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개요
ㅇ 언 제 : 2023. 7. 12(수) / 711차
ㅇ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36명 / 50,000원
ㅇ 어 디 : ‘비토’섬(경남 사천시 서포면 소재)
ㅇ 날 씨 : 비, 흐림
ㅇ 코 스 : ‘비토’교 – ‘거북’길 – 낙지포구(별학도) – 별주부전테마파크 - ‘하봉’마을 – 월등도 / 10km - 4시간
탐방정보
비토(飛兎)섬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위치한 ‘비토(飛兎)’섬 -.
용왕을 상대로 토끼와 거북이가 간(肝) 소동을 일으킨 ‘별주부전’의 태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 모양이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라 하여 날 ‘비(飛)’자에 토끼 ‘토(兔)’자를 씁니다.
1992년 연륙교 개통으로 육지가 되었는데요, 마치 어머니 품처럼 펼쳐진 들녘을 나지막한 산들이 감싸고 있는 형태랍니다.
봄철엔 길가가 터널을 이룰 만큼 벚꽃나무들이 유명하지만, 사계절 끊임없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별주부전테마파크와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이 있어 여름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습니다.
‘비토’에서 트레킹 추억을 남기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썰물 때만 열리는 바닷길을 통해 걸어서 ‘월등’도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별주부의 고향답게 길 따라 흐르는 섬 이야기가 많아 걷는 내내 지루하지도 않다죠.
탐방앨범
초하
초하(初夏)의 계절입니다.
가슴 크고 허리 잘록한 여인네들이 야시시한 차림으로 한껏 멋 부리는 계절입니다. ㅋ
물놀이를 핑계 삼아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나들이하기 좋은 때입니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춤춰대며 햇살을 막아주는 산길 돌아들면 뻐꾹새와 찔레꽃들이 세상이야기에 정신이 없을 테고, 또 산 그림자 드리운 무논엔 개구리들이 울어댈 것입니다.
게을러지려는 마음에 짙은 신록이 찾아와 푸른 깃을 세워줍니다.
엉덩이 들썩여지는 때입니다.
혼자일 때가 많은 노인네들이 외로울까봐 산악회에서 섬 탐방을 계획했네요.
복(伏) 더위에 장마도 기승을 부리지만, 낙관적인 사람들은 불평할 일이 있어도 늘 긍정적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종이부시(终而复始)란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인데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1년 중 절반을 보냈으니, 7월은 다시 마음 다잡는 달입니다.
하늘은 잔뜩 찡그렸지만, 경남 사천에 있는 전설의 ‘비토’섬을 찾아갑니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어딘가 다다를 수 있는 소망이 있어 행복한 아침입니다.
별주부전의 섬 ‘비토’
남해고속도 곤양IC로 잘 빠진 가마가 아치형의 비토다리를 건너자 다왔다며 멈춥니다.
초행이라 멋모르고 내려 떼 사진 찍고 걷다보니 ‘송도’였습니다.
할 수 있나요, 아장아장 걸어 거북다리 지나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이곳이 별주부전(鼈主簿傳) 배경이라는데요, 토끼와 자라를 통해 인간의 부족함을 풍자한 ‘판소리’소설 수궁가(水宮歌)와 상통(相通)합니다.
조선시대 고서(古書)에 ‘남해용궁 별주부’란 축문내용을 인용하여, 이곳 사천지방이 그 배경이라고 박박 우긴지 오랩니다. ㅎ
별주부전은 거북이의 현란한 꼬임에 솔깃해진 토끼가 용궁까지 따라가지만, 간(肝)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기지(機智)를 발휘하여 다시 뭍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엔 들을 때마다 바다 속 용궁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별주부전의 배경이 이곳 ‘비토(飛兎)’섬일 줄은 몰랐는데요, 과연 섬 모양이 ‘날아오르는 토끼’를 닮았는지 드론(Drone)이라도 띄워보고 싶습니다. ㅎ
‘거북’과 ‘토끼’는 물론 ‘월등’이란 섬 이름이 있는 걸 보면, 별주부전 스토리와 들어맞는 것도 같습니다.
비는 오락가락하지만, 까짓 오늘은 무조건 들이대기로 한 날입니다. ㅎ
‘거북’길
우천이라서 아예 산길과 바닷길은 초장부터 포기하고, 비 젖은 차도 따라 거북이걸음으로 걷습니다.
지금이야 썰렁하지만, 봄철 해안경치와 어우러진 벚꽃터널은 사천팔경 중 하나라니 꽃폈을 때를 상상하면서... ㅎ
그래도 나뭇가지 사이로 섬들과 청정갯벌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일찍부터 굴로 입소문이 난 섬인데요, 굴 밭이 지천(至賤)입니다.
비구름 사이로 구경 나온 하동 금오산이 촐싹대는 ‘까치’섬을 제치며 얼굴을 내밉니다.
덩달아 우리도 가슴을 열어 제칩니다.
유명한 ‘범’바위와의 만남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쳤네요.
올라보기도 하고, 겁 없이 아가리(?) 안으로 들어가 폼도 잡아보려 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조용하고 아늑하게 펼쳐진 바다풍광에 취합니다.
속도는 느림보 모드(Mode)에 고정입니다.
근데 걷다보니 예가 ‘이순신’바닷길이네요.
낙지포구(해양낚시공원)
‘낙지’포구에 다다랐습니다.
지난 3월말 ‘제8회 사천 비토별주부전축제’가 이곳에서 열렸다죠.
봄철에 함 와보고 싶네요.
굴 생산지답게 온 섬이 굴 장비들로 꽉 찬 듯합니다.
현수교로 연결된 ‘별학도(別鶴島)’는 돈독(ㅋ)이 올라 입장료까지 챙깁니다.
다리를 건너려니 엄청 쏟아지는 빗방울이 훼방을 놓습니다.
비 사이를 뚫고 용감하게 전진합니다. ㅎ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잠시 피하기도 합니다.
돔(Dome)처럼 생긴 낚시터도 참 예쁜데요, 낚싯대는 없지만 쏟아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 때리고 싶어집니다.
‘별학’섬을 빠져나오면서 매표소에 물때를 물으니 월등도 탐방하려면 서두르라 재촉합니다.
‘비토’섬에서 가장 멋지다는 동쪽구간을 빠른 걸음으로 이동합니다.
작은 언덕하나만 넘으면 북쪽바다가 나타나는 ‘비토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 곳입니다.
캠핑(Camping)이나 글램핑(Glamping)으로 일상을 벗어나 Healing하고픈 이들에겐 별천지일 것 같네요.
별주부전테마파크
토끼 간(肝) 구하러 나선 거북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별주부전테마파크’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립니다.
커다란 어미토끼를 중심으로 토끼가족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네요. ㅎ
거북이의 감언이설에 속은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월등산 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며 용왕을 속입니다.
간 가져오겠다며 뭍으로 나온 토끼는 휘영청 달빛에 반사된 육지모습을 보고 성급히 거북등에서 뛰어내리다가 그만 죽고 맙니다.
작전실패(?)로 용왕의 벌을 두려워한 거북이와 남편을 기다리던 토끼아내도 따라 죽는 걸로 끝맺음합니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결말이 조금 다른 것도 특이합니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푸른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해안이 참 아름답습니다.
풍부한 수산자원과 비옥한 땅 덕분에 풍요한 섬이 되었다는데도, 자그마한 섬이라서인지 사람구경이 어렵네요.
풀 빌라(Pool villa)형 숙소도 있는데, 객들이 많이 몰린다는 증거겠죠.
하지만 당일치기가 필수인(?) 늙은이들에겐 관심 밖입니다. ㅎ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의 몸짓도 활기찹니다.
‘하봉’마을에 세워진 거북이와 토끼상의 표정이 참 해맑네요.
긍정적인 삶에는 항상 지혜가 동반됩니다.
월등도
이젠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차례입니다.
밀물 때는 배를 타고 건너야 하지만, 썰물 땐 이렇게 길이 열려 차도 다닙니다.
섬의 끝에 있는 섬 in 섬, ‘월등도(月登島)’에 발을 디딥니다.
꼭 ‘맥아더’장군처럼 보무당당 상륙할 필요는 없는데요, 느긋하게 건넙니다. ㅎ
서두른 덕에 아직 간조(干潮) 때인지라 바닷가 트레킹은 가능합니다.
정말 호젓하고 조용한 섬입니다.
외딴섬집 앞마당에는 자가용차와 함께 자가용(?)배도 있습니다.
물때와 무관하게 들락거릴 수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는 듯합니다. ㅎ
여기가 별주부전의 주 무대랍니다.
동물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풍자한 우화(寓話)지만, 헛된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우린 버린 지 오랩니다. ㅎ
거북 & 토끼섬
신기하게도 ‘월등’섬에는 ‘거북’과 ‘토끼’문패가 달린 작은 섬이 또 딸려있습니다.
섬 모양이 토끼와 거북을 닮았다죠.
우선 ‘거북’섬부터 공략합니다. ㅎ
바닷가는 온순한(?) 편이지만, 돌이나 바위는 많이 미끄럽네요.
커다란 남해 창선도(昌善島)가 잔챙이(^^)들을 대동하고 계속 쫓아옵니다.
삼천포대교는 물론 건너편 와룡산까지 나와 기웃거립니다.
섬에도 길이 있듯 바다에도 길이 있습니다.
물결과 물결이 등을 맞대고 파도타기를 하면서 스스로 낸 길들인데요, 모였다가 다시 여러 갈래로 흩어집니다.
바다는 인생입니다.
밀물과 썰물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넘실거리며 소용돌이도 칩니다.
그러다가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납니다.
우리의 삶도 가끔은 소란하게 흐르기도 합니다.
구름이 섬이고, 떠도는 내 마음도 섬입니다.
구름이 바다를 덮고, 바다가 구름을 덮습니다.
섬이 섬을 삼킵니다.
호젓하여 좋다가도 순간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용암이 흘러내린 자국들이 선명한 바닷가의 풍경은 잊지 못할 구경거리입니다.
널찍한 바위를 골라 쉼 자리를 만듭니다.
무뢰한의 눈에도 지질학적으로 꽤 가치가 있어 보이는 해안입니다.
낭만의 섬을 빠져 나오다가 돌출부분인 ‘홍 게’ 끝에 앉아 다시 ‘월등’섬을 바라봅니다.
섬 집 아기
바닷가에 오면 동시(童詩) 하나 떠오릅니다.
1946년 시집 ‘민들레’에 수록된 ‘한인현’의 ‘섬 집 아기’인데요, ‘이흥렬’이 곡을 붙여 모두의 애창가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혼자 남겨져 잠든 아기모습과 굴 바구니를 다 채우지 못하고도 아기생각에 동동거리며 달려오는 엄마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힘든 삶속에서의 애틋한 모정을 서정적으로 잘도 표현했습니다.
1절에서 엄마 기다리다가 지친 아기모습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라치면, 2절에선 애타는 엄마의 마음이 읽힙니다.
아기가 걱정된 엄마가 허겁지겁 달려왔건만, 아이는 세상모르게 자고 있네요.
맞벌이 할 수밖에 없는 요즘 엄마들의 애환(哀歡)이 오버랩(Overlap) 됩니다.
오늘도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을 향해 모랫길을 달리듯 밤길을 재촉하는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섬 집 아기’는 이 땅의 아기들이 반세기를 훌쩍 넘기며 듣고 자란 ‘국민자장가’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재우려 이 노래를 불렀을까요?
오늘도 아기를 재워주던, 그 파도소리를 듣습니다.
뒤풀이
‘하봉’마을까지 가마를 콜(^^)하여 뒤풀이 장소인 ‘곤양(昆陽)’까지 이동합니다.
곤양은 사천시 중서부의 자그마한 면(面)인데요, 머무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곳 '덕원각(德原閣)'에서의 생선구이정식이 오늘 뒤풀이로 선택되었습니다.
옛날 사천곤양군수가 행차하실 때 먹었던 밥상이 지금도 차려지고 있다죠. ㅎ
주 메뉴인 생선구이가 나왔는데요, 무려 5가지나 됩니다.
빨리, 그리고 많이 먹기 위해 젓가락 대신 손가락을 사용했습니다. ㅎ
촉촉한 생선살이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짜지도 않고 담백한 게 계속 먹힙니다.
화룡정점인 해물된장은 심심 & 시원했는데요, 애피타이저(Appetizer) 없어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행복하다보면, 뜬금없이 괴롭고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날이 생각납니다.
허나 남은 세월 잘 살아간다면, 그간 힘든 삶은 고마운 거름이 될지도 모릅니다.
곰삭지 않고 파릇파릇하기만 인생이 어디 그리 흔하리오.
지난 과거는 썩은 만큼 누군가를 살찌우는 거름이 될 줄 믿습니다.
활기찬 산우(山友)들의 모습에서 가는 세월을 잊습니다.
에필로그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 현종’)
시인이 툭 던져놓은 두 문장이 마음속에 수평선을 그으며 ‘그 섬’으로 불렀습니다.
단 두 줄이 글이 풍성한 의미를 낳으며, ‘그 섬’에 대한 동경과 얘깃거릴 만듭니다.
‘그 섬’은 홀로 떨어진 고립의 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어울림의 공간이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산길과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하늘을 이고, 바람을 입고, 쏟아지는 빗방울을 마주하며...
‘비토’는 소문대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섬 리스트(List)를 뒤적여 애써 그리움 하나 또 지웁니다.
다시 시작되는 7월입니다.
2023년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습니다.
힘들고 아쉬웠던 것 다 잊으시고, 즐겁고 기뻤던 일만 생각하소서.
오늘도 ‘계룡’수요산악회가 있어 무척 행복했습니다.
임원진을 비롯하여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목욜(7. 13)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