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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나는 부모일까? 학부모일까?-1
부모 vs 학부모
2014 신년 특집 SBS 스페셜 3부작 [부모 vs 학부모]가 화제다. 한계에 달한 입시 경쟁의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가 부모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사교육 소비의 결정권을 쥔 부모들이 경제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생겨나는 폐단과 이를 바꾸기 위한 6개월간의 대장정 그리고 우리 교육의 방향성까지.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에서 제시된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1 Part1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는 교육 현실
부모의 불안이 빚어내는 비극들
사례 1 우등생의 모친 살해
년, 전교 1등을 할 만큼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고3 학생이 전국 1등을 요구하며 상습적으로 심한 폭력을 가하던 어머니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의 어머니는 당시 남편과 별거하며 결혼생활의 실패에서 겪은 상실감을 아들의 학업 성취를 통해 충족하고 싶어 했다.
사례 2 게임중독에 빠진 전교 3등
지난여름, 인천에서 만난 강모군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모여 술·담배에 빠져 있었다. 강군은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전교 3등을 유지했던 우등생이었으나 지금은 50일이 넘게 학교에 나가지 않아 유급 위기에 놓여 있으며 매일 밤을 PC게임으로 보내고 오후가 되어야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강군은 자신이 게임중독에 빠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내가 왜 게임중독인데? 난 게임 없이도 살 수 있어. 내가 게임에 왜 빠졌는지 알기나 해? 공부로 안 될 것 같으니까야.” 강군은 수시로 집 안 물건을 부수고 부모와 고성으로 다툼을 벌여 지구대에서 경찰관이 출동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사례 3 한 해 1백여 명의 아이들 성적 비관 자살
지난해 3월, 7월, 8월, 9월에 지방의 자사고, 과학고, 인문계고에 다녔으며 하나같이 공부를 잘했고 부모와 큰 갈등 없이 지내오던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들의 부모들을 더 아프고 애통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평소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고, 부모와의 관계 또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 문제 해결 방안, 부모 역할에서 시도
2014 신년특집 SBS 스페셜 3부작 [부모 vs 학부모]에서 그려진 교육 현실은 참담하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제작진은 한계에 달한 입시 경쟁의 문제를 조명하면서 부모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의 문제를 부모와 연계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이다. SBS [부모 vs 학부모] 신진주 작가의 얘기다.
“끔찍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입시 경쟁에 내몰게 만드는 것은 부모들을 사로잡고 있는 불안입니다. 학력에 의한 소득 격차와 대학 서열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간이 갈수록 빈부 격차는 심각해지고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청년 실업 3백만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고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부모가 자녀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학벌이라 믿으며 입시 경쟁에서 성공하도록 이끄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의무라 여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복잡해진 입시제도와 사교육 업체들이 쏟아내는 각종 교육 관련 정보는 부모들을 더 큰 불안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청년 실업 3백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학벌이라고 믿고 있다. 자연히 입시 경쟁에서 성공하도록 이끄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의무로 여기는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의 성적 변화요인은 자기 주도성이 핵심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많은 정보는 과연 사실일까? 공부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고, 어릴 때 많이 해둬야 공부 습관이 생기며, 선행학습은 몇 년이고 미리 해두는 게 좋을까? 강남 아이들은 최고의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특목고에 자녀를 보내면 상위권 대학 입학은 떼놓은 당상일까?
부모가 더 많은 정보를 쥐고 더 많은 돈을 들여 자녀를 끌고 가는 것이 입시 성공의 기본 조건일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실의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부모 vs 학부모]팀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의 중·고등학교 성적 변화 패턴을 연구한 결과 유지형은 25.7%, 지속적 상승형은 29.5%, 급격한 향상형은 8.6%, 슬럼프 극복형은 9.5%, 곡예형은 7.6%로, 55% 이상이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학생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진학 이후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의 부모 유형을 살펴보면 거부형과 권위형의 부모는 적은 반면, 부모가 참고 기다려준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사교육을 받았다는 학생이 95%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사교육을 받은 시간은 주당 8.9시간이었던 데 반해 혼자 공부한 시간은 주당 29.5시간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자기 주도성은 대학 입학 후에도 차이를 보였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한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목표 인식이 낮아지면서 혼돈을 겪는 경향을 보인 데 반해 자기 주도성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을 찾아가는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8 Part2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 일 번지,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 새로운 대안으로 마련한 [기적의 카페]. SBS 제작진은 공개 모집을 통해 열다섯 가족을 선정했다.
‘SKY 대학’ 합격률 1위… 정신과 질환, 재수생 비율도 전국 1위
30조에 달하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최신 경향과 정보가 만들어지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이곳 카페들은 초·중·고 학생을 자녀로 둔 많은 엄마들이 모이는 곳이며 다양한 교육 관련 정보가 흘러 다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엄마들이 얻는 정보는 실제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들을수록 불안을 자극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SKY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 중 강남 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강남의 학생들은 엄청난 스펙과 학력으로 타 지역 학생들을 압도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장된 사실 뒤에 가려진 진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남권에 사는 학생들은 실제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모의 소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다.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등 사교육 특구로 알려진 지역에는 학업 포기자와 정신과 질환을 앓는 학생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 지역에서 대학 입시를 치른 수험생 중 절반이 넘는 학생이 재수를 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강남구의 학생 비율이 100명당 3.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대입 수험생들의 재수 쏠림 현상이 강남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남 소재 16개 고등학교 수능 응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졸업생 수가 재학생의 절반을 넘는 학교가 14곳으로 드러났다. 높은 성취를 이루는 아이들의 수치는 과장되고 증폭되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부모들을 조급하게 하고 열패감에 빠지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중도에 무너지는 아이들의 수치는 묻히고 잊히는 것이다.
대치동 한복판에서 시도한 부모 교육 프로젝트 [기적의 카페]
제작진의 노력이 가장 돋보인 건 대치동 카페를 부모들의 불안을 없애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였다.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인 은마아파트 사거리 카페에서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아름다운 배움’과 함께 특별히 마련한 부모 자녀 관계 회복과 탈 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의 공부 문제로 고민하는 가족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제작진은 공개모집을 통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열다섯 가족을 선정했다. 특별히 강남 엄마를 선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신 작가의 얘기다.
“본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금의 교육환경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 사교육 일번지인 대치동을 공략했어요. 사교육 시장은 경제력과 정보력을 갖춘 부모들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쓰고, 없는 사람들까지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봐요. 결국 강남 엄마들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환경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강남 엄마들을 상대로 6개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루는 변화 - 부모 교육과 자녀 멘토링
부모 교육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화법, 코치법, 심리분석 등에 관한 수많은 부모 교육이 쏟아지지만 그조차 또 다른 사교육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훼손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일종의 기술로 여겨 단시간에 효과를 얻으려 한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이를 대치하기 위해 부모 교육을 병행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부모 교육과 함께 자녀들을 대상으로 기적의 카페, 기적의 멘토링, 관찰 카메라, 기적의 캠핑 등을 진행했다.
1 기적의 카페
선정된 열다섯 가족을 대상으로 4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5시간씩 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녀에게 내적 동기를 찾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 엄마들끼리 조를 편성, 계속적인 활동을 해나가도록 이끈 점이 주목을 끈다.
“사실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겪는 불안감이 더 커요. 그리고 불안감이 클수록 엄마들끼리 단합도 잘되더라고요. 강남권 중심으로 형성된 조보다 비강남권 엄마들의 불안감이 큰 반면 교육을 통한 변화도 컸어요. 그리고 돈독한 관계 유지도 잘됐고요.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6개월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예요. 제가 이 프로그램을 끝내고 얻은 교훈은 ‘실천하는 만큼만 부모다’라는 점이에요. 아무리 부모가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교육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프로젝트에 참여해 변화를 하더라도 실천이 없고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거든요. 계속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모임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봐요. 조 단위로 형성된 그룹의 활동이 방송 이후에도 계속될 때 변화가 가능하다고 봐요.”
엄마들이 주축이 된 기적의 카페에서는 현재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무엇이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부모들은 조감력, 조절력, 상상력, 실행력을 배워가며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훈련을 쌓아갔다. 이 과정을 거친 부모들은 고백한다.
“아이들은 나의 아바타가 아니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부모의 꾸짖음이 아니라 믿어주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2 기적의 멘토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이 15주간 진행됐다. 아이들은 대학생 멘토들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다양한 멘토들의 전공을 통해 부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은 자신의 롤 모델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노력도 보였다. 드디어 아이들이 꿈이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생기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엄마는 사채업자 같아. 매일 나를 보며 독촉해. 원금과 이자를 못 받아내서 안달하는 사채업자 같아”라며 엄마 가슴에 못을 박던 아이가 자신만의 꿈이 생기며 변하기 시작했다.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적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3 1박2일 기적의 캠프
엄마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아빠들의 변화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캠핑에서다. 열다섯 가족 모두 그동안 소극적이던 아빠들까지 캠핑에 참여한 것이다. 신 작가의 표현대로 “불안의 또 다른 형태, 혹은 자의든 타의든 소외된 형태인 아빠들의 무관심”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가족 간의 감정이 풀리고 소통이 이뤄지면서 변화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부모가 변하자 아이들도 변했다. 그동안 온갖 방법으로 바꿔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드디어 변한 것이다. 준성이는 학원을 모두 끊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기 시작했고, 채정이는 휴대폰을 거실에 두고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민석이는 휴대폰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상수는 엄마에게 감사의 영상 편지를 보냈다.
4 관찰 카메라
[부모 vs 학부모]가 방영되자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관찰 카메라였다. 참여 가정에 카메라를 설치해 부모 자식 간의 일상을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를 기획한 제작진의 노력도 대단하지만 이를 허락한 참여 가족들의 용기는 그 이상이다. 변화를 약속했던 부모들이 시험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가 하면 엄마에게 혼이 난 뒤 정답을 보고 문제집을 채점하는 모습,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며 윽박지르는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관찰되었다.
“사생활을 드러내기까지 참여 가족들의 고민이 컸어요. 그러나 우리 가족이 배운 것을 시청자와 공유하겠다는 인식 덕에 관찰 카메라가 가능했어요.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의도는 부모의 행동을 객관화하기 위해서였어요. 자신의 행동이 객관화되지 않고서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본 부모들이 잘못된 행동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글 미즈톡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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