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3일, 강원도 인제 문화원, 유치원 바둑교육에 쓰일 플라스틱 바둑판을 강사들이 살펴보고 있다. |
- 강원도, 도내 18개 시군 유치원 원생 대상, 바둑 특성화 교육 시작
- 강원도 18개 시도 생활체육 바둑연합회중 12개 단체 정가맹
우리는 그저 발전만 하면 행복한 것인가? 금메달을 따면 행복한 것인가? 우리 한국 선수들이 중국과 일본 선수들을 크게 물리치면 마냥 행복한 것인가? 물론 팬의 입장에서 응원도 할 수 있고, 같이 신 날 수도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 만난 정문정 대표(삼원케미칼 대표, 서울 생활체육 바둑연합)는 '엘리트 바둑과 생활체육으로서의 바둑'은 개념을 달리할 필요가 있음을 또렷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는 엘리트 체육, 즉 엘리트 바둑을 이끄는 기관입니다. 금메달을 따는 게 중요하고, 한국 프로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적이고 그게 곧 '바둑의 발전'인 곳입니다. 생활체육의 관점에선 그런 부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끼리 공동체를 마련해 바둑을 둬서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면 그것이 진짜 바둑의 발전인 것이죠. 개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바둑두는 우리가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게 목표입니다. 엘리트 바둑은 그 다음의 결과죠. "
▲ 정문정 삼원케미컬 대표이사, 작년에 바둑에 입문한 이후 바둑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생활체육'개념이 바둑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2월 1일에는 젊은 프로기사와 바둑인들이 주축이된 '바세바' 가평MT에도 참여해 토론을 마치고 2월 2일 모임에 달려온 열혈 바둑팬이기도하다.
이런 개념을 가진 단체가 바둑계에도 있었다. 전국단위의 '생활체육 전국바둑연합회'가 창립된 것은 2009년이다. 그러나 생활체육은 전국단위의 상급단체도 중요하지만 각 시군, 시도 단위의 조직들이 훨씬 중요하다. 그 기초단위의 회원 활동으로 생활체육에 배정된 예산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기초단위 회원들의 활동에 의해서 많은 것이 정해지는 구조다. 회원들에 뿌리박은 풀뿌리 제도와 비슷하다.
전국적으로 가장 생활바둑으로서 뿌리가 잘 내린 곳은 강원도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바둑연합회는 국내의 수많은 바둑동호인단체 가운데 유일한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정가맹단체다.'
올해는 전국에서 최초로 강원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춘천, 강릉, 원주, 인제 등 도내 18개 시군 유치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바둑 특성화 교육을 펼친다. 예를 들어 바둑 특성화 교육을 신청한 하나의 유치원에서 1년에 200건의 강의를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1건의 강의는 30분~40분이다.
2월 2일 저녁, 홍천과 인제가 접한 '사랑말 한우'에서 만난 이무근 강원도 바둑연합회 이무근 회장과 강병덕 부회장, 정문정 대표를 비롯한 생활체육회 산하 바둑연합회 회원들을 만났다. 회장을 비롯한 모두가 이러한 생활바둑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 이무근 강원 바둑 연합회 회장, 오랜 공직생활을 은퇴한 후, 바둑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무근 회장(72)은 "엘리트 바둑이 아니지만 중요한 활동입니다. 한국기원이나 대바협의 활동과는 다른 부분이죠. 이런 활동을 위해 무슨 조직이나 분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바둑실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같이 잘 뭉치고 보람을 느끼고 바둑 둬서 행복해지고 잘해 나가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어린이들까지 바둑을 잘 배우게 되면 장기적으로 엘리트 바둑계에도 당연 도움이 되겠죠. 요즘은 정말 보람도 많이 느끼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라고 말한다.
기초단위부터 정가맹단체가 되어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선 3년 정도의 회원활동이 필요하다. 당연히 지역내 바둑 동호인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무근 회장은 인제에서만 31년 공직생활(경찰)을 하고 은퇴했다. 고향도 같은 곳이라 당연히 신뢰가 남다르다.
12년간 인제의 바둑 동호회를 이끌어왔던 강병덕 부회장은 원래 충남 금산출신이다. 1972년 군에서 중대장으로 제대한 후, 기왕이면 사업에 성공한 후 고향에 내려가고 싶어 자리를 잡은 곳이 이곳 강원도였다. 그렇게 살다보니 40년 넘게 살았다. 이쯤되면 이제 강원도 사람이다.
▲ 맨 앞 왼쪽이 강병덕 부회장, 오른쪽이 이무근 회장, 모두 인제에서 30~40년 이상을 살아왔다.
강병덕 부회장(74)은 "남면에서 서점(신남서점)을 수십년 째 열고 있어요. 전 꼼꼼한 성격이라 조그만 금융, 그러니까 마을 금고정도의 회계는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 일도 같이 맡고 있죠. 조직에선 돈의 출납이 공정해야죠. 그런 감사를 많이 해왔습니다. 이 회장이 바둑 동호회를 맡으면서 강원도 바둑 자체가 질적으로 많이 변화했어요.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인제 같은 곳에서도 군청 소재지에 있느냐 아니면 좀 더 작은 면 소재지에 사느냐에 따라 기회가 달리 주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활 바둑은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회장과 부회장이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의 힘이 일단 막강하다. 각 지역에 뿌리박은 풀뿌리 바둑단체가 강원도 바둑의 진정한 힘이었던 셈이다.
- 생활바둑은 곧 '소통'
2월 3일 일요일 아침, 강원도 인제 읍내는 한적하다. 인제 문화원에 모인 강원도 18개 시군의 바둑강사들은 바둑 교육의 베테랑들이지만 유치원생 교육에 대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강원도 교육청 지원으로 도내 유치원 바둑 특성화 교육에 투입되는 강사들의 사전 오리엔테이션이다. 전국 최초로 유치원생에 대한 바둑교육을 하는 것이라 쉴새 없이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초등학교 이상에서 학생 대상으로 바둑 가르치는 것과 유치원생을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6,7세가 나뉘어 있지 않은 경우 반드시 7세 이상을 나눠 7세 이상에게만 바둑을 가르쳐야 합니다. 6세 이하는 거의 이해를 못 하니까 유의해야 합니다. 20명이 넘어가면 통제가 굉장히 힘들겁니다. 아이들이 잘 알아듣는 지, 아닌 지 유치원 담임선생님과 보조선생님들에게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바둑은 몰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혹은 이해를 못 하는지 금방 캐치합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은 물론 그 유치원 선생님들의 신뢰도 같이 얻어야 합니다"
▲ 압축 스트로폼으로 만든 바둑판을 살펴보고 있다. 유치원생 교육용으로는 딱이지만 가격은 원재료가에 비해 다소 비싸다. 6만원. 물량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치원생을 위한 바둑교재는 별도로 마련된 것은 아직 없다. 초등학생을 위한 초보 교재가 대체재다. 5분짜리 바둑만화 영상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재도 교재지만 은근 준비할 것도 많다. 유치원은 공 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과는 다른 면이 많다. 바둑판도 그렇다. 유치원생이 펑펑 뛰놀 것을 대비해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바둑판도 망가지지 않도록 플라스틱(일종의 압축 스티로폼)으로 만든 주문 바둑판을 마련하도록 한다.
'생활체육'의 개념이 바둑계에도 퍼지면 기존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틀에서 사고하는 것과 여러가지가 달라질 것 같다. 시험적인 부분이었지만 유아교육과을 전공한 사람이 바둑을 배워 아이를 가르친 경우. 그냥 바둑을 잘 두고 가르치는 사람보다 효과가 높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이런 생활체육의 교육부분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대개 유리하다. 이것 또한 편견인지 모르지만 생활체육의 개념이 바둑에 널리 퍼진다면 여러분야와의 '통섭'이 활발해질 거나 다양해질 것을 예측할 수 있겠다.
상급단체가 하급단체를 통제하는 것도 훨씬 어렵다. 하급단체라기보단 독립성이 강하고 자율성이 강한 기초단체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3일 강원도 인제군, 강원도 유치원생 바둑교육을 위한 강사들의 교육 모임이지만, 한국바둑은 강원도에서 "생활체육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하게 됐다.
▲ 스포츠 경향 엄민용 기자(직립)가 생활바둑 정가맹단체에서 '스포츠 바우처'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스포츠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 가구의 어린이 등이 매달 7만원까지 스포츠 종목 수강에 지원을 받는 제도이다. 바둑학원에 꽤 유용한 제도다. 정문정 대표가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 바둑 영상물이 어린이들 바둑교육에 매우 유용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 강원도 18개 시군 대표로 모인 바둑연합회 인사들
▲ 강원도 인제읍의 일요일 아침1
▲ 강원도 인제읍의 일요일 아침2
▲ 강원도 인제읍의 일요일 아침3
▲ 강원도는 '한우'가 유명하다. 역시 대도시보다야 저렴한 가격이다. 사랑말 한우의 모습.
▲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다. 빙어 낚시가 한창이다. 날이 좀 따뜻해졌다고 해서 추위에 대해 방심하면 금물이다. 이곳은 인제다.
▲ 바둑TV 김성현 PD가 흡족한 표정으로 강원도의 자랑 '한우'를 굽고 있다. 바둑TV는 바둑전문영상매체로서 강원 바둑연합회에서 큰 사랑 받았다. 또한 김성현 PD는 고기를 알맞게 잘 구워주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