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이렇다. 누나는 신갈에서 목회자의 아내이다. 어릴적 생각은 별로 나지 않는다. 비교적 일찍 서울로 올라가서 공부하며 생활한 까닭이다. 첫째형은 경기도 광주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는 집사님이다. 대학 졸업후 들어간 직장을 단 한번도 옮기지 않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성실맨이다. 형은 늘 교회와 목사님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하고 교회 일을 한다고 말한다.
다음이 나고, 동생이 있는 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직장으로 인해 많은 교회를 옮기며 신앙적 갈등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인지 명절에 만나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다. 특히 제수씨와. 다음은 대전에서 중국인 목회를 하고 있는 동생이 있다. 선교사의 삶을 살아서인지 사는 게 늘 촌스럽고(좋은 표현임) 둥글둥글하다.
이번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형제들이 명절에 모이면(누나는 못 오지만) 늘 예배를 드리고 마당 잔디밭이나 나무 밑 들마루에 앉아 본인이 섬기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요즘 가정생활이나 영적 삶을 나눈다.
서로의 교단이 다르고 교회가 달라 신앙의 색깔과 목적이 다르지만 서로의 말에 가족 존중이 있다. 이번 추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이야기는 바로 아래 제수씨였다. 섬기는 교회가 여러 가지 내분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지는 일로 많은 상처와 아픔을 꺾으면서 치유되지 않은 마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접하며 성도와 목회자의 관점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느꼈고 가족들 간에 신앙적 권면으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이번 만남을 통해 나 또한 성도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제수씨도 목회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하며 교회를 이해했다. 후에 교회의 내분으로 인한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것을 함께 눈으로 볼 수 있어 기뻤다.
대화는 병든 마음,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는 수술용 매스와 같음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본격적인 가을이다. 곡식이 익어가듯 우리 성도간의 대화가 익어가고, 하나님과의 기도의 대화가 결실을 맺어가는 가을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