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도 과학도 무시한 ‘방역 독재’
▲김태규 변호사 前 부산지법 부장판사
강력한 감염 방지책 당연해도의학적·절차적 정당성 갖춰야계엄보다 더 쉽게 기본권 제한
주먹구구 대책에 ‘文데믹’ 분노백신 보릿고개, 민노총엔 쩔쩔독일선 ‘방역 위반 과태료’ 違憲
저녁 6시 이후에는 2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 결혼식·장례식장은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예배나 미사는 비대면으로 해야 한다. 나이트클럽, 포장마차 등은 폐쇄한다. 개인의 방문지를 알 수 있도록 매번 신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독재적 상황이다.
이런 독재가 우리 헌법에서도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77조 및 계엄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해 집회, 표현 및 종교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다. 독재적 권한을 사용하므로 대통령은 국회에 이를 통고해야 하고,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요구할 때는 해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독재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런 계엄 없이 독재적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예방조치다. 예방조치 중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항은 대개 그 세부 기준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정하는데, 여기엔 그런 내용이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거리두기 조치는 대통령령이나 부령(部令) 없이 질병관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명령으로 설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들이 집합을 몇 명으로 제한할지,
어떤 장소로 제한할지, 얼마간 제한할지를 모두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계엄보다 쉬운 요건으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또 계엄은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런 제한조차 없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할 위험이 있어, 그 입법 형식이나 내용이 위헌일 공산이 크다.
정부가 필요한 감염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모든 행정작용은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해야 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공익과 사익 사이에 이익 비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취해지는 방역 예방조치들을 보면 이런 원칙들을 따른다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조사한 것인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하를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치사율에 대한 검토를 한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집합 금지의 대상·인원·장소 등과 관련한 모든 예방조치가 가혹할 만큼 엄격하다. 그 알량한 K-방역도 결국은 국민의 가혹한 희생 위에서 겨우 쌓아 올린 것이다.
정부의 지난 1년 6개월 방역은 과학이나 의학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치적 고려와 미숙한 판단으로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것을 이젠 많은 국민이 안다.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못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면 살인자라 불렀다. 차를 타고 있어도 감염 위험이 있다면서 시위를 단속했다. 민주노총은 8000명이 시위해도 쩔쩔맨다. 대구 탓, 신천지 탓, 교회 탓, 나이트클럽 탓, 결국에는 2030세대 탓까지 하면서 국민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모더나 쪽에서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다가, 온 국민이 백신 보릿고개를 맞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한 백신을 북한에 나눠줄 방법을 걱정한다. 자영업자들은 말라 죽어가고, 젊은이들은 인생 황금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마스크 벗고 축제하는 외신 기사를 보면 때론 부아가 치민다.
‘문(文)데믹’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권은 방역을 정치로 보고 자신들의 공치사할 일 만들기에만 전념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시민들의 양해 없이 4단계라는 정체 없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국민 인내심의 바닥을 확인하려는 듯하다. 제발 국민을 지배의 객체가 아닌 기본권의 주체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독일 바이마르시 지방법원은 방역 위반을 이유로 부과된 과태료와 관련해 그 근거가 된 조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집합 금지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자유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자유 중 하나다. 시민이 자기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초대할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가는 어떠한 규제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 위헌(違憲) 판결의 이유다.
광복절 연휴 첫날인 14일 보수단체의 집회가 예고된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이 차벽과 안전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광복절 연휴 첫날인 14일 보수단체의 집회가 예고된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이 차벽과 안전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 시민이 출입이 차단된 종각역 지하차도 앞에서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서울역과 광화문 일대를 도는 '1인 걷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통제에 차단되자, 이들은 도심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화문 진입 보행로에 검문소가 설치돼 있다. 경찰은 '1인 걷기 운동'은 불법집회에 해당하는 '변형된 1인 시위'에 가깝다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서대문과 서울역, 서울역사박물관 일대에서 200명 규모의 '한미전쟁연습중단' 1인 시위를 한다
보수단체의 집회가 예고된 광화문 역 일대가 펜스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미로같은 안전펜스를 통과하는 시민들.
광화문 진입로에서 한 남성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시청 앞에 경찰의 차벽이 설치돼 있다.
통제된 진입로를 돌아가는 가족.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차벽.
광화문 네거리를 둘러싼 경찰 차벽
골목 골목에도 설치된 검문소.
곳곳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이 보이고 있다.
국민혁명당이 1인 시위 형태로 설치한 부스.
당초 광화문에서 집회 예정이었던 이들은 경찰의 통제에 차단되자, 도심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복절 연휴 집회 원천봉쇄에 나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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