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한 토막-둥구나무 전설
2003.6.6
月尖(월첨)에 난자당한 주검이
둥구나무 높은 금빛가지에
목매인 채 대롱거리었다.
그 밤,
주검의 비명을 삼킨 것은
금빛가지를 손에 든 그의 그림자였다.
밤의 불안이 두꺼워지고
오랜 빙하 쌓이는 소리가 신음처럼
새어나왔다. 어쩌면 그림자가
금빛가지에 새끼줄 두르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새끼가 五方의 빛깔로 우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둥구나무가 우주나무로 거듭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새벽.
먼동이 밤을 녹이면
빙하에 주검
묻은 그림자 둥구나무
짙은 그늘을 흘러나왔다.
훠 어~ 훠 어~ 훠 어~
흰 무명천이 하늘을 여는
월령(月齡) 3의 밤.
어미의 소리에 아비의 형상을 입은
그림자 둥구나무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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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실
설화 한 토막-둥구나무 전설
mu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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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06 11:3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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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품들이 참 좋네요. 누군지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