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정원 가득 채우는 향기… 매화 피기 전 한겨울에 노란색 꽃 피우죠
납매
작은 그릇 모양의 납매 꽃은 반투명한 노란색을 띠고 있어요. 아래쪽을 향해 피는 꽃은 곤충을 바람으로부터 막아주기도 하지요. /차윤정 산림생태학자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꽃 소식을 전해오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납매입니다. 중국 원산의 납매는 우리나라에서는 1월 말이나 2월이면 꽃을 피웁니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절기인 소한과 대한이 끝나면 바로 꽃을 피우는 셈입니다.
납매의 ‘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답니다. 우선 음력 섣달(12월)을 이르는 ‘납(臘)’으로, 겨울에 피는 매화 향기를 가진 나무라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벌이 만든 밀랍의 ’납(蠟)‘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끈하고 반투명한 노란 꽃잎이 마치 밀랍으로 만들어진 꽃처럼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납매의 꽃은 빈가지의 마디마디에서 하나씩 핍니다. 2㎝ 정도의 작은 그릇 모양 꽃은 반투명한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꽃잎과 꽃받침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데, 안쪽의 진짜 꽃잎이 바깥쪽의 꽃받침보다 살짝 짧습니다. 꽃잎 안쪽엔 자주색 줄무늬가 있어 곤충에게 정확한 꿀샘의 위치를 알려준답니다. 꽃은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찾아온 곤충을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하지요.
납매의 매력 포인트는 매화 향기입니다. 납매의 향기는 꽃잎 안쪽에 분포하는 꿀샘에서 방출됩니다. 단 한 그루의 납매만으로도 겨울 정원은 향기로 가득 찹니다. 납매의 향기는 멀리서 더 달콤하고 향기롭습니다. 가까이서 맡으면 오히려 맵고 알싸하게 느껴집니다. 유럽 사람들은 납매의 꽃 향기에 매료돼 납매를 윈터스위트(wintersweet)라 불렀지요.
납매의 강한 향기는 겨울에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벌이나 무당벌레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됩니다. 납매는 70여 가지 향기 성분을 갖고 있는데, 꽃의 상태나 기상 상태에 맞춰 다양하고 복잡한 향기를 발산한답니다.
납매의 꽃은 거의 2월 내내 피어 있습니다. 눈이나 서리를 피할 수 없기에 납매의 꽃은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해야 합니다. 꽃잎에서 분비돼 다양한 향기를 내는 물질들은 추위를 견디게 해주기도 하지요. 계피산은 납매의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식물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 눈보라에도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해 줍니다.
납매가 1월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미리 꽃눈이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납매의 꽃눈은 꽃이 피기 전년도 4월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서서히 꽃잎·꽃받침·암술·수술과 같은 꽃의 세부 기관이 만들어집니다. 12월이 되면서 겨울이 본격화되면 꽃눈은 잠시 휴면합니다. 그리고 1월이 가기 전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웁니다.
납매 꽃이 지고 나면 매화나 수선화 같은 봄꽃들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납매의 줄기 끝에서는 새 가지와 잎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 잎이 제 크기로 다 자라고 나면 새로 자란 가지 아래쪽에 납매의 꽃눈이 새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차윤정 산림생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