어색한 여시와 있다가, 여시네 어머니에게 가서
요리 일손을 도우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한다.
“어머니, 저 경찰 합격해서 서울로 올라가거든요.
올라가면 여시랑 사이좋게 지낼게요!”
엥? 나랑? 갑자기?
싶은 여시와 그런 여시를 흘끔 보며 웃는 그 애.
4.
“그나저나 여시야, 너 과외해줬던 오빠 기억나니?”
엄마의 말에 전을 먹다가 기억을 되돌려본다.
그러고보니 그때 과외 오빠가 기억나긴한다.
친구들한테 인기 많아서 여시의 과외를 한다고 했을 때
모두의 부러움을 사게 한 두 살 터울의 그 오빠.
대학에 합격해서 서울로 올라가기 전날,
여시네 집 앞에 와서 선물을 왕창 주고 간 것도 기억난다.
그러고보니, 그 이후로 한 말은 잘 기억이 안난다.
뭐라고 하긴 했는데, 뭐였지.
“기억나지. 근데 왜?”
…알고보니 오늘 저녁에 집에 놀러오는거였다.
오랜만에 오빠를 봐서 신난 여시네 부모님은 신나게 놀렸다.
“아직 애인 없어? 그러면 우리 여시랑 만나봐~~”
당연히 웃고 말 줄 알았는데 여시를 힐끔 쳐다보는 오빠.
여시도 왠지 덩달아 머쓱해져서 얼굴이 화끈하다.
여시가 올라가기 전날밤, 오빠가 다시 찾아왔다.
함께 상투적인 말만 하다가
갑자기 오빠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나 아직도 그때 너 대답 기다리고 있는데.”
5.
엄마아빠 심부름하랴, 송편 주워먹으랴
바빠 죽겠는 여시.
그때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올 사람은 이제 더 없는데, 하며 나갔더니 그 사람이다.
“여시야!”
그래, 여시가 열렬히 짝사랑했던 오빠가 왔다.
그때 홍콩인지 싱가폴인지 유학을 훌쩍 떠난다고 해서
몇날 며칠동안 펑펑 울었던게 기억난다.
얼마전 한국에 돌아왔다더니, 이렇게 집에 와서
여시네 부모님 요리를 도와드리고 있다.
“너한테 이메일 많이 했는데 답장 안하더라.
잘 지냈어? 사귀는 사람은 있고?”
저녁을 먹고 다들 편안한 분위기에 이르고서야
여시에게 그간 근황을 묻는다.
이메일은 온지도 몰랐는데, 그간 보냈었다니.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는 여시.
손사레 치면서 애인은 커녕 썸남도 없다고 한 여시.
괜히 썸남 얘긴해서..
너무 tmi를 뿌린건가 싶어 급후회하는 찰나,
그가 배시시 웃는다.
“그럼 이제 우리 자주 볼 수 있나?
나 얼마전에 서울로 이직했거든.”
+
고르기글 관련 투표 부탁드려요!
19금 관련글에 의견이 많아서 투표 열었어요.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
태오야 ㅠㅠㅠ흑흑
다 좋고요☺️☺️☺️
열렬히 짝사랑했고말고요...주변에 있었다면..진차 절대 가만안뒀을텐데....🚔
1,5 좋내요...
잇몸만개..다좋아서 못골라
송강...경찰이라니...직업까지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