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알로이시오 전자기계 고등학교 32기 졸업생
최정혜(크리스티나)
안녕하십니까?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저는 알로이시오 전자기계 고등학교 32기 졸업생 최정혜입니다. 며칠 전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막상 졸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입학하던 그 해가 떠오릅니다.
2010년 2월, 늘 따뜻하게 품어주던 엄마수녀님들과 큰 자산을 물려주신 아버지 알로이시오 신부님,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동기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던 저의 학창시절을 뒤로하고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대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 두려움 반, 설렘 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그 속에서 대학 생활 4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등등 걱정이 많이 앞섰습니다. 학교를 진학 할 때마다, 학년이 오를 때마다 반이 바뀌고, 친구들이 바뀌는 경험을 했던 일반 사람들과 달리 우리끼리 생활하는 것에 익숙한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대학생활 한 번 멋지게 해보자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생활이 펼쳐질까 하는 설렘도 가득했습니다.
1학년 시절...
1학년 첫 학기 총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총대는 학년대표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입학하기 전 예비모임에서 총대를 뽑았는데, 제가 첫 대학생활을 하는 긴장감과 부담을 이겨내고자 스스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4명의 지원자 중에 제가 총대가 되었습니다. 총대가 되니 중압감이 있긴 하였지만 아버지 신부님이 물려주신 마라톤 정신으로 끝까지 잘 하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첫 학기 대학생활에 적응하기도 바빴지만 여러 행사들을 대표해서 해야 했기 때문에 유난히 바빴던 것 같습니다. 사범대학 발대식에서는 각 과별로 새내기들이 장기자랑을 하나씩 해야 했었습니다. 우리 과에서는 그 당시 유행했던 백지영의 ‘내 귀에 캔디’와 티아라의 ‘Bo Peep Bo Peep’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5명의 친구들이 모여 연습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막막하였습니다. 저는 총대이기 때문에 더욱 막막하여 집에 도움을 받기로 하고 무용부 담당을 하셨던 주 마르타 수녀님께 부탁을 하였더니 흔쾌히 무용방에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집에 와서 연습도 하고 발대식을 성공적으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저희 집에 와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종교가 다른 친구들도 수녀님들의 헌신과 사랑이 놀랍다고 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몸소 아버지 신부님의 기적을 보여주시고 계시는 엄마 수녀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학년 시절...
자취를 1년간 하였지만 아직은 서툰 것이 많고 요리도 잘 할 줄 몰랐습니다. 또한 공부하는 것이 힘이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몸도 많이 아프고 신경도 예민해 져서 그 때 당시 송도가정 시설장이셨던 박 안젤라 수녀님께 철없는 행동도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의 행동들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신경써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끼니였습니다. 반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양념이 들어가야 되는지.. 등등 요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러자 저의 엄마이기도 하신 정 프란체스카 수녀님께서 직접 집에 오셔서 요리도 해주시고 장도 같이 봐 주시고, 요리 방법 등을 다 적어주셔서 저희의 자취생활이 조금은 안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안젤라이모, 프란맘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당!!
3학년 시절...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아르바이트는 베이비시터로, 저의 전공을 살림과 동시에 경험이 되고 또한 약간의 보수도 있어 참 좋았습니다. 아기는 15개월로 보통 베이비시터를 맡기는 아이들의 평균연령에 비해 많이 어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조금 꺼려하였습니다. (과가 유아교육과 이다 보니 베이비시터를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베이비시터를 처음 하는 것이었지만 학창시절에 아기방에 복사를 많이 갔던 저로서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기에 제가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2학년 때에는 일주일에 3번을 갔고, 3학년 1학기에는 일주일에 3번을, 방학에도 일주일에 3번, 2학기가 되어서는 강의 시간표에 따라서 일주일에 2번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기와 함께 산책도 가고 같이 놀아주고, 아기의 엄마 아빠와 함께 외식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베이비시터라는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일반 가정집에서 아기를 키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밀착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아기를 키우면서 많은 사랑과 정성, 희생이 담기는 부모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눈물이 나기도 하고, 한 아기를 키우면서도 많은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서른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뒤에서 엄마 수녀님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엄마 수녀님들의 엄청난 희생과 봉사, 사랑의 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여기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도 사귀면서 남부럽지 않은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등등 여러 생각들이 겹치면서 우리 집에 대한 소중함, 엄마 수녀님들과 또 우리 집을 지어 우리가 정말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아버지 신부님께 정말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4학년 시절...
대학시절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학기 초에 마음이 정말 뒤숭숭하였습니다. 1년 남은 대학생활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하고 사회에 첫 발을 잘 디딜 수 있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많이 어지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 학기가 시작되니 더 할 수 없게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한 달간의 교육실습을 앞두고 연장수업도 많이 하고 리포트와 시험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망의 교육실습!!!! 3년간의 배움을 바탕으로 예비교사로서 유치원에 간다는 사실은 저를 설레게 하였습니다. 학창시절 복사도 많이 갔었고, 베이비시터를 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데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교사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저의 생각과 많이 달라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저의 행동과 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고 수업준비로 인해 밤도 새며 열심히 한 달간의 교생실습을 마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학기가 흐르고 남은 학기동안에는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립유치원에 취직을 할 수도 있으나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공립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씁쓸합니다... 다른 일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근본적으로 저의 실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1년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의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워하시면 서도 저의 1년 임용고시 공부 생활을 많은 수녀님들께서 걱정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엄마 수녀님들!!! 아버지 신부님의 마라톤 정신은 제 마음 속에 늘 새겨져 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자기 힘으로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마라톤, 그 정신을 모토로 삼아 많은 아들, 딸들이 이 세상을 더욱 힘차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기를 바라셨던 아버지 신부님과 엄마 수녀님들의 사랑이 제 마음 속에 늘 있습니다. 심장이 운동을 할 때마다 피가 온 몸을 돌듯이, 아버지 신부님과 엄마 수녀님들의 사랑은 늘 제 마음 속에서 심장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여 자랑스러운 알로이시오 인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2014년 2월 21일 금요일..
저의 파란만장했던 대학생활이 끝을 맺었습니다. 졸업식 하루 전 분원장 수녀님이신 마더 미카엘라 수녀님을 뵈었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어라는 원장수녀님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영원한 우리의 왕엄마 소피아 수녀님, 대학생활 내내 저희 대학생들을 살뜰히 챙겨주시고 고민 상담도 해주시고 어려워하는 일들은 해결해 주셨던 왕엄마의 모습 잊지 못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정 말지나 이사장 수녀님께서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수고했어”라고 하셨는데, 눈물이 날 뻔 하여 혼이 났습니다. 그리고 책 선물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대학교 3, 4학년에 시설장 수녀님이셨던 마리스텔라 수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학원 공부와 임용공부를 할 수 있었고, 남은 대학생활 2년이 윤택해졌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의 엄마이신 주 마르타 수녀님, 물심양면으로 저희들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감사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카엄마, 안아가다엄마, 프란맘, 안마리아엄마, 최엘리사벳엄마.... 아직 다 부르지도 못했는데 엄마가 너무 많네요...
참 행복합니다.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느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알로이시오 몬시뇰 아버지와 엄마 수녀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저를 키워주신 백아가다 엄마께서는 늘 화살기도를 바치라고 하시며 기도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버지 신부님께서 성인품에 오르실 수 있도록 하느님께 사랑의 화살을 하나 쏘아 올리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예수, 성모마리아, 요셉이여,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혼을 구하소서...
마지막으로, 저의 졸업식 사진을 몇장 올리겠습니당~~~
-제가 4년간 공부했던 과 건물 앞에서....-
-학위수여식이 열린 경암체육관 앞에서 왕엄마 소피아수녀님과 시설장 마리스텔라수녀님과 함께-
-4년간 공부했던 과 건물 앞에서 단짝 친구들과 함께....-
-4년간 공부했던 과 건물의 현관에서, 교원자격증을 들고서....-
- 졸업식장인 경암체육관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 과 건물 앞에서 학사모 던지기....-
- 과 건물 앞에서 장미 꽃 던지기...-
베이비시터했던 사진들, 1학년 때 행사했던 사진들은 지금 핸드폰에 없어서......
다음에 찾아서 올리도록 할께요~~~♡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추리고 추렸어요.....
각 시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하나를 주제로 썼어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열매로 퍼갑니다...고맙습니다.
너무나 장합니다. 졸업을 축하 합니다
정혜의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나도 28살, 26살의 두 딸을 대학졸업 시키느라 어려움이 많았죠.
어려운 나날을 이겨낸 투지에 박수와 축하를 보내며 아울러, 글 쓰는 솜씨가 뛰어난 것 같으니
아버지 신부님에 대해 글도 써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시작도 늘 파이팅 하세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ㅎㅎ
정말 이쁘다.
수녀님들이 정말 좋아하셨겠다.
이제 새로운 걸음에도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잃치마세요.
고마워요.*^^*
졸업을 축하합니다.
신부님정신 마라톤을 완주한다는 정신으로
꼭 목표한것을 이루기바랍니다.
홧팅.
창재 후배님! 부산 거주 열매님 위주로 마라톤 클럽 결성하고 싶은데 도와 주세요~
아주아주 예쁘고 훌륭하게 잘 컷네요. 감사하는 마인드도 보기좋고, 명랑해보이는 사진들..졸업을 축하하고 후배님의 앞날에 주님의 은혜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이쁘게 올려주신 글 만큼 얼굴도 예쁘네요. 무엇보다 감사함을 알고 삶을 살기에 더욱 아름다워요. 새로운 시작 선상에 서 있는 지금! 하늘에서 소알로이시오 신부님께서 지켜주시고 많은 엄마수녀님과 선후배들이 있음을 든든하게 생각하시고 아름답게 살아가셔요. 졸업을 축하드려요!!
글을 읽으며 진심어린 아버님,어머님 공경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배워가네요~아직 배울게 많아 부끄럽기도하고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배웠던것을 사회와 현실에 접목하는 과정이 쉽지않기 때문이죠?
또한 모든것을 판단하고 결정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이기도 하죠~
그것은 시작할때의 마음을 유지하는것과 긍정모드로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부산의 최고 대학 학위취득 축하드리고 멋진 선생님으로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