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업적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을 융건릉으로 옮기고 수원화성을 건설한 것이다. 그 후 그는 총 13차례 수원화성으로 능행차를 떠났는데, 그 전 구간 행렬을 221년 만에 처음으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능행차를 통해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이상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만하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뤄졌던 정조대왕 능행차(2007)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2016 정조대왕 능행차는 1795년 정조가 이동했던 경로를 그대로 재현하는 행사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창덕궁에서 시작, 시흥행궁에서 하루 묵고, 안양과 지지대고개를 넘어 수원화성까지 이르렀던 조선 최대 왕실 행렬이었다. 이번 행차 역시 창덕궁에서 시작해 수원화성까지 1박 2일 동안 47.6㎞ 길을 따라간다. 수원시는 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는 1996년부터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하고 있지만, 수원 내 지지대고개 구간부터 시작했고, 서울에서는 2007년, 창덕궁에서 보신각, 남대문, 한강대교 북단, 노들섬에 이르기까지의 행차를 재현했었다. 이번 행렬은 221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완벽 재현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의 반차도에서는 약 5661명의 사람이 동원되었으며, 1417필의 말이 등장했다고 전한다. 이번 재현의 총 참여 인원은 무려 3100명, 말 400여 필이 동원된다. 구간 곳곳에 다채로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조의 효심이 보이는 수원화성 건축
수원화성은 조선조 제22대 정조 때인 1794년 1월에 착공해 2년 9개월 만인 1796년 9월에 완공되었다.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조선 최고의 명당이던 수원부 화산으로 무덤을 옮겼고, 그곳의 고을을 화성 안으로 들어서게 했다. 나라에서는 집값과 이사 비용을 줬고, 백성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과학적인 기술로 튼튼하게 성곽을 쌓았다. 2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화성은 총 길이 5744m. 하지만 길고 긴 성곽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는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곳곳은 상처로 남을 뻔했지만 화성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담은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그대로 복원되었다. 이로 인해 수원화성은 1997년 12월 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을 이곳으로 옮기고 13차례 수원화성으로 능행차를 떠났다. 이번 행사는 그중 1795년 정조의 능행차를 되살려 재현했다. 단지 떠난다는 행위가 아닌, 길 위에서 정조의 행적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의 의미
서울시와 수원시가 공동으로 재현하는 이번 행차는 '소통과 나눔 그리고 공감'이란 주제로 진행된다. 서울 창덕궁을 시작으로 안양과 의왕을 거쳐 수원화성까지, 궁(宮)으로 시작해 로(路)로 이어져 성(城)으로 끝나는 원형 복원의 의미 있는 행렬이다. 서울시 강북 구간 창덕궁~노들섬, 강남 구간 노들나루공원~시흥행궁, 안양시 구간 금천구청~만인교~유한양행군포중앙연구소, 의왕시 구간 유한양행군포중앙연구소~노송지대 입구, 수원 1구간 노송지대 입구~수원종합운동장, 수원 2구간 수원종합운동장~장안문~행궁광장~연무대까지 이뤄진 길이다. 세계문화유산을 잇는 시작과 끝 지점이다. 이 구간에서는 고증과 재현 행사를 중심으로 풍부한 볼거리가 펼쳐지는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채제공, 경기감사 등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뽑았다. 그뿐만 아니라 10㎞ 도보를 완주할 수 있는 능행차 행렬 참여자 156명을 시민들 중에서 선발하기도 했다.
국왕의 능행은 도성이나 경기도를 벗어나는 행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많은 경비가 드는 행사였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면서 사도세자의 권세를 되찾기 위해 1789년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조성한 후 매년 찾았다. 혜경궁 홍씨 회갑을 맞은 1795년에 열린 화성 행차는 더욱 특별하다. 정조는 화성 행차 당시 백성을 위해 쌀 지급과 민원 해결 등을 시행해 애민정신을 실천했다. 김문식 단국대학교 교수는 정조대왕의 능행차에 대해 '단순히 복원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정조가 행차를 통해 보여줬던 부모에 대한 효성과 노인봉양, 민원해결, 국방력 강화 등의 의의를 되새기고 현대 사회에 응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를 습격하는 자객을 막는 상황극(2007)
정조대왕 능행차를 보는 여행객들(2007)
노들섬까지 이어지는 배다리를 건너는 행렬(2007)
창덕궁에서 시작하는 행렬
정조대왕 능행차는 10월 8일 오전, 창덕궁에서 문무관 및 구군들이 능행차 행렬을 환송하는 출궁의식으로 시작한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어마와 가마에 탑승하면 취타대의 화려한 연주가 울린다. 한강이촌지구에 이르러서는 노들섬 구간에 배다리를 설치해 시민과 함께 건너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배다리 좌우에 구군들이 늘어서 사진을 찍고 직접 배다리를 걷는 체험이다. 노들섬에 도착하면 풍물 및 산대놀이로 흥을 돋운다.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데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능행차 당시 먹었던 음식도 직접 맛볼 수 있다. 능행차 주제 전시관도 있어 을묘원행과 관련된 소품인 능행차 의상과 능행도 병풍, 깃발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시흥행궁에 닿으면 호위군사들이 왕을 맞이하기 위해 늘어선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정조와 금천구청장인 시흥현감과 도승지가 등장한다. 백성들이 무대로 몰려들어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정조대왕은 시흥현감에게 지시를 내려 해결책을 제시하는 상황극이 펼쳐진다. 백성의 고통을 헤아리려 했던 정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수원 화성을 향해가는 행렬 (2015)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조 퍼포먼스 (2015)
수원 화성 앞 화려한 행렬(2015)
시민에게 인사하는 혜경궁 홍씨(2015)
정조대왕을 따라 가는 효심과 애민의 길
일요일에는 금천구청에서 행렬이 시작된다. 대고 1개와 나각 4개, 말 30필이 함께 출발한다. 만안교에 이르러 말 30필과 300명의 행렬단이 합류하고 삼취가 울린다. 안양역에서는 정조 맞이 국악한마당이 신명 나게 펼쳐진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 다리를 밟으며 건너 왔다 갔다 하는 만안답교놀이도 진행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이라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낼 듯. 조선 시대 왕과 왕비가 입었던 의상을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정조대왕의 도착을 알리는 파발마, 약 200m 구간의 거리를 신속하게 달려 정조대왕의 안양 도착을 알리는 모습도 재현한다. 이때 안양시장 등이 나와 정조를 맞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징과 꽹과리를 쳐서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왕에게 호소하고 해결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재현한다. 그러다 백성 사이에 숨어 있던 자객들이 행차하는 정조를 습격하고 호위하는 장용영이 막아내는 상황극이 펼쳐지기도 한다. 의왕시청 별관사거리에 이르러서는 줄타기 등을 비롯한 남사당놀이가 펼쳐진다. 정조는 어머니 회갑의 기쁨을 백성과 함께 나누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주던 사미의식을 행했는데 이를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현한다. 수원에 들어서면서 화려한 이벤트가 연이어진다. 장안문에서의 조선 백성 플래시몹이 볼 만하다. 현장에서 2200여 명의 시민이 게릴라성 플래시몹을 연출해 장관을 이룰 듯. 행궁광장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역동적인 마샬아츠 공연과 신명풀이 공연인 대동놀이가 펼쳐진다. 연무대에서는 용승천 퍼포먼스가 이뤄진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33m의 대형 벌룬 용이 밤에도 불을 밝힐 예정. 어두워지면 촘촘한 불빛으로 수원화성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효행등을 든 시민 행렬은 정조의 효심과 애민 정신을 알 수 있는 공연 <야조>를 감상하며 능행차를 마무리한다.
거리를 활보하는 행렬(2015)
수원 화성에서의 화려한 퍼포먼스(2015) 여행정보- 주소 : 2016년 10월 8일 8:30~18:00 서울/금천 구간, 2016년 10월 9일 9:00~19:00 경기도(안양/의왕/수원) 구간
- 문의 : 02-2133-0940~4(서울 구간), 031-290-3691~5(경기 구간)
주변 음식점- 화춘옥 : 수원갈비 / 팔달구 창룡대로41번길 / 031-223-2425
- 본수원갈비 : 갈비 / 팔달구 중부대로223번길 / 031-211-8434
- 진미통닭 : 프라이드·양념통닭 /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 031-255-3401
숙소- 수원호텔꼬모 : 팔달구 효원로219번길 / 031-233-8966(굿스테이)
- 호텔 테이트 :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 031-222-6100(굿스테이)
- 테마모텔 : 장안구 파장천로 15 / 031-271-6927(굿스테이)
글 : 박산하(여행작가), 사진 : 수원시청, 2016 정조대왕 능행차 운영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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