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늦은 아침, 평생 나의 몫이라 간주하고 살았던 일들에게 생기 있는 새로운 질서정연(秩序整然)함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와 있었다. 마음에 녹아 있고 손에 익숙하니
늘 거침이 없다. 나의 몫은 늘 누구에게나 하기가 꺼려지고 싫은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일 일수록 눈길이 안 가고 손을 타지 않으니 쉽게 지 저분 해 지기 마련이다. 요즈음 내가 제일 많이 거처하는 공간에 있는 것들 모든 것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미리 세탁해 놓은 몇 가지 남은 겨울 옷과 봄 옷 전부를 정리하여 보관함 또는 장에 나중에 찾기 쉽게 간단한
메모장에 거처를 적은 후 정리를 끝내고 등산용품 또한 여름시기에 자주 사용하는 용품으로 전수 바꿔 두었다. 그리고
다시 나의 몫이라 할 수 있는 다용도실 선반과 재활용분류대 이곳저곳 전부를 말끔하게 한 후
베란다 창고와 화초까지도 화분크기를 맞추고 흙을 보충한 후 저절로 생긴 잡초까지 제거해 주며 오전을 보냈다. 다시
미뤄 두었던 등산화를 바꾸고 방수처리 약품을 찾아 덧 바르고 끈도 방수약을 뿌려주어 우기를 준비해 두었다. 나의
소관을 마무리 짓고 나니 내 자신에게도 마음의 질서를 주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찾아 왔다.
어디가 좋을까? 여름이 익기 전 낙엽송 숲? 아하~~ 그렇지 가자! 결정을
쉽게 내렸다. 어떻게 가지?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성가신
추론이다. 궁리 끝에 기피용 생활습관 리스트를 휘리 릭 돌려 보았다.
자전거로 이동하지 뭐~ 그래 맞아! 준비물은? 당연히 마스크, 세정제,
장갑이지~~ nap-sack에 챙기기 시작하였다. 점심은? 아직 전이니 먹고 출발하자, 후다닥 차려 먹은 후 뒷정리까지~~ 커피내 린 후 정수 된 물을 준비하고 배 한
개를 반을 자른 후 캡슬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한 두개의 행동식을 챙긴 후 집을 나섰다. 가르는 바람이
양 옆으로 스치고 가며 남기는 체취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꼭 첫사랑의 감정이라 느꼈던
그러한 기분만큼이나 좋았다. 다섯개의 건널목을 넘어선 후 비로소 자전거는 자기의 길을 찾았다. 자신에게 누 누하게 주지시키며 앞으로 나갔다. 절 때 서두르면 안되! 경주에 나선 것도 아닌데 느긋해야 해~~ 자전거 전용도로 양 가로수는
성큼 커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까지 자문하다 스스로 닫았다. 어느
새가 자꾸 마음에 차는 만큼 나는 더 늙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이 싫었던 것이다.
대신 휘바람을 불었다. You Raise Me Up~~~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다음 가사부분이다.
Stand
up raise your face to the sky, my love
일어서 하늘 향해 고개를 들어
Together, we can take it higher
함께 라면 더 높이 갈 수 있어
Oh, together, we can take it higher
함께 라면 더 높이 갈 수 있어
4개의 다리를 건너 마침내 낙엽송 숲에 도착하였다. 출발하면서 준비해 입은 옷은 반바지 기능도 있는 옷이었다. 지퍼를
열어 변신한 후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 길 따라 걸어 올랐다. 오를수록 박동은 요동친다. 숨을 열어주는 길이 하나만 더 있어도 ... 이런 생각을 하다 금
새 지어버렸다. 생명은 소중한 이유는 단 하나라는 이유에서 잉태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낙엽송이면서도 바늘같은 잎은 사납지 않고 부드럽다. 선하게 느껴지는
나무가 바로 낙엽송이다.
구 과 목 소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일본이 원산지로, 깊은 산속이나 고원에 주로 서식한다. 한국에는 1914~27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60~70년대 중부 이남에 있는 산의 조림수로 널리 심어졌다.
키는 30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 가지는 조금 위쪽을 향해 나란히 달리며, 수피(樹皮)는 두꺼운 비늘처럼 갈라져 있다. 초록색의 잎은 10여 장 이상씩 모여 달리는데, 가을에 노랗게 물들며 떨어지기 때문에 낙엽송(落葉松)이라고도 한다. 잎은 길이가
1.5~3.5cm이며, 뒷면에 기공선(氣孔線)이 있다.
꽃은 5월에 타원형의 암꽃송이와 구형 또는 난형의 수꽃송이가 같은 가지 끝에 1개씩 핀다. 삼각형의 씨는 9월에
익는데, 구과를 이루는 실편의 수는 50~60개이며, 실편의 끝이 조금 뒤로 젖혀진다. 양지바르고 비옥한 토양에서만 자라며
수명이 짧고 바람에 꺾이기 쉽다. 맹아력(萌芽力)이 있고 뿌리가 깊게 내리지 않는다.
비교적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 잘 자란다. 땅속에 진흙과
잔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토양에서 성장이 좋다.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나무가 원추형으로 자라고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으며 잎이 가을에 노랗게 물들기 때문에 정원수나 공원수로
심기도 한다. 변재는 흰색, 심재(心材)는 갈색이고 나무결은 곧으며,
말리기가 쉬우나 잘 터진다. 토목재· 건축재· 침목재· 갱목으로 널리 쓰인다.
능선으로 오르기 전 숲 속의
빈터가 하나 있는 곳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로 하였다. 4월에는 접동새가 그렇게 슬피 울더니 이젠 숲에선
뻐꾸기 소리가 더 들린다. 뻐꾸기 우는 소리는 씨 뿌려라 씨 뿌려라 씨 뿌려라 하는 소리라 한다. 봄에 그렇게 울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씨뿌리는 시기를 알려 주기 위해서라고 믿는 민족이 바로 우리다. 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작품 구름(nephelai)에서
보호나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유토피아라 표현하면서 nephelococcygia라 표현하였는데 영어로
직역하면 cloud cuckoo land(구름속의 뻐꾸기 나라)가
된다. 이를 보아 뻐꾸기의 탁란 습관을 철학자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직접 품지 않는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 같은
작은 새의 둥지에 몰래 낳아 다른새가 기르게 하는 녀석이다. 언젠가 새 이야기를 적을 기회가 있을 때 상세하게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뻐꾸기 처 럼 전설도 많은 새는 없다.
뻐꾸기 울음을 듣고 뻐꾸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낙엽송 상단에 앉아 우는 뻐꾸기를 찾으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짙어
져 가는 녹음에 가려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럴 적에 어느 산 객 한 사람이 비탈을 내려와 내가 앉아
있는 아래 쓰러진 나무 등걸이 앞에 배낭을 던져 놓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비탈에서 내려온
초 로의 두 부부가 슬며 시 나무토막에 걸 터 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꼭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지고 대신 둥지주인인 새가 날아와 앉는 것처럼 느껴져 슬며 시 웃었다. 뻐꾸기는 저 너머
숲으로 사라져 가는지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어느 정도 고요가 진행된 숲,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 교황님께서 신자들에게 보내 주셨던 기도 권고문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어머니이신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얼굴을 다함께 바라봅시다. 이는 우리가 다시 한번 영적 가정으로 더욱 하나 되어 이 시련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이 때 정적을 깬 것은 바로 허공을 도는 헬기프로펠러 소리였다. 일정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도는 것을 보니 구조용 헬기소리였다. 정상부근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다는 것은 등산자에게 일어난 돌발사고로 발생한 응급구조를 뜻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환자의 이동 수습과 관련하여 아직 준비가 덜 되어 헬기는 허공을 맴돌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증거다. 손을 들어 가슴에 긋고 - 자비를 베푸소서 - 하며 일어 섰다. 헬기 소리는 이후 20여분이 지속되다 서쪽 하늘가로 숨었다.
오늘로서 성모성월은 지나간다. 그리고 예수 성심성월이 온다. 주님께서는 사랑이시다. 온전한 사랑을 받았으니 우리 또한 온전한 사랑으로 참 평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미소가 아름답고 말이 선하면 평화로 가는 길목인데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쏱아내는 사회각층에서 발현되는 소식을 전하는 글에 달리는 댓글의 수준을 보면 이성, 인격, 지성 등의 존재가 사라진지 오래다. 진영이란 괴물같은 논리에 함몰되어 괴물들이 쏱아낼 것 같은 언어들이 바다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를 인정하려하지 않으니 생기는 병적인 현상이다. 숲에 머물며 긴 시간을 이용하여 공존에 필요성에 대하여 깊은 사색을 통하여 혜안의 촛불 하나 새기고 돌아 왔다. 인간의 문명은 나 혼자 또 너 혼자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우리라는 건전한 공동체만이 평화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평화 평화의 마음으로 평화의 선한 공동체의 꿈을 꿔 보며 돌아 왔다.
첫댓글 뻐꾸기 소리와 함께 유유자적한 숲나들이 ~~~ 멎짐
정리를 마치고 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람따라 구름따라 나선 정경이 아름다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