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의 <전곡선사유적지>와 <한탄강>을 찾다
1. 사람들은 역시 ‘외부’에 의한 격동과 확증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한강신드롬’을 통해 확인한다. 특히 외부의 권위가 높을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반응은 더욱 열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항상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 방향으로 작동될 때, 그것은 진정한 가치를 발전시키고 바람직한 변화를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하지만, 부정적인 요인과 결합하면 일상의 삶까지 파괴하는 폭력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2. 연천의 <전곡선사유적지>를 방문한 것도 나또한 ‘외부’에 의해 움직인다느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유적지와 한탄강은 1년에 2-3번 방문할 정도 자주 찾던 곳이지만 최근에 읽은 유홍준 <국토박물관순례>에서 ‘전곡선사유적지’에 대한 외부적 통찰을 얻게되자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유홍준이 말한 미술적 가치를 확인하는 방향에서 전개되었다. 우연히 고고학을 전공한 미국 군인에게 ‘주먹도끼’가 발견되고 그의 노력에 의해 김원룡이 주도한 ‘발굴단’이 만들어지면서 ‘전곡’은 한국 구석기 유적 최고의 장소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전곡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는 전형적인 ‘애슐리언’형으로 1970년대까지 학계에서 받아들여진 주먹도끼가 동쪽 아시아 쪽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정설을 뒤집은 엄청난 발견이었다. 잠재적으로 ‘서구’의 우월성을 주장한 학설이 시원스럽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3. 발굴 토총도 자세하게 보고 발굴된 주먹도끼도 세심하게 관찰하였다. 평소 궁금했던 ‘주먹도끼가 얼마나 발견되었는가?’하는 질문을 안내자에게 묻기도 했다. 결론은 주먹도끼의 상징적 형태로 대표되는 모습은 많지 않았고 조금은 투박한 형태의 주먹도끼가 나머지를 차지하였다. 사실 주먹도끼와 찍개의 구분은 중첩되어 있다. 그럼에도 주먹도끼라 분류할 수 있는 구석기 도구는 제법 많이 발굴된 것이다. 주먹도끼는 전곡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주변 파주지역 구석기 유적지대에서도 발굴되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 주먹도끼에 관한 그동안의 설명은 발견과정과 발견의 중요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굴된 주먹도끼의 수나 다른 지역에서의 주먹도끼의 발굴에 관한 정보가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단양의 ‘수양개 구석유적지’지대에서는 주먹도끼를 찾을 수 없었다. 고조선 연구에 반월형 동검의 분포가 중요하듯이 주먹도끼의 분포도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아닐까?)
4. 이번 답사는 한탄강 주변에서 숙소를 얻고 1박을 하기로 했다. 밤에 한탄강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라도 밤에 경험하는 것들은 특별한 느낌을 만나게 해준다. 한탄강 코스는 밤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어 선선한 가을 공기와 함께 한탄강의 밤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둥그런 달이 물위를 비추며 생긴 시각적 고요는 강물결 소리가 만들어낸 청각적 여유와 함께 한탄강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첫댓글 ^^^ 둥그런 달이 물위를 비추며 생긴 시각적 고요는 강물결 소리가 만들어낸 청각적 여유와 함께 한탄강의 특별한 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