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KAIST 최고경영자 과정 졸업식 기념으로 동기들과 홍능 부근에서 한잔.
18주간의 과정과 결실이 시원하기도 아쉽기도 섭섭하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월요일날 마시면 일주일 내내 마신다는 속설도 있지만 지어낸 막말은 믿지 말자.
마누라와 동행했으니 서로간의 모든 상황이 그리 무리는 없어 보였다.
우린 원만한 부부인가보다. ^^
화요일
거래처 사장과 프로젝트 협의 건으로 분당에서 한잔.
건전하게 1차로 끝내고 11시경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가 가족회의를 소집한다.
작은 놈의 대입 수시 응시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대책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기회다 싶어 적극적인 발언권을 행사했지만 마누라가 때때로 말을 끊고 끼어든다.
아이의 교육에 관한 한 나보다는 마누라가 훨 잘 알거라는 생각에 참기는 하지만
몇번의 제지와 경고 끝에 결국 발끈, 냅다 버럭 꽥~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이에게 막판 피치를 올리도록 감동에 의한 동기부여를 계획했는데 완죤 실패다.
기분 참 더러웠다. 마누라도 마찬가지였겠지?
자정을 넘긴 했지만 응어리를 안고 잠들면 안된다는 생각에 캔맥주를 하나 따서
4잔에 나누어 미성년자 1인 포함 두딸과 함께 4식구 억지 건배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래도 왠지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분위기가 전날과는 영 딴판이다.
부부란게 다 그렇지 뭐. 싸우고 풀고 그러면서 정드는거라 누가 그러더라만...
나도 뭐 그리 특별한 부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수요일
우리 회사 사장과 업무보고 끝나고 역삼동에서 한잔.
사실 우리때만 해도 직장 상사의 회식 제의를 거절하는 것은 죄악시되는 세대다.
거듭되는 회의로 점심까지 굶었는데 저녁 식사도 생략한 채 1차 쏘주, 2차 맥주,
3차 양주 이것 저것 섞어라 마셔라 노래도 한곡 곁들이면서 밤은 깊어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마누라는 드디어 토라져 버렸다.
이럴 때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디비져 자는 게 상책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우리가 바로 흔히들 얘기하는 위기의 부부인가?
그래도 오늘은 4차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왔다는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목요일
대학원 동기 번개모임으로 논현동에서 한잔.
연일 술에 쩔어사는 내 모습이 스스로 안쓰러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워낙 오랜만의
모임인지라 차마 빠질 수 없어 참석하자마자 일찍 일어서야겠노라 선언을 했지만
한놈 와서 붙잡히고 다음 놈 추가되어 반갑다고 잡히고 결국 윗도리 뺏겨버린 채
볼 놈 다 보고 마실 거 다 마시고 시간 보낼거 다 보낸 후 파장 직전 도망쳐나왔다.
영광의 탈출인가? 비굴한 도망인가? 승산없는 전쟁인가? 영리한 타협인가?
이젠 마누라도 지쳤는지 포기하고 "제발 적당히 좀 마셔라. 당신 간이 쇠냐?"고 한다.
사실 나도 이러다 죽지 싶다.
때론 무관심이 편하게 느껴 질 때도 있지만 상황이 그리 되면 또 섭한 것이 인지상정.
남편이고말고 그저 웬수로 여겨 마땅함이라 생각을 대신해 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술먹다말고 도망가는놈 인간 취급도 안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과연 예외일 수 있을까?^^
금요일
전 직장 OB 모임으로 사당에서 한잔.
잘리고 이직하고, 돈벌러 외국 간 놈, 장사하는 놈, 사업하는 놈, 남의 밑에 월급받는
온갖 잡놈 다 모여서 몸은 멀어져도 마음만은 그대로다 귀하디 귀한 시간들 내어
회포 한번 풀자는데 몸 좀 피곤타 한들 간이 좀 피로하다 한들 이 어찌 마다하리오.
내일이면 주말이니 출근 부담을 덜 수도 있고 중복을 멍멍이로 기분좋게 시작하여
이집 저집 전전하다 이 날도 새벽 3시는 돼서야 뒤꿈치 들고 살살 기어들어갔다.
이날은 마누라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주말동안 이토록 망가진 신뢰를 회복하자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인데
평소에도 남편이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며 산다는걸 마누라는 과연 알고 있을까? ^^
토요일
평소 주말같으면 늦잠이라도 자련만 무슨 염치로 두세번 상차림을 하게 할까 싶어
일찍 일어나서 화분도 좀 둘러보고 운동도 같이 하고 장도 봐주고 노력봉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사실은 이날도 국민학교 동창 재경모임이 영등포에서 예정돼 있었다.
혹시나 싶어 몇일 전부터 약속이 있노라 고지해 놓긴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마누라는 안절부절 하는 내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갔다오라 한다.
면목도 없으려니와 일주일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데다 편도로 2시간 넘게 걸려
갔다가 술마시고 막차 떨어지기 전에 먼저 일어나 돌아 온다는게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포기, 공부에 찌든 수험생 딸 영양보충도 시키고 마누라 저녁준비 수고도 덜겸
외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가족에게 떳떳하니 친구에게 미안하다.
여기서도 사실 쏘주 1병은 곁들였지만 이건 뭐 순전히 입맛을 돋구기 위한 애퍼타이저라
해 두자. 분명 오랜만에 분위기는 좋았으니까...
그나저나 친구들아~ 참석못해 미안하다. 언젠가 영등포 근처로 이사가는 꿈을 가져 볼게.^^
일요일
중고등학교 동창 경기지역 동부인으로 수원 종합운동장 앞에서 한잔.
사정상 2쌍이 빠지고 5쌍이 만나 오리 코스로 로스 양념 훈제 탕 죽 그리고 디저트로
팥빙수까지 배를 두드려가며 먹었다.
"우리의 성생활(성스럽고 생기있는 활동이래나 뭐래나..)을 위하여"라는 한 친구의 적나라한
건배 제의로 처음부터 쏘맥으로 몇순배 돌아치니 이 아니 취할수야...
그래도 1차만으로 끝났다. 난 이런 친구들을 존경해.
난 집에 와서 마누라에게 말했다. "우리 한잔 더할래?"
어떻게 됐을까~요? ^^
그야말로 1주일을 꽉 채웠다.
이번 주는 고객들과의 약속이 이어져야 하는데 사기를 북돋아 돌격을 해야할지 그저 조용한
안식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이미 월요일(어제)의 전적은 새벽 2시의
고지를 넘고야 말았으니 이 화상을 어이할꼬...
그래, 한가지라도 하자.
담배를 끊자. 35년 동안 길들여진 니코틴의 해악에서 탈출하자. 이제는 너도 버겁다...
첫댓글 ㅎㅎㅎ 재남이 뱃속에 있는간이 무지 힘들겠다는 생각이~~쉽게 포기 할수있는것이 초등동창 모임이구만~~그런줄도 모르고 ㅠㅠㅠ 금난아 재남이 놔줘야 겠당~~
그런게 아니고 그날 나갔으면 너네들 초상 치뤘어야 할거야. 부의금 굳게 해 줬자너~ ㅋㅋ
재남아 미안타! 그런줄도 모르고 토요일날 전화 안받는다고 서운해 했으니. 친구들이 너무안나와서 영등포에서 간단히 하고 순옥이(순옥이도 참석하지 못해서) 집근처 오이도에서 한잔 하였단다.
잘 했다. 미안타. 뭐든 다 잘하려 해도 안되는 것들이 그리 있더라. ㅠ.ㅠ
그래 스스로 할수있는건 " 담배 너랑 헤어지는거--* " 그것밖에 없는거 같다 금연을 위해서 건배~~!
참대단하다,,그술을 먹고도 지금껏 견디는 너간도.대단하고...바쁜스케줄에,, 참 재남이는 바쁘게사는구나,,그배가 술배구나,,건강을 위해서 술 좀 쥴이고 살아라,,오래도록 얼굴볼수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