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네가 온다면 - 우리 빈틈없이 얽힌 채 함께 잠들자
고독하게 깨어 있느라 나는 너무도 지쳤으니
한 마리 이방의 새가 이른 새벽 어둠 속에서 노래했다
나와 내 꿈이 아직 뒤엉켜 혈투를 벌이던 동안에
꽃들은 모두 샘을 향해서 잎을 벌리고
네 눈동자로 불멸을 물들인다…
일곱 개의 별 신발을 신고 밤에 네가 온다면
사랑의 베일이 늦게까지 내 텐트를 감싸고
천상의 먼지투성이 궤에서 달들이 동시에 떠오를텐데
두 마리 희귀한 동물처럼 우리, 사랑으로 안식하자
이 세계 뒤편의, 드높은 갈대숲 속에서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8.24. -
앞에 나오는 “밤에 네가 온다면 - 우리 빈틈없이 얽힌 채 함께 잠들자/고독하게 깨어 있느라 나는 너무도 지쳤으니”, 이 두 행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 20세기 독일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엘제 라스커 쉴러(1869-1945)의 작품이다.
나치 독일을 피해 망명작가로 삶을 마치면서도 사랑의 힘을 믿었고 관능과 서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