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분의 이사 집들이를 갔습니다. 청라 호수공원의 바람이 푸른 댕댕이 덩쿨처럼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부드럽고 상쾌한 봄 밤의 바람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소녀들처럼 웃고 떠들었습니다.
지치고 피곤한 몸이지만 뚜벅이를 위해 부평에 부려주고 서울길 다시 돌아간 친구에게 감사와 안쓰러움이 간절하여 혼자 중얼중얼....
가끔은 빈 방에서 초록 식물들과 말 벗을 합니다.
그래도 절친들과의 한 바탕 웃음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혼자 지내는 방에 초록이들입니다. 말벗이고 심심풀이 대상입니다. 사랑스러운 것은 자태가 아니라
저 아이들 끼리 빈방을 2년째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 길 오가는 고달픔을 위로하는 듯 모질게 빈 방을 지키며 생명을 잇고 있음이...... .
아주 가끔 먹거리를 만들지만 혼자 해결하지못하고 남아돌게 되면 먹거리가 고민거리가 되는 지라
그나마도 연중 행사가 되었습니다.
혼자 먹겠다고 쑤어 본 도토리 묵입니다.
몇 쪽을 먹고 나니 혼자서는 맛을 못느껴서 오랫동안 힘들게 해결하였습니다.
엄마가 부평 지척에서 직장 다니고 연린이는 김포 초지진 다리 앞 김포 해병대 부대 군바리입니다.
한 번도 가보질 못하다가 가보기로 하였는 데, 아들 들여보내고 혼자 어둔 길을 돌아나올 생각을 하니
가슴이 썰렁하여 절친 분들께 동행할 지를 물으니 흔쾌히 그러마고 합니다.
그날 감사하게 봄 나들이를 하였고 가슴에 두고두고 새긴 은혜를 아직 못갚고 있습니다.
그날 연린이는 중학교 은사님이 사주는 고기를 먹었고, 어릴 적 동네 소꿉 동무 하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추억을
반찬 삼아 앞에 앉은 엄마의 절친들과 시원한 맺주도 한 잔 기울였습니다. ㅎㅎ
월욜마다 4시에 동대구를 출발하는 기차를 구미역에서 4시 30분에 탑니다.
월욜은 하루종일 비몽사몽입니다. 새벽 첫기차를 타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첫 기차의 아침 밥 KBS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10분이나 연착하는 기차를 원망하면서 출근을 하고 저녁엔 헛헛한 마음으로 집으로 오던 그 날
달빛 아래 핀 매화 향기가 정신을 아찔하게 하여 찍었네요. 담날 아침에는 어제 본 그 매화 향기가 아직도 그대로인가하여
코를 가까이 대고 맡아보니 도시의 아침 냄새와 섞여서 아리송하길래 또 한 번 더 찍었습니다.
학교 교문 안에서 나를 반기는 목련도 한 컷. 지난 토욜 덜 핀 아이들이 주말 동안 모두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그 옆에 어느 봄 밤의 우리 청춘이 한 컷 담기고.....
늙은 모습이라고 하나 아직은 슬프고 싶지는 않습니다.
행복한 저녁을 지내고 빈 방에서 주절주절합니다.
먼 곳에 농부님도 편한 잠 드시고, 연린이도 연하늘이도 연선이도 좋은 밤 되거라.
절친 님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