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었다.
아빠가 아끼던 찌그러진 중고차 속에서
좋은 세상 오면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살자던 엄마 품에서
한 손엔 장난감을 들고
피투성이가 되어
누나와 함께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던 실직한 아빠와 함께
소녀가 죽었다.
하늘을 날며 날며
집 나간 엄마를 부르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며
그렇게 부러워하던 25평 아파트 화단에서
홀로 남겨질 동생을 차마 못 잊어
두 눈을 부릅뜨고
온몸이 터져 찢겨진 체
아버지가 죽었다.
모두들 떠난 텅 빈 공장 구석에서
소주를 마시고
농약을 마시고
한 손엔 부도난 어음을 들고
눈물을 마시며
절망을 마시며
타는 듯한 고통을 참고 또 참고
온몸을 뒤틀다
한 마리 쥐새끼가 되어
엄마가 죽었다.
어느 비 오는 여름날 밤
먼저 가신 아빠를 원망하며
곰팡이 냄새 정겨운 지하 단칸방에서
문고리에 목을 멘 체
동맥을 자르고
차마 못한 말 다하려는 듯
길게 혀를 내밀고
고개를 처박고
비가 온다.
아이의 눈물처럼
때론 소녀의 소망처럼
비가 쏟아진다.
아빠의 분노처럼
엄마의 슬픔처럼
세상이 떠내려간다.
갈 곳도 없이 허우적거리며
흙탕물에 휩쓸려
모든 것이 죽어간다.
죽어간다.
죽어간다.
그러나, 그들은 왜 죽지도 않나!
이미 죽어도 좋을 그들은 왜!
죽지도 않나!
아버지가 엄마를 죽였다.
엄마가 아버지를 죽였다.
아버지가 아이를 죽였다.
엄마가 아이를 죽였다.
아이가 아버지를 죽였다.
아이가 엄마를 죽였다.
아이가 누나를 죽였다.
아이가 아이를 죽였다.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그들이 엄마를 죽였다.
그들이 누나를 죽였다.
그들이 형을 죽였다.
그들이 동생을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그러나 그들은 왜!
죽지도 않나!
이미 죽어도 좋을
그들은 왜 죽지도 않나!
카페 게시글
━━━━○ 이야기 샘터
그들은 왜 죽지도 않나!
하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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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7
05.09.07 17:1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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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싹 ~~~ 으시시 ~~~ ㅋㅋㅋ .... 안죽은 사람 손들고 나오시요 ㅎㅎㅎㅎ
ㅋㅋㅋ킥^^
무겁네요.....쾌창한 가을 하늘 한번 올려다 보세영~ ^^
모두 살려내요 ~~~~~~~~~~
옴마야 모두 죽었다네.. 무서라~~~
우째 으사스하네 글치안어두 때아닌 나비땜스리 무서붜 죽겠는데 오늘밤 화장실 어케간담..ㅎㅎㅎ
의미 심장하네요........ 그러나 오짠대요 난 아직 죽고싶지 않아요....... 설마 전 아니겟죠... ㅜㅜㅜ
안녕,프란체스카~~!!
어이구야~ 으시시~~ 뭔 사건이 이리도 많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