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곱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제법 자주 곱창을 먹으러 가게 된다. 씹을때 느끼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곱의 맛, 누릿한듯 고소한 향 때문에 흉악(?)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곱창.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얼마전 1인분에 만원하는 대학로 골목집의 곱창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1000원 더 싼 신림동 황소곱창이 오늘 소개할 집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신림동 일대를 제법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소개해 준 이집은 소위 번화가로 알려진 신림동 곱창골목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신림동 스타일의 순대곱창, 야채곱창과 같은 메뉴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양념과 깻잎의 향으로 본 맛을 가린 채 푸들푸들 거리는 곱창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살점을 먹는 느낌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 좋은 곱창요리는 곱창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맛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난척, 미식가입네 어쩌네 떠들어도 1인분에 2-3만원씩 하는 곱창을 마구 먹어댈 수도 없는 일이다. 다행히 황소곱창은 최근에 가격수정이 있었음이 느껴지는 덧붙임 가격표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분에 9000원이라는 강력한 가격 메리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허름하고 오래된 듯한 곱창집 실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름의 개똥철학은 과거를 느끼며 즐기는 식사가 격식있고 화려한 식탁보다 더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80년대풍의 황소곱창은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여느 곱창집에서건 대부분 그러하듯, 곱창을 주문하면 적당히 익혀서 손님에게 제공된다. 보통 이때부터 붙임성 좋은 친구는 '이모'라고 말을 붙이면서 슬슬 서비스를 기대하고는 한다. 제법 단골집들이 있지만 '이모'문화는 솔직히 어색해서 필자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꼭 그런 액션이 필요하다면 그런 류의 사람을 대동하는 정도일까.
황소곱창에서 곱창 메뉴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간천엽을 제공한다. (물론 다 떨어지거나 상했을 경우는 안나올 수도 있을 듯) 어지간한 곱창집에서 다 주는 간천엽이 무슨 대수냐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게 1인분 9000원을 받는 집에서 어느 집에서는 만원에 파는 간천엽을 서비스로 받는다는 것, 그리고 '이모형 인간' 이라면 우호도에 따라 리필이 얼마든지 가능한 간천엽은 분명히 메리트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던 적이 있다.
비록 80년대 인테리어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대명사처럼 각인된 '거북곱창' 스타일의 불쇼 또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캐쥬얼함은 가지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는 2% 정도 모자라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가격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 가격대비 성능으로 보면 특 A 급에 해당한다. 각종 부위를 다 먹을 수 있어 손빠른 사람은 잽싸게 양대창 부위를 먼저 독식할 수 있는 어드밴티지까지 가지고 있다.
양이 적었다기 보다는 머리수가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금방 사라진 곱창들을 아쉬워하며, 밥 2인분을 넣고 볶았는데 역시 밥도 딱 맞춘 두공기가 아니라 '대충 세공기쯤 될법한' 양이다. 볶음밥은 식사로도 좋지만 은근히 괜찮은 소주 안주가 되기도 하는 법. 곱창 2인분짜리 한판이면 3-4인 기준 두당 1병씩 마시고도 개인당 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 찾아가는 길
신림역 8번출구로 나와 실내경마장을 지나면 바로 왼편으로 화장품 가게가 있다. 그 골목길로 꺾어져 들어가 각종 번화가를 무시하고 무조건 직진하다 보면 수많은 모텔건물들 사이에서 황소곱창을 찾을 수 있다. 혹시 길을 잃는다면 '가야마트'를 찾아 그 맞은편에 있는 황소곱창을 찾자.
▶ 전화번호
02)878-5703
▶ 알아두면 좋은 얘기들
신림역 번화가와 정 반대편인 이쪽동네에 은근히 괜찮은 집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게다가 길 하나 건넜다고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은 흡사 대학로를 보는 것 같다.
멀리 가는 2차 장소가 애매하다면 바로 코앞에 있는 대형 실내 포장마차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특별히 맛있는 안주는 없지만 가끔 이벤트로 여러가지를 주는데 100원에 석굴 한접시를 주기도 했다. 손님마다 제공하는 동전형 물티슈 (동전처럼 생긴 하얀 물체에 물을 뿌리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물티슈가 됨) 도 재미거리.
가격이 싸다보니 손님이 많은 날은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언제 손님이 많은지는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 평일과 주말중 언제가 더 손님이 없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들쭉날쭉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