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특별취재반 = 악천후속에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추락해 최소 100명 이상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직후 소방구조대와 경찰관 등이 투입돼 생존자 구조 작업 등을 벌이고 있으나 폭발충격으로 인해 탑승객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있는데다 악천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개요= 15일 오전 11시45분께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CCA-129편 보잉 767 항공기가 김해공항 인근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동원아파트 뒤편 돗대산 기슭에 추락했다.
이 항공기에는 한국인 136명과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19명 등 승객 155명과 승무원 11명 등 모두 16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항공기는 이날 오전 8시40분 중국 베이징을 떠나 오전 11시35분께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김해공항의 기상악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다가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와 착륙을 시도,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추락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가 고도를 낮춰 저공비행을 하다 항공기 뒷부분에서 불길이 나면서 추락과 동시에 기체가 폭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김해공항은 짙은 안개 속에 시정 3천200m밖에 되지 않고,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오전 8시30분부터 정원 150명 이상 보잉 737기종(정원 150명 이상) 이상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상태였다.
▲사고순간= 사고기에 탑승했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김해 성모병원에 입원한 조선족 김문학(35.중국 지린성 거주)씨는 '기내에서 곧 착륙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방송이 있은 직후 기체가 급강하했다'면서 '바닥에 굉음과 함께 추락한 후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연기가 자욱하고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기의 머릿부분 왼쪽인 7A석에 앉았다가 생존했는데 8A석에 앉았던 박성철(30.중국 지린성 거주)씨 등 생존사 상당수가 항공기 앞부분 좌석 승객이어서 사고 항공기가 동체중간 또는 꼬리부분부터 산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장= 사고 항공기가 추락한 솟대산 정상 아래는 마치 폭격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항공기는 세동강이 나면서 머릿부분과 동체 일부만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진 채 나딩굴고 있고 기체밖으로 튕겨져 나온 승객들의 시체와 소지품들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사고당시의 충격을 말해주듯 소나무 200여그루가 뿌리째 뽑혔고 항공기 잔해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지만 험한 지형 때문에 소방차 등의 접근이 안돼 구조대원들을 애타게 했다.
▲구조= 부산과 경남,울산지역 소방구조대와 경찰관, 공군병력 등이 사고현장에 긴급투입돼 추락현장에서 생존자 30명 가량을 찾아 김해 성모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나머지 승객들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정상 부근 1천500여㎡에 걸쳐 항공기 잔해가 분산돼 있고 추락당시 충격으로 탑승객들의 시체가 산 정상 전체에 흩어져 있는데다 기상악화로 인해 헬리콥터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구조와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항공기에서는 계속해서 항공유가 유출되면서 폭발위험이 높아 구조대가 쉽게 접근을 못했다.
▲사고원인 =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계당국은 악천후속에 착륙과정에서 조종사가 선회지점을 잘못 잡아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이날 오전 11시20분께 김해공항의 관제를 담당하는 공군 제5전술비행단에 착륙허가를 요청했고 공군측은 당시 기상상태가 착륙제한치를 밑돌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사고 비행기 착륙 제한치가 구름높이 700피트, 시정 2마일이지만 당시 기상은 구름높이 1천피트, 시정 2.5마일로 착륙제한치에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군은 이날 바람방향이 바다쪽에서 육지쪽으로 불었기 때문에 사고 비행기가 착륙지점을 잡기 위해 활주로 서쪽을 이용, 신어산으로 선회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지형특성상 바다에서 육지쪽으로 바람이 불면 바람을 안고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지나 신어산까지 선회한 뒤 착륙하도록 돼 있으며 선회비행 직전까지는 계기비행이 가능하나 선회비행에 들어가게 되면 조종사가 육안으로 활주로를 보면서 선회하도록 돼 있다.
부산지방항공청과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가 정상착륙을 위해서는 신어산에 채 못미쳐 활주로쪽으로 기수를 돌려야 하지만 신어산에 추락한 것으로 미뤄 선회지점을 잘못 잡아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수습= 건설교통부는 임인택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함대영 항공국장을 현지에 파견했다.
또 외교통상부는 사고직후 중국측에 1보를 통보한데 이어 사고경위가 파악되는대로 통보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추규호 아태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해 시고수습대책과 관련해 중국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도 긴급 관계자 대책회의를 갖고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사고항공기= 사고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가 지난 82년 8월 유나이티드에 첫 보급하기 시작한 보잉 767-2000 기종으로, 국내 항공업계엔 도입되지않은 기종이다.
전폭 47.6m, 전장 48.5m에 최대 이륙중량이 17만9천170㎏에 달하는 중형 여객기로 현재까지 전세계 항공사에 240여대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제항공공사는 중국의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지난 96년 4월 25일 한국과 중국간 보따리 무역 붐이 불면서 김해공항에 취항했다.
지난 98년 한국에 몰아닥친 외환위기 여파로 승객이 줄어 잠시 철수했다가 지난 2000년 다시 취항해 현재 부산과 중국 베이징간을 주 6회 운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