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촌 강가로
겨울방학에 들어 창원으로 복귀하니 이튿날은 신축년 새해였다. 이번은 여느 해와 달리 해가 바뀌어도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연속된 일상의 하루려니 생각한다. 한때 해맞이 명소를 찾아 새벽길을 나서보기도 했다만 언제부터인가 시들어졌다. 근년에 와서는 창원중앙역에서 포항행 무궁화호로 해운대를 지난 송정이나 좌천 일대로 나가 동해남부 해안을 트레킹하기도 했다.
새해 첫날부터 한 달간 방학에 들어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만 바깥나들이 제약이 따랐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날 보고 이른 새벽부터 바깥으로 나다녀와 흙먼지 묻은 빨랫감을 생산하지 말라고 해서다. 잠을 쉬 들지 못하고 바깥에서 코로나 감염원이라도 붙여왔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내 눈치와 구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외출을 자중 자제하며 점심때까지 집안에서 머물렀다.
연말부터 기온이 내려간 날씨는 새해까지 이어졌다. 점심 식후 현관을 나서 아파트 뜰로 내려서니 마땅히 가볼 곳이 없었다. 지난주 연휴와 재택근무 기간 집 근처 몇몇 군데는 샅샅이 다녀 신선감이 떨어졌다. 그때 창원천변을 걸어 봉암갯벌로 나갔다. 용지호숫가와 반송공원도 다녀왔다. 용추계곡에서 우곡사를 넘어왔다. 봉곡동에서 태복산을 올라 편백나무 삼림욕장에도 가봤다.
시내버스 타기가 께름칙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창원실내수영장 맞은편으로 나가 14번 녹색버스를 탔다. 대방동을 출발해 낙동강 강가로 나가는 농어촌버스였다. 충혼탑과 홈 플러스를 둘러 명곡교차로를 지나 시내를 벗어났다. 천주암에서 굴현고개를 너머 북면 백월산 아랫마을을 거쳐 온천장을 지났다. 바깥신천에 이르니 낙동강이 보였다. 종점 명촌마을까지는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명촌은 창원 최북단 낙동강 강가로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다녀본 곳이다. 그 때 둔치는 단감농사와 푸성귀를 가꾸던 채전이었다. 이제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강 건너편은 창녕 부곡 임해진이다. 청암에서 벼랑으로 뚫린 길은 노리와 학포로 이어져 본포다리로 연결되었다. 남지에서 흘러온 강물이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와 노고지리공원에서 바위벼랑에 부딪혀 각을 크게 튼 지점이다.
명촌은 강가답게 마을 들머리 민물횟집이 두 곳 있었다. 민물 회와 매운탕을 즐기는 식도락가들이 외진 곳이지만 더러 찾는 듯했다. 종점에 가도록 승객은 나 혼자였다. 기사양반은 내보고 어디로 가시냐고 물어와 여기서 내리겠노라고 했다. 강둑을 넘어 생태공원이 조성된 둔치로 내려섰다. 주차장엔 산책을 나온 이들이 몰아온 차들이 몇 대 보였다. 반려견이 더 즐겁게 뛰놀았다.
차가운 날씨임에도 둔치 생태공원엔 새해 첫날을 맡아 산책을 나선 이들이 간간이 보였다. 임해진 벼랑에 부딪힌 강물은 각도를 크게 틀어 명촌 일대에 모래를 부려 충적토를 쌓고 유장하게 흘러 본포로 빠져나갔다. 강 건너는 창녕 부곡 노리와 학포로 이어졌다. 산책로를 겸한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빛이 바랜 물억새는 겨울바람에 야위어져 있었다. 갈대는 잎줄기가 헝클어졌다.
명촌에서 안신천으로 향하는 생태공원에는 체육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드론 동호인이 눈길을 끌었다. 연을 날리는 이도 보였다. 젊은이들은 텐트에서 야영을 하기도 한 듯했다. 중년 남녀들은 파크골프에 열중하는 모습도 봤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 않고 코로나에 갑갑증을 느낀 사람들이 각자 취향 따라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천마산 북향 응달엔 엊그제 내린 녹지 않아 희끗했다.
수변생태공원은 바깥신천까지 길게 이어졌다. 바깥신천 앞에도 차를 몰아온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곳 역시 4대강 사업 이전엔 드넓은 둔치는 채전으로 감자나 푸성귀를 가꾸던 자리였다. 샛강 언저리는 갯버들이 무성했다. 본포로 돌아가는 벼랑으로 생태 보도교가 놓여 자전거와 산책객이 지날 수 있다. 본포까지 가질 않고 바깥신천에서 내봉촌을 출발해 오는 11번 버스를 탔다. 2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