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날
밖에 나가기 겁이 나는 계절이다.
그래도 넥플릭스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배낭 챙겨 길을 나섰다.
시외버스 행선지 안내판 앞에서 한참이나 고민했다. 낯선 곳을 찾아가고 싶지만 더위 탓을 하면서 또 익숙한 곳 표를 샀다. 더위가 가시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무작정 떠나볼 예정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는 온통 초록이다. 쏟아지는 땡볕을 잘 받아내고 있다. 8월의 초록에는 초여름의 초록에서 못 보았던 고통이나 아픔이 보인다. 이 땡볕을 견뎌야만 열매도 뿌리도 영글 수 있을 거다. 우리도 한창 청춘일 때 저 8월의 초록처럼 살았겠지.
엊그제 한 해 절반이 지난 것 같았는데
벌써 8월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고맙지 않은 달이 없다. 분명 이 8월도 지나고 나면 고마운 달이 될 거다. 우리의 청춘도 되돌아 보니 아쉬운 점도 있지만 참 고마운 시절이었다.
무더워도 시간이 안 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달 헐어 놓으면 젊었을 때 호주머니처럼 금방 비어 버린다. 지금 호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그 젊은 시절을 살 수는 없겠지.
요즘 체력이 점점 떨어진다. 이러다가 금방 노인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가만히 잘 있다가도 문득 나이들어 감을 느끼면 그냥 조급해진다. 아마 아직도 해야 될 일들이 남아 있는 이유일 거다.
귀한 분께서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내주셨다. 혼자 보기에 아까워 옮겨 본다.
"내가 부지런히 걸으면 없던 길도 생기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면 있던 길도 없어진다.
날마다 뜨는 태양도 날마다 뜨는 달님도 하룻길 동행이다. 그 하룻길도 멈출 날 온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과 봉해 놓은 편지는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일도 사람과의 관계도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게 된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요즘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다. 점심 시간이 지났다. 터미널에 내리면 시원한 물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야겠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한 더위 가시길 기다려 오늘 묵을 곳을 향해 걸을 예정이다. 가로수가 있는 길과 숲길을 걸으면 그리 덥지는 않을 거다.
청춘은 먼 기억 속에 있지만 그래도 8월처럼 살아보고 싶다.
여름 잘 견뎌야겠다. 늘 맑고 편안하시길 기도드린다.
2024년 8월 첫날
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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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이 편지
240801 8월 첫날
김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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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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